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티탄산화물 박막코팅을 이용한 약물방출 심장혈관 스텐트 모습. 정명호 전남의대 교수 연구팀 제공
뛰어난 기술은 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 산업 구도와 인류 생활을 바꾸기도 한다. 정부가 R&D 성과가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게 '서랍속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에 적극적인 까닭이다. 아직 사업화되지 못 했지만 상품화 경쟁력이 우수한 유망 기술을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선정해 소개한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협심증,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급증하며 성인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다. 스텐트는 혈관 크기에 맞게 얇은 금속으로 제작한 원통 모양의 그물망으로, 혈관을 넓혀주고 다시 혈관 협착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스텐트는 국내에서 제조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국산화는 물론 해외 기업보다 우수한 제품으로 세계 수출 시장에도 도전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명호 전남대 의대 교수(순환기내과)는 '티탄산화물 박막 코팅을 이용한 약물방출 심장혈관 스텐트' 제조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 교수가 개발한 스텐트는 기존 금속 스텐트에 이산화티탄 박막을 씌우고, 표면에 항혈전제, 신생내막 과다 생성 억제제 등의 약물을 화학적으로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기존 약물코팅 스텐트 제조에 쓰였던 고분자 물질로 된 중합체(폴리머)를 사용하지 않아 염증·산성화 등 부작용이 없고, 혈관 내피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해 혈전 발생과 재협착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돼지를 이용한 전임상 시험 결과 이 스텐트는 현재 상품화돼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외산 스텐트 제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내막증식 억제 효과를 보여줬으며, 혈관 내 염증 반응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공정이 간단해 제품 제조 시 인력과 시간을 절감함은 물론, 폴리머를 사용하지 않아 현재 시중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스텐트에 적용된 표면 코팅 기술은 인공 뼈와 정형외과용 핀, 플레이트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 교수는 미래부 연구성과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에 도전하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약물 방출 스텐트는 매우 고가"라며 "이 기술이 임상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수입대체 효과와 수출에 의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