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의과학연구와 인력구조 현주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2202102251607002[1].jpg "[의과학 칼럼] 의과학연구와 인력구조 현주소")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대학병원에 가면 수많은 의료종사자를 만나게 된다. 의사들만 해도 교수, 전임의, 전공의 등으로 다양하다. 사실 의사들 중에 정직원은 교수뿐이지만 교수들만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는 없기에 레지던트라고 불리는 전공의들이 진료에 함께 참여한다. 전문의가 되려면 전공의 수련을 거쳐야 하므로 전공의들은 힘든 수련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병원은 그들에게 수련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인건비 지출을 줄이면서 의사 수를 늘릴 수 있다.
의과학 실험실의 인력구조도 병원의 인력구조와 유사한 점이 많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이공계 실험실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학교는 검증된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 수련과정을 운영한다. 바로 석사 또는 박사학위 과정이다. 전공의들이 하루 종일 병원에서 일하는 것처럼 학교 실험실에 들어온 대학원생들도 석사 또는 박사가 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실험실에서 일한다. 그래서 이들을 전일제 대학원생이라고 부른다. 학교는 그들에게 수련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인건비를 지출하면서 전일제 연구 인력을 공급받는다.
필자의 실험실에 있는 전일제 대학원생들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출근을 하면 지도교수의 방에 모여서 어제 실험의 결과에 대해 토론하고 오늘 실험의 계획을 세운다. 이후 실험실로 돌아가서 실험을 수행한다. 중간에 대학원 수업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실험 일정을 조정하여 참석한다. 정해진 퇴근 시간이 있지만 오래 걸리는 실험을 하는 날은 퇴근이 늦어진다. 주말에는 쉴 수 있으나 며칠을 이어서 실험을 해야 하면 주말에 나오기도 한다. 방학에는 대학원 수업만 없을 뿐 매일 출근하여 실험을 한다. 주 40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실험실에서 지낸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매일 출근하여 일하기 때문에 전일제 대학원생들은 매달 인건비를 받는다. 학교에서 나오는 장학금 등이 있기는 하나 학생인건비의 상당 부분은 실험실을 운영하는 지도교수의 연구비에서 나온다.
필자의 경우에는 개인 연구비 하나를 수주하면 직접비의 40%~50%가 전일제 대학원생 한 명의 인건비로 나간다. 연구비의 많은 부분이 실험재료비가 아닌 인건비로 지출된다. 그러나 반대로 학생의 입장에서는 받은 인건비의 절반 이상을 대학원 등록금으로 내야 하는 등 실수령액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공의들이 그러는 것처럼, 전일제 대학원생들은 수련과정에 있다는 이유로 이런 어려움을 감수하며 일한다.
대학교가 좋은 논문을 내고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 본연의 기능에 비추어 보면 훌륭한 연구자를 길러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의과학연구라는 구조물을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은 전일제 대학원생들이다. 그 위에 석사급 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연구교수, 교수 등의 인력이 더해져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부터 의과학연구의 인력구조에 대해서 올바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미래의 훌륭한 연구자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응원하고 아낌없이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윤주천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
(MRC 조직손상방어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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