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감축·경영정상화 이행 위해 신사업 줄여 인력수요도 감소
신규채용 실적 평가선 불이익 우려… "제도 모순" 지적 잇따라
신규채용 실적 평가선 불이익 우려… "제도 모순" 지적 잇따라
앞뒤 안 맞는 정부의 공기업경영평가제도 때문에 에너지 공기업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너지 공기업들 사이에서 공기업경영평가제도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제도는 에너지공기업으로 하여금 한쪽으로는 채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면서도 또 다른 한쪽으로는 신규채용을 종용하고 있어 모순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영평가 시,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 실적뿐 아니라 청년미취업자 고용실적,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고용실적 등에 대해 배점을 부여해 점수화하고 있다.
신규채용에 해당하는 청년미취업자 고용의 경우, 실적에 따라 0.5~1.3점의 점수를 부여하며, 실적이 낮을수록 0.5점에 가까운 점수를, 실적이 좋을수록 1.3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기업 평가에서 3~4점 차이로 등급 구간이 결정되기 때문에, 청년미취업자 고용실적 배점인 1.3점은 작은 점수가 아니다"며 "올해 신규채용 실적이 저조한 공기업은 내년도에 진행되는 '2014년 공기업 경영평가'의 채용지표에서 그만큼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에너지 공기업들이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정상화 의무 이행에 조직 운영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존 사업은 축소하고 신규사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인력 수요도 줄고 있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방만경영 정상화, 부채감축 의무로 신규채용 길을 막아놓고는 신규채용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낮은 등급 받기 싫으면 있는 사람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 채용하는 식의 편법이라도 쓰라는 얘기"라며 덧붙였다.
현 평가체제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에너지 공기업들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올해 상당수 에너지 공기업의 신규채용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 채용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가스공사의 올해 신규채용실적은 지난해보다 94명 줄어든 165명에 그쳤고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보다 64명 줄인 33명을 신규채용했다.
한수원과 한국중부발전, 남부발전의 신규채용 인원은 작년과 비교해 각각 30명, 17.6명, 13.5명 줄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올해 신규채용 인원을 4명 줄였고, 지난해 819명을 신규채용한 한전은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800명 내외로 신규채용자 수를 맞출 계획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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