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제작 공유 ‘트위터 바인’ 앱 SNS서 돌풍… KT,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 시상식
"아무리 잘 만든 10분짜리 영상이라고 해도 6초짜리 영상의 파급력에 미치지 못합니다. 국적, 언어, 역사 불문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6초짜리 영상이 전 세계에 공유되기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국내 영화제 최초로 1분과 6초짜리 영상을 시상식 무대에 올린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준익 감독은 '짧은 영상이 영화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KT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세계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출품할 수 있다. 올해는 기존 10분 부문에 1분과 6초 부문을 새롭게 추가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시상식이 이뤄졌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이준익, 진원석, 봉만대 감독 등 영화계의 유명인사 3인방은 변화하는 IT환경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쏟아냈다.
그들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객이 보여주는 새로운 행태에 주목하고 있었다. 진원석 감독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그것이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를 창출한다"며 "오늘날 관객은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지 않고 스마트기기로 보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적합한 기기도 스마트폰이고 내러티브(이야기의 전개방식)도 모바일기기에 맞게 당연히 바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몰리는 관람 문화, 그 정점에 있는 것이 1분 이내의 초단 영상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지난해 1월 출시된 '트위터 바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활용됐다. 이 앱은 6초짜리 영상을 제작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는 모바일 그 자체의 새로운 장르, 새로운 문을 열겠다는 의도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1분짜리와 6초짜리 영화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트위터 바인이 지닌 폭발력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짧고 강렬한 영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반복 재생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생산해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봉만대 감독은 "6초의 짧은 영상은 우리가 긴 영화를 의무감으로 봐야 하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청 형태의 태동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 영상의 특징은 크레딧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를 꾸준히 바라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짧지만 깊이 있게,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이미 영화를 촬영해왔던 봉 감독은 스마트폰 카메라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이 영화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이 더욱 커졌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720p(HD급)가 많았다면 올해는 해상도가 1080p(풀HD)로 많이 제작되는 등 매 회마다 영화 화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는 쿼드HD(QHD) 스마트폰이 나왔고, 내년에는 UHD(4K) 스마트폰이 본격 확산하면서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세 감독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문법'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익 감독은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는 욕망이 충분히 있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채널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반드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길 것이고,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디바이스로 콘텐츠 생산에 적극 뛰어들어야 우리 영화가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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