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상실한 'ICT혁신기술' … 원인 분석
'MP3' 특허료 3조 날리고 '와이브로'는 LTE에 밀려
'삼성 미츠폰' 멈칫하다 애플에 '스마트혁명' 빼앗겨
첫 상용화 '모바일결제기술' 애플페이·알리페이에 내줘
'MP3' 특허료 3조 날리고 '와이브로'는 LTE에 밀려
'삼성 미츠폰' 멈칫하다 애플에 '스마트혁명' 빼앗겨
첫 상용화 '모바일결제기술' 애플페이·알리페이에 내줘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주도하는 혁신기술의 상당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출발했지만, 세계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번번이 해외 기업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혁신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 과도한 규제에 가로막히거나, 세계 시장의 생태계와 원천 특허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을 지원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계화에 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하고도 주도권을 빼앗긴 스마트폰과 4세대 이동통신(와이브로), MP3플레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결제 등 ICT 혁신 기술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세계화 전략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스마트혁명 기회 놓친 삼성 미츠(MITS)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개념을 제시한 스마트폰 사례는 가장 뼈아픈 경험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당시 무선사업부문 사장이던 이기태 전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세계 최초의 MS 윈도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미츠'(MITS)를 선보였다. 이 전 부회장은 2000년 부터 "손안에 세상을 담는 새장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최적의 인터페이스와 앱스토어 개념까지 구상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서비스사업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을 우려한 이통사들의 교묘한 방해공작으로 한계를 절감해야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MOU를 맺고 상생의 세상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려는 MS의 욕심으로 2006년 MOU는 파기되고 말았다. 이 전부회장은 2006년 구글을 찾아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귀국하자마자 무선사업부문에서 물러나고 만다. 삼성은 스마트폰사업은 포기하고 저가폰 시장에 전력투구했다.
반면 한국의 미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애플 스티브잡스는 2008년 아이폰을 선보인다. 통곡할 일이다.
◇ LTE보다 앞선 와이브로, 규제에 가로막혀= 전 세계 4세대 이동통신 기술방식의 대세로 자리잡은 LTE보다 우리나라는'와이브로'라는 4G 기술을 5년이나 앞서 상용화했다. 2006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와이브로는 그러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 규제와 업계 견제에 가로막혔다.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지 않고 데이터 전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시 환경에서 이동통신의 8차선 고속도로를 뚫어놓고도 승용차 대신 화물차만 다니도록 한 뼈아픈 실수로 손꼽힌다.
◇MP3플레이어, 특허료만 3조원 날려= 워크맨과 컴팩트디스크(CD)를 밀어내고 음악감상의 대세가 된 'MP3플레이어' 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이다.
디지털캐스트라는 벤처기업은 IMF 시절이던 지난 1997년 MP3 음악 압축 파일을 워크맨과 같은 별도의 단말기에서 재생하는 '엠피맨'을 상용화했다. 이후 MP3플레이어는 워크맨을 밀어내고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아이리버, 새한미디어, 거원 등 국내 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애플의 '아이팟' 혁신에 가로막힌다. 애플은 지난 2001년에야 첫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내놓을 정도로 후발주자였지만, 음악을 하나의 온라인 장터에 모아 판매하고 재생하는 '아이튠스스토어'를 2003년 선보인 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해버렸다. 이러는 사이 국내 MP3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자기들끼리 분쟁 끝에 특허를 대부분 미국 특허괴물 기업에 팔아버렸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MP3 특허료 수익은 약 2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특허료 수익마저 날려버린 셈이다.
◇ SNS의 시초 '싸이월드'는 온데 간데 없고…외국계 SNS가 시장 장악= 2001년 전 국민을 '미니홈피'로 이끌었던 싸이월드.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원조 SNS로 평가받으며 해외 주목도가 높았다. 미국 CNN방송은 싸이월드를 한국이 앞서나가는 IT문화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특히 싸이월드가 선보인 '도토리'는 사이버 가상 머니의 원조 격이라 평가받는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중국 최대 IT기업 중 한 곳이 싸이월드에 투자를 제의할 정도로 세계가 주목한 서비스다.
싸이월드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는 것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출시가 해외보다 늦었다. 2007년 애플이 발표한 아이폰에 전 세계가 열광했지만, 우리나라는 2년이나 늦은 2009년 후반에서야 아이폰과 스마트폰에 눈을 떴다.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해외 SNS들은 싸이월드보다 수년 뒤에나 서비스들을 선보였지만,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며 시장을 재패했다.
◇ 모바일 결제 첫 선보인 한국…중국에 안방까지 내줄 판= 2000년 7월, 국내 결제대행업체인 다날은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다날은 앞선 기술력으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비슷한 시기(1998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페이팔은 미국 최대 쇼핑 업체인 이베이에 인수된 후 세계 온라인 쇼핑 결제액의 18%를 점유하는 최대 온라인 결제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역시 중국 전체 모바일 결제 시장의 50%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미 10여 년 전에 앞선 결제 기술을 선보였지만, 토종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규제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공인인증서는 금융 보안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결제 분야에는 큰 걸림돌이 됐다. 서비스 테스트베드가 돼야 할 내수 시장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 해외 시장에서 고전은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그나마 올 들어 규제 완화와 간편결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미 주도권을 잡은 페이팔을 비롯해 아마존,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 글로벌 회사들 역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경쟁이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혁신적 ICT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에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세계적 흐름을 완전히 놓친데다, ICT 전담부처인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며 토종 기술의 세계화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지적이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후 이번 정부 들어 ICT 전반을 책임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겼고 벤처 창업에 대한 열기도 뜨거워졌지만, 여전히 ICT 세계화 전략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해 중국이 세계 ICT중심 국가로 성장하고 있어, 정부가 기업과 함께 서둘러 ICT 세계화 전략과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김지선기자 jspark@·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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