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등 주력 계열사 실적부진 심각… 신사업 정리·임원교체 가능성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를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사면 여론이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는 가운데, 부진의 늪에 빠진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에 부담 털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 상반기 부진을 면치 못한 양대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계열의 한 관계자는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그룹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SK텔레콤까지 염두에 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 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케미칼, SK C&C, SK건설, SK가스, SK네트웍스 등 12개 주요 계열사들은 3조8800억(실적 추정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소폭 늘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상황은 암담하다. 11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2조1411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보다 적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논의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1754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SK텔레콤 역시 79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는 84% 수준에 그쳤다.
실제 지난 7월 SK 계열 최고경영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SK아카데미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는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초청 강연도 없었으며, 계열사 대표들은 경영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주력 사업인 정유 업황이 너무 안 좋은 데다 PX(파라자일렌), 중·대형 배터리 사업 등 대규모 투자 결과가 좋지 않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추진하던 신규 사업은 투자 중단 혹은 사업 정리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연료전지와 태양전지 사업을 중단했으며, 최근에는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등을 만드는 SK유화를 SK케미칼에 넘겼다. 내부에서는 배터리와 전자소재 등 신규사업 상당수를 추가로 정리할 가능성도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신규사업을 위해 영입했던 인력 상당수를 구조조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텔레콤 역시 조직 다이어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주력인 유·무선 사업의 업황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SK플래닛 등이 기타 신규사업 부문에서 16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올해 초 150여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바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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