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 없어 ‘불법’ 낙인…법체계 미비로 성장 ‘발목’
■자동차 튜닝산업, 이대로 괜찮나
(상) 국내산업 현주소는
'튜닝 불모지' 대한민국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튜닝 산업 활성화 논의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자동차 튜닝산업은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업계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 사이 큰 발전은커녕 변화의 움직임조차 거의 파악되지 않자 시장에선 여기저기 재촉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만큼 그동안 누적된 소비자의 불만과 발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컸다는 반증이다.
전세계 튜닝 시장은 약 100조원 규모로 파악되며, 튜닝 산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튜닝 관련 산업의 생산가치가 연간 10여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5000억~7000억원 수준에 튜닝 전문 업체는 전국 20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태다.
문제는 향후 먹거리가 가득할 전망인 국내 튜닝 시장을 외국 업체들에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규제에 묶여 튜닝 연구·개발에 등안시 하는 사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 외국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진출에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
국내 자동차 튜닝 산업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법적인 문제와 관계 기관간의 조율이 미비한 점이 산업 일선의 가장 큰 혼동을 유발하고 있다. 일례로 구조변경 신청을 할 땐 자동차관리법(국토부)에 저촉되며, 머플러 튜닝 시에는 소음진동규제법과 대기환경보전법(이상 환경부)에 따라야 한다. 경찰청과 도로교통안전공단, 산업부 등도 튜닝과 관련해 전부 각기 다른 기준의 다리를 걸치고 있어 업계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튜닝 부품 인증 및 시험기관의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합법적으로 시험하고 인증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추상적인 잣대만 들이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다. '불법 튜닝'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다.
완성차 업계와 관련 학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튜닝 개발업체와의 동반자적 노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사이의 수직관계가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학계 역시 최근 들어 관련 학과나 수업을 개설해 인력 양성에 힘을 쓰고자 하지만, 그동안에는 금기시 하는 관행이 적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튜닝은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 아니"라며 "완성차 시장의 성숙과 더불어 모터스포츠의 활성화, 대중의 인식 변화, 정부 및 학계의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인 발전이 모색돼야 한다. 자동차 문화 선진국들이 몇십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몇해 만에 해내려고 급하게 불씨를 당기려는 몇 몇의 이기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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