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KTB증권 대표 사의… 유상호 한투사장 8년 재임 '최장수'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증권업계 수장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반면, 장기간 수장 자리를 지켜내며 주목을 끄는 CEO들도 있다.
지난달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찬수 KTB증권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임기가 2년여 남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의 표명이다.
특히 강 대표는 KTB금융그룹 오너인 권성문 회장이 업계 최고 대우를 내걸고 직접 선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강 대표의 사의 표명은 실적 부진에 따른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KTB투자증권은 올 2분기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7억원)보다 적자규모가 다소 커졌다.
영업손실을 기록하긴 했으나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는 성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권성문 회장과의 불화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실적 부진 등으로 일찌감치 자기와 맞지 않은 자리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한 달 전에 이미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권 회장이 직접 선임한 인물인 만큼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증권사 수장의 중도 퇴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김기범 KDB대우증권 대표는 임기를 약 8개월 가량 남기고 돌연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은지주와 KDB대우증권 경영진간의 갈등이 있었던 점이 결정적인 사퇴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중도 하차 CEO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장기간 수장 자리를 지켜낸 CEO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대표적으로, 유 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8년 연속 재임에 성공한 최장수 CEO다. 2012년부터 대신증권 대표를 지내고 있는 나재철 사장도 올 초 연임에 성공했으며 비슷한 시기 대표에 오른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연임이 결정되며 2년 이상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선임된 지 1년 남짓의 '신입 사장'이나 업계 이목을 끌고 있는 수장도 있다.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 오른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매도 리포트를 대폭 늘리고 매매수수료 기준으로 지급하던 개인 성과급을 폐지하는 등 신선한 경영 행보로 업계 안팎에서 비교적 호평받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평가는 아무래도 실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업계 전반이 워낙 불황이다 보니 큰 변화 없이 연임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아닌 경우 일찌감치 자리를 뜨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KTB투자증권의 후임 인사는 이번 주 중 윤곽이 드러날 예정으로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2~3명이 후보로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KDB대우증권은 오는 11월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임시 주총이 예정돼 있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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