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백신 무용론'까지 거론… 안티 바이러스 우회공격 급증 영향
사이버공격이 교묘한 변종 공격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보안제품이 탐지하지 못하는 공격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업계에서는 '백신 무용론'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컴퓨터 시스템을 파괴하거나 장악하려는 악성코드 및 시스템 바이러스를 차단, 치료해주는 '안티 바이러스' 제품을 우회하는 공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안티바이러스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일명 '백신'이라는 제품명으로도 잘 알려진 안티바이러스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해당 공격을 분석해 이를 치료하고 막아내는 사후대처 성격의 기술이다. 현재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안티바이러스 업체인 시만텍, 카스퍼스키랩, 트렌드마이크로 등은 각자 글로벌 연구조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인력이 신종 바이러스나 악성코드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 분석해 치료 업데이트를 내놓을 수 있는가를 주요 기술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년새 사이버 공격이 알려지지 않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악용한 '익스플로잇' 공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공격은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시스템이 해커의 손에 전부 장악돼 모조리 파괴됐거나 기밀 정보나 개인정보가 다 빠져나가고 난 후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만큼 해킹으로 인한 피해도 일반 바이러스 공격보다 심각하다. 때문에 이같은 공격은 사전에 막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거나 사후 수습이 쉽지 않아 사전 방어를 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리 클라리치 팔로알토네트웍스 본사 수석부사장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사이버 공격의 40%가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그냥 '무사통과'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위협도 높아지는 것"이라면서 "공격에 대한 사후대처인 안티바이러스 기술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취약점 방어 기술과 결합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전 방어를 할 수 있는 취약점 방어 기술이 안티바이러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보안업체 이글루시큐리티도 사전에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파악해 사이버 공격을 미리 차단하는 안티 익스플로잇 기술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글루시큐리티 측은 "백신이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커들은 백신을 비웃으며 보란 듯이 우회해 기업 시스템으로 침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이버 공격의 대다수를 막아내는 것은 백신 기술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스코가 최근 발표한 2014 보안보고서에 따르면 취약점이나 지능형표적공격 등 신출귀몰한 수법의 해킹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사이버 공격의 90%가 '알려진 공격, 오래된 방식의 공격'이라고 진단했다. 최신 공격이 아무리 위협적이라 하더라도 아직 90%에 달하는 일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백신업체들은 사전에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기능을 백신에 추가하고 있는데, 업계는 두 방어 기술이 융합이 진화하는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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