어느 나라든 통신기술의 절대적 보안 보장 허용 안해
공격적 사이버 문화도 공권력 개입 부르는 요인
차분하고 이성적 자세로 현재의 논란 해소해야
공격적 사이버 문화도 공권력 개입 부르는 요인
차분하고 이성적 자세로 현재의 논란 해소해야
![[시론] `사이버 사찰논란` 차분한 논의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411/2014110502102351607001[1].jpg "[시론] `사이버 사찰논란` 차분한 논의 필요하다")
SNS의 사이버 사찰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급기야는 일부 사용자들이 외국계 메신저 서비스로 소위 '사이버 망명'을 시도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에 놀란 다음카카오는 공권력의 합법적 요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극단적인 대응방안을 내 놓았다. 그만큼 다음카카오는 SNS 기업으로서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있다는 반증이다. 소비자의 신뢰는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업의 책임이고 사업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지만 지금처럼 논란 보다는 보다 신중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어느 국가든 절대적으로 보안이 보장되는 통신기술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통신기술이 허용된다면 테러단체나 반국가 단체 또는 범죄 조직에게 너무나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의 기반이 된 지금 사이버 공간은 현대의 소도나 해방구로 치외법권으로 존재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공권력이 사이버 감찰이든 영장에 의한 수사든 소셜네트의 공권력 행사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물리적 공간의 수사와는 달리 SNS는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식으로 무한대로 수사대상의 이외의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가 노출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SNS상의 공권력과 영장의 범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직 국제적 규범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과거의 잣대로 수사를 하거나 우리 공권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 또한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공권력의 개입을 더 많이 불러오는 많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댓글을 보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악플이 선플의 4배가 넘는다. 이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인 사이버 문화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공격성으로 사이버 상의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그만큼 크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언론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에 특히 공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선거법 등 또한 선거기간 내에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국민의 자유로운 지지 또는 반대 의사표시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법률적 토대 또한 사이버 상의 법률적 다툼의 소지를 불러 오고 있다.
세 번째로 기업과 소비자, 정부와 시민 사이에 우리 사회는 신뢰가 매우 낮은 사회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특히 언론과 정치권이 대중의 주목을 잡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사실을 과장할 때 걷잡을 수 없는 파국적 결과가 초래된 예는 수없이 많다. 2004년 우리 사회는 소위 '쓰레기 만두' 파동을 겪었다. 쓰레기로 버릴 만한 재료로 만두소를 만든다는 선정적 보도는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영세 만두 제조업자가 자살을 하고 결국 만두 산업을 일부 대기업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유사한 예로 1989년에는 라면 우지파동이 있었다. 공업용 우지를 라면수프 원료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결국 선두업자의 독주체제로 재편했으며 사실은 몸에 훨씬 해로운 팜유로 재료를 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했었다. 이러한 예들은 선정적이고 과장된 언론이나 여론, 그리고 정치적 선동에 기업들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이 예들이다. 아무리 기업이 사실을 이야기 해도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진실이 전달되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치적, 법률적 특수성과 냉정한 언론과 정치시스템의 부재신뢰의 사회적 자본의 결핍의 책임을 한 기업에게 온전히 지우거나, 신기술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로 정부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현재 사이버 망명으로 불려지는 소비자의 반응도 지극히 과장된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가 되기 때문에 외국의 앱을 다운로드 한 것이 바로 그 앱으로 이동한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소셜네트워크는 자신만 이동해서는 쓸모가 없다. 대화 상대의 친구들이 다 이동해야 진정한 망명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그리 용이하지 않다. 그런데 사이버 망명이라는 자극적 용어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만 자극하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의 인터넷 기업들의 현실을 냉정히 보아야 한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혁신이 가져온 불안한 현상 중에 하나는 우리가 내수라고 믿고 있던 서비스업이 창출하는 가치마저 미국이 중심이 되는 다국적 기업이 가져가고 있다는 현상이다. 스마트 폰이 대중화하기 이전에 스마트 폰의 운영체계의 미국의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에서 5년만에 97%로 미국 독점체제가 형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회사가 국내 서비스업의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플랫폼 사업에 가장 유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카카오, 라인, 위쳇으로 불리우는 메신저 기업들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국내 포탈 기업을 기술과 핵심역량이 아니라 정치적 논란으로 침몰시킨다면 과연 누구에게 좋을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 논의를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