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ERP 1위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이 엑셀을 가장 많이 쓴다고 들었습니다. 업무에 ERP가 완전히 녹아 들어가 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요. 아밥(ABAB) 툴을 이용해 고쳐 쓰다 보니 원래 솔루션은 핵심만 남고 결국 회사에서 쓰고 있는 것은 누더기 ERP가 돼버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합니다. 이런 사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솔루션을 제공하니, 고객은 우리 솔루션에 맞추라'는 자만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벤더사를 쫓아갑니다. 세계 최고 브랜드니까요. 현장에서는 기업 사정과 딴 판으로 돌아가고 있는데도 말이죠. 결국 ERP가 제 기능을 못하고 수작업(엑셀)에 의존하게 되는 겁니다."
'오픈 솔루션 ERP'로 ERP 포화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주)이맥스 이재용 대표(사진)는 대기업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ERP 도입 실패 사례들을 열거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 원인을 패키지화된 솔루션에 기업업무를 맞추는 데서 찾았다. 고가 브랜드일수록 고객 보다는 자신들의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ERP가 업무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업무가 ERP를 위해 있는 것으로 돼버렸다는 설명이다.
"수 십억 원을 들여 도입한 ERP가 실은 엑셀 없이는 보고서도 내놓을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임원들이 위에서 눌러 도입한 솔루션에 반기를 든다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데 어떤 실무자가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불편을 감수하고 누더기 ERP를 그냥 쓸 수밖에요. 20%에 달하는 유지보수료는 아무 의미 없이 나가는 겁니다. 이는 마치 고가의 기성복을 샀다가 몸에 잘 안 맞으니 집에서 수선해 입는 경우와 같습니다. 처음부터 맞춤옷으로 구입했더라면 저렴도 하고 수고를 덜 수 있는데 말이죠."
ERP구축 기업의 사내 전산실에 소스를 제공하는 이맥스의 오픈 솔루션 ERP 플랫폼 '프레임 7'은 현재 업종을 망라하고 국내 전 ERP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80억 원)을 거뜬히 넘을 참이다. 지난해(43억 원) 대비 2배 이상 성장이다. ERP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룬 성과여서 이맥스는 요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맥스의 오픈 솔루션 ERP '프레임(Frame)7'. ERP 구축 기업에게 소스를 100% 공개하고 사내 전산인력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개발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 유지보수 여지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구축비용 역시 고가 패키지 ERP에 비해 최대 10분의1 정도 저렴하다. 이맥스 제공
이맥스는 개발과 영업 및 마케팅 회사를 별도로 운영한다. ERP 개발이 '골수'에 박혔다는 이맥스솔루션 이재기 대표가 개발사 이맥스솔루션을, ERP 현장 적용 사정에 누구보다도 밝다는 이재용 대표가 (주)이맥스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6년 전 자동차 부품 업종 ERP을 개발하다 우연히 알게 됐다. 당시 이재용 대표가 실무에 능한 부품 ERP 솔루션을 물색하다 평택 쌍용자동차의 ERP 개발을 맡았던 이재기 대표를 만났다. "이맥스 ERP의 특징은 소스를 공개하고 기업 내 전산실 직원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는 겁니다. 또 해당 분야 최고의 경험과 개발 노하우를 가진 개발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하지요. 이맥스는 자동차 부품, 금속가공 기계 장비, 압출 성형 사출 등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전념하고 다른 분야는 타 업체와 공동 작업을 합니다. 사내 전산 인력을 참여시킴으로써 사후 유지보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유지보수료를 제로로 책정하거나 있어도 매우 저렴하지요."
이맥스가 기업 전산실과의 협력을 전제로 오픈소스 솔루션에 매진한 것은 패키지 ERP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패키지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다국적 거대 브랜드의 고가 제품과 다른 하나는 저가의 범용 제품들이다. 많은 기업이 효율성과 비용 측면에서 패키지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낮은 업무 적합성으로 인해 IT 기업 지원의 한계에 봉착하고 활용도는 떨어졌다. 이맥스는 패키지 ERP로 점차 사라지는 전산실을 재구축하고, ERP 소스를 제공해 현업을 즉시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야만 현업의 만족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IMF 이후 전산실 해체와 더불어 주를 이뤄온 패키지 ERP는 이제 시장에서 퇴출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은 오픈 솔루션 ERP"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최근 매출 7000억 원 정도 하는 섬유 봉제 업체의 회계 영업 ERP를 윈백으로 구축했는데, 이 업체는 최고 브랜드 ERP를 막연히 도입했다가 현업에서 수정을 못해 그냥 엑셀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매년 2 억원의 유지보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우도 고가 패키지 ERP에 경종을 울린다. 매출 1조 2000억 원 규모의 또 다른 기업은 본사 회계 ERP만 이맥스가 제공하고 해외 지사는 전산팀에 소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쳤다고 한다. 만약 이 기업이 국내외 본사와 지사에 대한 ERP를 패키지로 구축한다면 수 십억 원을 투입해야 했을 것이다. 이맥스는 2억 원 정도에 구축을 마쳤다.
타 개발 업체와 협업 체제가 잘 갖춰진 것 역시 이맥스의 강점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최대 규모 인쇄출판 기업의 ERP 구축을 수주했는데, 해당 분야 전문 개발사를 찾아 협업 제안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이맥스의 '오픈' 솔루션 ERP의 의미는 소스 공개와 전산실과의 협업으로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경쟁업체와도 협력해 최상의 솔루션을 만든다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맥스의 ERP 개발 플랫폼 '프레임(Frame)7'은 그래서 '.net 기반 개발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이맥스가 개발사 네트워크에 밝은 것은 이 대표가 2005년부터 2년 동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부 지원 '중소기업 IT화 콜센터'를 담당하며 전국 ERP 개발사를 속속들이 조사하고 다닌 이력 덕택이다.
"ERP시장이 성숙시장이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ERP 재구축 수요와 실패 경험을 극복하고 새롭게 ERP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습니다. 이제 고가 패키지 ERP 시대는 갔고, 소스를 100% 제공하며 수행과정에서 모든 기술을 전산실에 제공하는 오픈 솔루션 ERP가 각광받을 겁니다. 비용 대비 효과와 다양한 확장성 보장 측면에서 그리 갈 수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