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혁신 실리콘밸리도 젠더불균형 매우 심각
한국 ICT전문 여성비율 2011년 16% 수준 그쳐
젠더 다양성 높여야 부가가치 시장 열릴 것
한국 ICT전문 여성비율 2011년 16% 수준 그쳐
젠더 다양성 높여야 부가가치 시장 열릴 것
![[시론] 정보통신분야 젠더 격차 해소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409/2014091102102369607001[1].jpg "[시론] 정보통신분야 젠더 격차 해소 시급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은 얼마나 될까? 지난 5월 구글은 자사의 인력 다양성 데이터를 공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여성 엔지니어는 17%에 불과했다. 이는 여성 고위직 임원 비율 21%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그나마 구글은 실리콘밸리의 여타 기업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파일공유 서비스 업체인 드롭박스의 여성엔지니어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다른 기업도 대부분 10%이하이며, 몇몇 기업은 젠더격차가 드러나는 데이터 공개를 아예 거부하고 있다.
개방과 혁신을 강조하는 실리콘밸리의 CEO들이 정작 젠더불균형 해소에는 소극적인 것은 충격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까지 디지털기술 분야의 젠더다양성 부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미국은 최근10년간 컴퓨터 분야 여성 취업률이 30%에서 27%로 하락하였고 특히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비율이 1986년 36%에서 현재 20%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타개책을 집중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바다 건너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분야(ICT) 전문기술직 여성비율은 2009년 16.9%에서 2011년 16.2%로 감소했고 여대생 비율은 18%(2012년 졸업생 기준) 수준으로, 공과대학 여학생 비율 19.4%보다도 낮다. 이것은 과학기술 및 ICT 기반 창조경제 정책에 심각한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다.지난 10년간 미국은 과학기술분야 일자리가 타 분야에 비해 3배나 늘었고, 90% 이상이 기술벤처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한다. 여성엔지니어는 새로운 통찰력으로 제품과 디자인 개발에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 더 큰 시장을 창출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분야 평균임금은 타 분야의 1.6배 이상이고 남녀 임금격차도 훨씬 적다. 이처럼 젠더 다양성을 높이면 부가가치가 높은 고용창출이 가능하기에 ICT 분야 젠더격차가 더욱 안타깝다.
우수한 인재의 지속적인 유입을 위해서는 고용을 높이는 것만큼 효과적은 방법은 없다. 젠더 격차가 심한 ICT 분야에 여성 고용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모든 기업이 자사의 젠더다양성 통계를 공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CEO들은 자사의 젠더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구글의 이번 데이터 공개가 업계에서 획기적이고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젠더다양성 통계를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들의 인식을 개선하여 여성고용을 높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둘째, 채용인사위원회에 반드시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네덜란드 대학의 채용 조사 보고에 따르면 채용위원회에 여성이 1명일 때 7%, 2명일 때 14%, 3명이상일 때 20%까지 여교수를 채용했다고 한다. 성 불균형한 채용환경에서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불균형한 채용 결과를 낳게 된다. 반면, 남녀 비슷한 비율로 구성된 채용위원회는 여성인재를 뽑을 확률도, 여성인재가 그 회사를 선택할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셋째, 젠더 차이를 고려한 채용공고 및 심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완벽하게 익히고 자신 있다고 생각될 때에만 자신 있다고 표현하는 반면, 남성은 관련된 과목을 조금 듣기만 했어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줄줄이 늘어놓은 직무스킬만 고집한다면 우수한 여성인재를 놓치게 될 수 있다.또 찾아서라도 면접대상에 여성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젠더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여성엔지니어 인재풀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지원하는 여성이 없어 채용 못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대학, 학회, 초중등 교육기관이 밀접하게 연계하여 ICT 꿈나무 육성에 미리 투자해야 한다.
남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하며 다른 결과를 만들려고 코드를 이리저리 조작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작동에 관심을 갖는데 비해서 여학생들은 어설픈 프로그래밍에는 관심이 적다고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초 중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전면 도입에서 여학생에게 특화된 교육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4일 오바마 대통령은 신임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메건 스미스 구글 부회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하였다. '구글X' 팀을 이끌던 매건 스미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한 엔지니어로 미국 최초의 여성CTO가 된다. 스미스는 여성을 디지털기술 분야로 이끌어내는데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여학생들을 일찌감치 컴퓨터분야로 끌어들이려고 구글이 5000만불을 투자한 'Made with Code'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2014 구글 I/O(소프트웨어 개발자 컨퍼런스)의 여성참여율을 작년의 8%에서20%로 끌어올렸다. 미국은 새 여성 CTO임명으로 디지털기술 분야에서 젠더 편견이 깨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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