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그랜저에 밀려 입지 축소… 수입 중형차 가격할인 공세에 위기감 고조
현대자동차의 대표 중형차 쏘나타가 최근 판매 저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반기 폭스바겐 파사트와 토요타 캠리 등 경쟁력 있는 수입 중형차들의 반격까지 예고돼 있어 자존심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22일 현대차에 따르면 LF쏘나타(사진)의 8월 판매량은 5596대다. 출시 첫달이었던 4월 1만1904대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신차 효과는 그 다음달인 5월(1만324대)까지만 이어졌을 뿐, 6월 들어 6925대로 대폭 급감하면서 이 같은 하락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 모델인 YF쏘나타가 출시 5개월 차에도 1만3962대의 판매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진 셈이다.
업계는 LF쏘나타의 판매 부진 요인을 크게 두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준준형 아반떼와 준대형 그랜저의 인기 상승으로 구매층이 나뉘어 이동하면서 브랜드 자체 차급별 경쟁에서 중형차 쏘나타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영업관계자는 "아반떼가 성능과 안전, 편의사양을 꾸준히 보완하고 있는 데다, 그랜저는 가격 면에서 '기왕이면 몇백만원 더 얹어서 큰 차로 가자'는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쏘나타를 덜 권유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계의 가격 할인 공세로 쏘나타와 수입 중형차 간의 가격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도요타 라인'으로 불리는 도요타 캠리의 가격 하향 정책선이다. 캠리는 2010년 3490만원에서 2012년 3370만원, 2013년 3350만원까지 조금씩이지만 매년 가격을 낮추고 있다. 배기량과 출력, 토크 등 주행성능 등 대부분 측면에서 캠리가 우월한 점을 고려하면 캠리의 체감 가격대가 3000만원까지 내려온 셈이다. 쏘나타의 2.4 GDI 최고가격은 2990만원이다.
도요타는 오는 11월 또 한번 파격적인 가격과 옵션으로 무장한 2015년형 캠리를 들여올 것을 예고했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2015년형 캠리의 기본 트림 LE의 가격은 2431만원이다. 국내에는 옵션이 더 추가돼 들어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당장 쏘나타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미약하지만 이전처럼 경쟁력 있는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요타 측은 전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0일 파사트 1.8 TSI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기존 판매 모델인 2.5 가솔린보다 엔진 사양을 낮추는 대신 가격도 380만원 인하해 3450만원으로 책정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기준으로 수입 중형차 누적 판매대수 9만8042대를 기록, BMW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르며 중형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파사트 1.8의 경우 지난달 출시돼 아직 공식 판매량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물량이 계약을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아직 절대적인 판매대수에서 쏘나타와 직접 견줄 순 없지만 도요타 신형 캠리까지 출시될 경우 수입 중형차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쏘나타에 긴장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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