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칼럼] 메두사와 단통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20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메두사와 단통법")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는 원래 마음씨가 곱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특히 머리 결이 너무 고왔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올림포스 신전까지 금방 소문이 퍼졌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그녀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포세이돈을 흠모한 여신 아테나는 메두사를 질투했다. 아테나는 그녀를 흉측한 괴물로 변하게 만들었다. 메두사의 얼굴은 무섭게 부풀어 올랐고, 눈은 튀어나왔으며, 입은 커지고 긴 혓바닥을 축 늘어뜨렸다. 아름다웠던 머리카락은 한 올 한 올이 꿈틀거리는 뱀으로 바뀌었다. 특히 그녀의 얼굴(눈)을 직접 쳐다보는 사람은 돌로 변하게 만드는 저주까지 받았다. 아테나는 메두사를 무서운 괴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영웅 페르세우스를 시켜 메두사의 목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메두사 얼굴을 직접 보면 돌로 변하니 청동 방패로 메두사를 비춰 스스로 돌로 만든 뒤 목을 치라고도 일러줬다. 결국 메두사는 단칼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최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란을 지켜보면서 단통법이 마치 메두사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초 단통법의 취지는 메두사가 그랬듯 매우 아름다웠다. 일정 수준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받게 해서 가계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아름다운 취지였다. 아름다운 취지로 시작한 단통법은 정치권과 정부의 제대로 된 효과 분석과 시장 자율경쟁이라는 대원칙을 고려하지 못한 채 지난 10월1일 시행됐다.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단통법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단통법은 점차 괴물로 변해갔다. 뚜껑을 열자 단통법은 실제 메두사처럼 괴물로 등장해 국민을 돌로 만들어버렸다. 가계통신비 인하는커녕, 오히려 휴대전화 값만 높여놨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 절감을 위해 보조금 지급분을 크게 줄였고, 휴대전화 제조사는 신제품엔 장려금을 주지 않았다. 예견된 일이었다. 애초부터 단통법 자체가 통신사 간 경쟁 대신 기존 가입자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지난 13~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단통법이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단통법을 탄생시킨 장본인들이 자신들이 만든 법이 잘못 됐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질타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말기값과 요금을 내릴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단통법 개정 등 즉각 대응보다는 현행 법률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통사와 제조사를 압박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 17일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은 이통 3사 대표, 제조사 대표들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이들의 문제풀이 방식은 압박, 아니 협박에 가까웠다. 최 장관은 "기업들이 단통법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법을 이용한다면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만든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펼친 이통사와 제조사에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른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촌극도 이런 3류 저질 촌극이 없다. 물론 단통법이 '단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조금 지원이 너무 적어 국민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통사와 제조사에 각 회사별로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억지춘향'으로 기업들은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이 국민 불만을 크게 낮출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풀이의 핵심 키워드는 '경쟁'이다. 경쟁 없이도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어느 기업이 경쟁을 위해 돈을 쓰겠는가. 시장의 손에 맡겨 자율 경쟁시키면, 가계 통신비는 내려가지 말라고 해도 내려갈 것이다. 경쟁이 있어야 기업 발전도 있고, 통신 기술도 발전하며, 소비자 권익도 높아진다. 이대로 단통법을 고집하다간 결국 스스로 돌처럼 굳어버려 죽임을 당하는 메두사와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이다. 단통법이 더 큰 메두사 괴물로 변하기 전에 '경쟁'이라는 해법으로 예전의 머릿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바란다.
김승룡 정보미디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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