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독자생존 원년… 지속가능 성장위해 그룹의존 탈피
공공부문 600억 매출 목표 상반기 수주사업 완수 총력
IT전문성 바탕 토털솔루션·서비스 중심 영역확장 추진
■ 신종현 LIG시스템 대표
대담 = 임윤규 IT정보화부장
갈수록 나빠지는 공공SI부문 수익성, LIG그룹의 LIG손해보험 매각에 따른 매출감소, 사업 다각화 등 신종현 대표가 CEO 취임 첫해 마주하고 있는 난제들이다. 그런데 취임 9개월여가 되어가는 지금, 신 대표의 표정은 밝다. 내부 조직의 혁신과 LIG시스템 만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는 작업이 성공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 대표는 "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한 그룹의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LIG시스템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자신했다.
"정직해라, 특히 IT 구매 계통에서. 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리고 감사하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하루에 버스 두 대밖에 다니지 않았던 경상북도 경주 산골짜기 출신. 형산강을 벗 삼아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자취생활은 결혼 전 직장생활까지 이어졌다. 삶의 궤적을 보니, CEO로서 그의 첫마디가 이해되기도 한다.
중견 IT서비스기업 LIG시스템 신종현 대표. 그는 중견기업이 IT서비스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흔히 나올 법한 정부의 정책지원 등에 대한 토로를 뒤로하고 회사 내부의 조직문화 혁신 얘기를 먼저 꺼냈다.
LIG시스템은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 2년차인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 차세대시스템, 병무청 신 병무행정시스템, 건강보험 장기요양 통합정보시스템 등 사업규모가 200억원을 훌쩍 넘는 대어를 낚으며 공공정보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IG시스템 대표로 선임되기 전 작년 말까지 신 대표는 IT서비스 대기업, 한 분야에서 30여년간 일했다. 그 중 7년의 임원 경험은 그가 CEO가 된 지금, 혁신속에 안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신 대표는 매출과 이익을 목표로 내세우기보다는 LIG시스템의 기반을 잡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신 대표는 LIG시스템이 지난 10년간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등 업무가 복잡하기로 유명한 금융과 국방산업에서 IT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LIG손보가 매각절차를 밟으면서 LIG시스템은 올해를 독자생존 원년으로 삼고 있다. LIG손보를 매각하면서 200억~300억원 되는 매출도 함께 사라졌지만, 대외사업을 통해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대표는 특히 공공SI사업 특성을 파악한 전략적 인력운용과 사업선택에 신경을 쏟고 있다. 공공사업은 프로젝트를 하기까지 대기시간이 길어 특히 1분기는 보릿고개로 불리는 반면 4분기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지보수사업을 늘려 인력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면서 직원과 회사의 가치가 일치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임윤규 IT정보화부장 yklim@dt.co.kr -올해 LIG시스템 창립 10주년이라고 들었다. LIG시스템의 역사와 성장배경에 대해 설명해달라.
"LIG시스템은 LIG그룹의 IT전문기업이다. 2004년 LIG손해보험의 IT운영조직 일부를 분사시켜 공식적인 기업으로 출범했다. 2009년 손해보험 차세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을 교두보 삼아 LIG넥스원, 건설 등 그룹 내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그룹 내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본격적으로 대외사업을 확장한 것은 2011년부터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룹 의존적인 사업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 공공정보화 시장의 중심이 중견 IT서비스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난 3년 간 대기업 출신의 공공 전문가를 대규모로 영입함과 동시에, 공공시장에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작년에는 매출 1000억을 돌파했고, 그룹 외 매출비중 40%라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LIG시스템은 그룹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번 LIG손해보험 매각으로 인한 그룹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룹 의존도를 낮춰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작년 그룹 외 매출비중이 40%를 넘었으며, 올해는 60%까지 증가할 계획이다. 이번 손해보험 매각이 당장 회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아웃소싱 조직을 대규모로 교체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며, 안정화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특히 업무가 복잡한 금융IT는 2~3년도 촉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3년 정도는 현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보험 IT아웃소싱 조직 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룹 외 금융사업 진출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매각 후 어떤 식으로든 그룹 투자가 활성화되면 당사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IG시스템은 공공정보화시장에서 부상하는 기업 중 하나다. LIG시스템만의 차별점이나 강점이 있다면.
"우리 회사는 지난 10년 간 업무가 복잡하고 IT장애에 민감한 금융과 방위산업에 IT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회사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굵직한 차세대 사업을 여러 차례 추진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점들이 공공사업 진입 초기에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었던 것 같다. 지난 몇 년 간 그룹 내 사업 경험을 그룹 외 사업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내재화하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그룹 외 SI부문에서 CMMi 레벨3, IT아웃소싱 부문에서는 ISO20000 인증을 획득하였다. 올해는 전사 차원에서 공공기관 IT유지보수 및 IT아웃소싱 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CEO 직속에 조직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경험 있는 공공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기존 대기업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지원조직을 정비하고 체계나 도구들을 빠르게 갖췄다. 최근 200억~300억대 대형사업 수주는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하반기 LIG시스템의 목표는.
"올해 공공부문에서만 매출 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 건강보험 장기요양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 병무청 차세대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을 수주하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상반기 수주한 차세대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전사차원의 지원과 관리에 혼신을 다할 것이다. 공공기관 IT유지보수 사업도 눈여겨보고 있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현재 대형 IT서비스사가 운영 중인 유지보수 사업들이 금년도 하반기에 계약 종료된다. 안정적인 매출과 장기적인 고객확보를 위해 유지보수 사업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둔화된 국내 IT서비스 시장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LIG시스템의 성장전략과 중장기 목표, 구상하고 있는 신사업이 있다면.
"현재는 공공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공공사업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고 공공사업 편향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IT 전문성을 바탕으로 토털솔루션·서비스 중심의 비 IT분야로도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소규모 투자로도 빠른 신사업 추진이 가능한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활용하여 헬스케어, 소셜, 교육 분야에서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 사업을 검토, 추진 중이다.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나 해외사업 등을 포함해 오는 2018년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사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18년이면 전체 매출의 20%를 신사업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IT서비스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사례들이 있다. 추후 M&A를 계획하고 있는지.
"우수한 기업이 매물로 나온다면 검토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보안솔루션이나 금융전문기업, 임베디드SW기업 등을 수시로 검토하고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 SW기업을 인수한다면 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IT분야가 아니더라도 IT를 접목해 기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비IT영역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내 IT서비스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이미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기업들과 같이 그룹 기반이 튼튼하다면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오래 버틸 수가 있기 때문에 쉽게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중견 IT서비스기업들 사이에서는 더 빠르게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수한 그룹 외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한 기업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최근 동양네트웍스나 동부CNI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이면 중견 IT서비스기업들이 수주한 대형 사업들이 차례로 완료된다. 그때면 시장에서 진짜 실력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가 옥석이 되기 위해 오늘도 더 열심히 뛰고 있다."
-국내 공공정보화시장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나 자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공공기관 발주관행 개선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일반경쟁(기술, 가격 혼합평가)이 대표 입찰방식으로 보편화되면서 저가입찰관행은 대부분 해소됐다고 본다. 공공 정보화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유는 저가입찰보다는 우선협상 및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잦은 과업변경 때문이다. 과업변경 시 합리적으로 예산을 산정하는 문화 및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 첫 해,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 있다면.
"올해는 우리 회사만의 조직문화를 정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한 직원들이 많이 모였다. 취임 후 직원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만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이 LIG시스템이라는 이름 안에서 하나가 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신바람 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 이것이 나중에 LIG시스템이 더 크게 성장했을 때 내가 남긴 가장 값진 유산이 되길 바란다. 신바람 나는 조직문화를 위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여러 조직문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신바람위원회 이외에 성희롱예방위원회도 있고 자기자신찾기위원회도 만들 생각이다. 이 위원회들을 중심으로 시네마데이트, 학습칼럼운영, 월드컵 단체응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바람 나는 일터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성과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동료와 함께 성과를 만들었을 때보다 더 신바람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리=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 신종현 대표는…
◇출생연도 : 1958년
◇고향 : 경북 경주
◇가족관계 : 부인, 자녀 2명
◇취미 : 바둑
◇종교 : 기독교
◇좌우명 : 감사하며 살자
◇학력
-1976년 경주고 졸업
-1983년 성균관대 수학교육학 졸업
◇경력
-1983년 범한화재(현 LIG손보)입사
-1987년 LG CNS(옛 STM)그룹 전배
-2003년 LG CNS LG화재담당 수석
-2004년 LG CNS LG카드담당 수석
-2006년 LG CNS 공공사업지원부문장
-2007년 LG CNS 공공/금융사업본부 금융사업부 상무
-2009년 LG CNS 금융/통신사업본부 금융전략사업부 상무
-2011년~2013년
LG CNS 금융/통신사업본부 금융1사업부 상무
-2014년 (현) LIG시스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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