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신기술로 차체경량화 나서… 공기역학적 설계로 연비향상
자동차의 '몸무게'는 그동안 계속해서 늘어왔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뛰어난 주행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큰 엔진이 필요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차체는 더 무거워지는 함정 아닌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의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시장은 '고성능'보다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에 자동차 환경 규제라는 것이 탄생했고, 곧 자동차 시장은 깐깐한 규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특히 하반기 신차 경쟁에 불을 지필 차량들 모두 각자의 신소재·신기술로 차체 경량화에 성공한 것을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8일 쏘렌토의 풀체인지(완전변경) 3세대 모델 '올 뉴 쏘렌토'를 출시하면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소개했다. CFRP는 힘을 주면 쉽게 구부러지는 기존 플라스틱과 달리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쓰이는 강판과 강도는 비슷하지만 무게는 절반 이하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는 이 소재를 파노라마 선루프 프레임을 만드는 데 적용했다. CFRP가 차량에 적용된 것은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처음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파노라마 썬루프에 첨단 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줄임으로써 연비를 향상시킨 것뿐만 아니라 무게 중심으로 아래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얻어 주행 안정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르노삼성자동차는 3년 만에 SM7의 전면부 디자인을 확 바꾼 '뉴 SM7 노바'를 지난 3일 출시하면서 마그네슘을 적용한 차체 부품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은 뉴 SM7 노바의 뒷좌석 파워시트와 트렁크가 맞닿는 부분에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마그네슘 판재 차체 부품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이 마그네슘 판재 부품 적용으로 3.6㎏이던 기존 철강 소재 부품을 1.4㎏으로 대폭 경량화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르노삼성의 시도는 마그네슘을 단독으로 차체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그네슘은 그동안 알루미늄 합금을 만드는 보조 역할을 해왔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 관계자는 "양산차 최초로 마그네슘 소재 판재를 SM7에 적용하면서 신소재에 대한 가능성을 검증했다"며 "향후 자동차부품 시장에 경량소재인 마그네슘 판재를 확대 적용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최근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띄는 수입차 업계 역시 신차 발표를 앞두고 차체 경량화 부분을 강조해 예고하고 있다.
BMW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i8'을 이달 중으로 선보인다. CFRP를 비롯해 파워 트레인과 고전압 배터리·섀시 등이 통합된 드라이브 모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공차중량이 1485㎏인 것이 특징이다. 경량화한 차체와 공기역학적 설계로 복합연비는 유럽기준 57.2㎞/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당 43g을 자랑한다.
아우디는 최근 선보인 플래그십 모델 신형 'A8'에 알루미늄 차체 기술인 ASF(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를 적용해 무게를 기존 대비 120~140㎏ 이상 감량했고, 닛산도 스포츠카인 'GT-R' 차체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재규어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공개한 스포츠 세단 'XE' 역시 알루미늄 사용이 대폭 늘어난 차체가 특징이다. 고성능 모델인 XE S의 경우 똑같이 6기통 엔진을 쓰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의 차량보다 최소 158㎏ 가볍다는 게 제작사의 주장이다. XE의 복합연비는 유럽기준 31.8㎞/ℓ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양한 신소재·신기술이 점차 완성차에 녹아드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철강이다. CFRP,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경량화 소재는 철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판에 비해 성형이 어렵고 산화, 부식 등에 취약한 한계가 있어 기술적인 발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경량화 소재의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알루미늄 판재 관련 수요는 앞으로 5년간 25%씩 증가하고, CFRP의 사용는 2012년 2150톤에서 2020년 10배 이상 증가한 2만3000톤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량의 '다이어트'는 어떤 완성차 제조업체도 피해갈 수 없는 핵심 숙제라는 얘기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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