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제조사에 통신료·출고가 인하 압박… 이통사·제조사는 ‘시큰둥’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논란에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소비자 통신비 부담을 낮추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기업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규제수단을 동원할 방침을 밝혔다. 단통법을 제정해 스스로 업체간 경쟁을 제한해 놓고선, 상품가격을 낮추라는 것인데, 이 또한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단통법 개폐 논의를 배제하고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에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통사, 제조사 최고경영진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통신비 절감을 요구하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만 이 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른 규제로 대응하겠다는 압박이다.
이날 최 장관은 각사 별로 소비자 부담을 낮출 대책을 마련해오라 지시했고,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27일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이전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사들은 통신요금 인하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정부 압박에 전체요금제 가격을 1000원씩 인하했으나 소비자 체감 효과도 주지 못하며 3사 합산 연매출 6000억원이 감소한 사례도 있다. 17일 회동에선 '저소득층 겨냥 신규요금제와 마일리지 실질혜택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가령 번호이동을 할 경우 기존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는데,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 역시 단말기 가격 인하에 부정적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하하면 이통사에 전체 단말기에 대한 막대한 재고 보상금이 발생하는데, 이는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확대해야 하나, 대규모 가입자를 대상으로 막대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어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통법 이후 싸늘해진 민심을 감안하면 파격적 보조금 인상 없인 소비자 체감 효과를 주기 쉽지 않다.
결국 이익 추구가 우선인 기업의 '선의'를 믿고 정부와 국회가 경쟁을 제한하는 입법을 진행한 것 자체가 실책이며, 뒤늦게 기업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이 불응할 경우, 정부가 내놓을 특단의 대책이 어느 정도 수위가 될지도 관심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은 결국 민심"이라며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합리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할 수 있는 규제 수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가제와 주파수 할당, 이동통신 진입 규제 완화, 품질 평가 등 정부가 아직 활용할 규제권한이 많다는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분리공시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 자체가 보조금 인상과 단말 가격인하와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 간 줄다리기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단통법 무용론이 더 확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정근·박지성기자 antilaw@dt.co.kr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단통법 개폐 논의를 배제하고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에 통신요금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7일 이통사, 제조사 최고경영진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통신비 절감을 요구하는 국민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만 이 법을 이용한다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른 규제로 대응하겠다는 압박이다.
이날 최 장관은 각사 별로 소비자 부담을 낮출 대책을 마련해오라 지시했고,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27일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이전에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사들은 통신요금 인하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정부 압박에 전체요금제 가격을 1000원씩 인하했으나 소비자 체감 효과도 주지 못하며 3사 합산 연매출 6000억원이 감소한 사례도 있다. 17일 회동에선 '저소득층 겨냥 신규요금제와 마일리지 실질혜택 확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가령 번호이동을 할 경우 기존 마일리지가 다 소멸되는데,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 역시 단말기 가격 인하에 부정적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하하면 이통사에 전체 단말기에 대한 막대한 재고 보상금이 발생하는데, 이는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확대해야 하나, 대규모 가입자를 대상으로 막대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어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통법 이후 싸늘해진 민심을 감안하면 파격적 보조금 인상 없인 소비자 체감 효과를 주기 쉽지 않다.
결국 이익 추구가 우선인 기업의 '선의'를 믿고 정부와 국회가 경쟁을 제한하는 입법을 진행한 것 자체가 실책이며, 뒤늦게 기업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이 불응할 경우, 정부가 내놓을 특단의 대책이 어느 정도 수위가 될지도 관심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은 결국 민심"이라며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합리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할 수 있는 규제 수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가제와 주파수 할당, 이동통신 진입 규제 완화, 품질 평가 등 정부가 아직 활용할 규제권한이 많다는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분리공시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로 인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 자체가 보조금 인상과 단말 가격인하와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 간 줄다리기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단통법 무용론이 더 확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정근·박지성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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