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법 변경 내용
금융기관이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최고 5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그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인인증서의 의무 사용도 폐지된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우선 처리가 시급한 민생 법률 등 90개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올 초 발생했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대폭 강화된 정보보호 법률도 일제히 처리됐다.
먼저 금융회사의 정보보호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피싱, 스미싱 등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소비자들의 전자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보호방안이 포함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 법률에는 제46조제1항이 신설됐다. 금융회사가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최고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과징금 자체가 징벌의 의미가 강해 '징벌적 과징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도 공식 폐지됐다. 개정안 제21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근거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의무사용을 폐지했으며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금융보안 수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임원급으로 신설하되 다른 업무와 겸직하지 못하도록 했고(제21조의2제3항), 보안 업무는 외주업체 위탁을 금지해야 한다는 방안(제40조제6항)도 포함키로 했다.
전 세계 유래 없는 '실시간 계좌이체' 서비스로 전자금융 강국이 된 한국이지만, 이를 악용한 피싱, 파밍, 메모리해킹, 스미싱(휴대전화 문자사기) 등 각종 전자금융사기가 창궐함에 따라 '지연 이체'를 법으로 규정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용자가 원하는 경우 전자자금이체의 거래지시를 하는 때로부터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지급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것(제13조제2항 신설)이다.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금융사기 등 문제가 심각한 스미싱, 스팸문자 등을 근절하기 위해 '발신번호 위변조'도 원천 금지된다. 개정안 제84조의2를 신설해 이동통신사(전기통신사업자)에게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번호의 차단 등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스미싱이나 스팸 등이 주로 인터넷 문자발송 서비스를 악용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 인터넷발송 문자서비스 사업을 등록제로 전환(안 제2조제13호·제22조제2항제1의2호 신설)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법률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후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법률들이 시행되면 기업의 정보보호 의무가 크게 강화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자체 보안 역량 강화 및 전문인력 확충, 보안 설비 투자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 대형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정보보호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치솟아도 정작 기업은 보안 분야 투자를 하지 않았다. 국내 보안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법률이나 정책 등이 어떻게 바뀔 지 몰라 기업이 투자를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정보보호 관련 법률을 일제히 통과시키면서 기업의 투자도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안 정책 전문가는 "기업에게 투자를 유인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이슈"라면서 "의무 조항이 발효되면 우선적으로 해당 사항을 사업장에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예정됐던 보안 투자도 미룬 경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번 법률 통과로 인해 투자 역시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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