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투명 보닛' 신기술 개발... 차체하부 장착 카메라 통해 노면영상 보여줘
자동차의 시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전후좌우 360도를 볼 수 있는 것은 기본, 앞으로는 차량의 바닥까지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사각지대 '제로(0)' 달성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사각지대 해소는 자동차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운전자의 시야가 넓어질수록 사고 위험 가능성이 낮아지고, 운전 편의성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백미러나 사이드미러에 특수 거울을 부착해 측후방 시야각을 조금 더 확보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IT 신기술을 만나 더욱 진화했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은 자동차 시야 확보 개선에 있어 가히 혁명이라 불릴 만한 시스템이다. 사방을 카메라로 비춰주며 사각지대를 없앤 AVM은 지난 2007년 닛산 인피니티의 'EX35'에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화각이 최대 180도인 카메라 4대를 차량 전후좌우에 설치, 이 화면을 자체적으로 합성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360도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독일 콘티넨탈이나 프랑스 발레오를 비롯한 세계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이 AVM 기술을 신차들에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유일의 AVM 원천기술을 보유한 이미지넥스트가 올해 중순부터 현대·기아차 및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차 등 국산 완성차 브랜드에 순정부품으로 AVM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순정부품이 장착되지 않은 차량의 경우, 현재 100만원가량의 가격에 AVM 시스템을 장착해주고 있다.
360도를 볼 수 있는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랜드로버는 현재 차량의 보닛(덮개, bonnet) 아래까지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빠른 시일 내 양산을 계획 중이다. 이른바 '투명 보닛'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차체 하부에 장착된 카메라가 노면을 촬영한 영상을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통해 보닛에 투영하는 시스템이다. 급경사나 좁은 도로 등을 지날 때 차량 아랫부분을 훤히 들여다보듯 하며 운전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특히 차량 하단의 장애물이나 지형, 바퀴의 각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이 잦은 SUV 차량에 최적화된 기능이라 볼 수 있다. 사이드미러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우회전 깜빡이를 넣으면 앞 화면에 우측 후방 영상이 뜨는 혼다의 '레인 워치(lane watch)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일반 차에 장착된 사이드미러의 시야각이 15도에 불과한 것에 비해 80도 시야각과 리어범퍼 뒤 50m 범위 이내의 차량 식별이 가능하며, 두 차선까지 가시 지역을 넓혀 더욱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현재 어코드와 오딧세이에 이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그런가 하면 사이드미러를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카메라를 장착, 내부 모니터를 통해 사각지대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도 유럽을 시작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 경우, 사이드미러로 인해 생기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까지 발생해 연비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코트라 파리 무역관에 따르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의 유럽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사이드미러가 없는 자동차 생산 승인 조치가 최종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내년부터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는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모니터링(Sightstream)'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자동차 부품업계는 종국적으로 백미러 역시 카메라로 대체돼 자동차 후방부의 모양을 유선형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자동차 업계는 내년 본격화될 '사이드미러 없는 자동차 시대'를 시장 선점키 위해 신제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의 '모델X'를 비롯해 인피니티 Q80 인스퍼레이션, 폭스바겐 'XL1', 도요타 'NS4' 콘셉트카 등이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도로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 분야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카메라모니터링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를 일반에 출시하겠다고 정부에 알려온 국내 자동차 제작사는 단 한군데도 없다"며 "기존의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방안은 여러 안전 문제를 고려해 이르면 내년까지 보다 엄격한 성능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휘도비(모니터 및 모니터 외부 밝기 비율)가 2 이하이면서, 빛을 받을 때 블루밍(모니터 내에서 빛이 퍼져 보이는 현상) 비율이 화면의 15% 이하인 기준을 맞추면 카메라모니터링 시스템 장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애프터마켓을 통해 장착하는 것은 가능하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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