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시대 새 트렌드 인문학-기술 융합도 뚜렷
정성적 지표 도입해 인문학 기반 창업 도와야
산학연 적극적 협동으로 창조경제 미래 만들 때
정성적 지표 도입해 인문학 기반 창업 도와야
산학연 적극적 협동으로 창조경제 미래 만들 때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21세기를 견인할 신 성장 동력으로 '융합'이 떠오르며 여기 저기 융합의 붐이 일고 있는 듯하다. 어떤 대학의 비전은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대학'이며, 여러 대학에서도 융합의 이름이 들어간 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또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실제 교육현장에서 반영되고 있다. 이런 융합의 바람은 창조경제로 고조된 창업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분야를 각각 융합한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여러 기업들이 있다. 일례로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한 아이템으로 2014년 기업부설연구소 사업에 선정되어 스마트러닝 역사콘텐츠 연구소를 설립한 역사벤처기업 '아주누리'가 있다. 언뜻 보면 융합 아이템의 도전에 정부도 화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련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진정한 융합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융합이라는 키워드만 범람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 곳 저 곳에서 융합의 중요성이 역설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제반 산업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도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융합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어떠해야할까. 특히 창업 시장에서 인문학 콘텐츠와 기술의 융합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식의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할까.
창조경제로 정부가 창업을 적극 장려하면서 다양한 정부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창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정부가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문학을 기반으로 창업을 하는 기업들, 지식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제반 기술 없이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다. 사업계획서 자체에 기술을 평가하는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술을 융합한 인문학 아이템은 좀 수월한가 하면 그 역시도 녹록치 않다. 융합의 중요성은 기술에 국한된 정량적 지표에서 가로막히고 만다. 창업 지원 사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 사업의 거의 모든 사업계획서에는 기술성에 대해 기술하는 칸이 있으며, 이를 평가하는 지표가 정형화 되어있다. 이러한 지표는 같은 기술의 범주에 있는 IT분야조차 충족시키기 어렵다. 지표 자체가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정량적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둘 이상의 분야가 하나로 녹아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문학 콘텐츠와 IT의 융합을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정성적 지표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장자 2편에는 '방생'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사물은 모두 저것 아닌 것이 없고, 동시에 모두 이것 아닌 것이 없다.(중략) 이것과 저것이 서로를 생겨나게 한다는 방생이라는 것이다." 딱 기술과 콘텐츠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콘텐츠 없는 기술이 어디 있겠으며, 기술 없는 콘텐츠가 어디 있겠는가. 기술에 국한된 시야를 벗어나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며, 정량적 지표는 물론 정성적 지표의 마련도 시급하다.
이에 더해 인문학 콘텐츠와 기술을 융합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의 산학연 '협동'이 필요하다. 산업과 학과를 무작정 짬뽕하는 것이 아닌 각 분야의 고유의 전문성을 토대로 산업간, 학계 간, 그리고 학계와 기업 간의 자유로운 소통의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콘텐츠에는 강점이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이 첨단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아이템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가진 대학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촉구된다. 대학과 기업이 협동하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서로가 동등한 관계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장자 1편에, 북쪽 깊은 바다에 살고 있는 '곤'이라는 물고기는 크기가 몇 천 리 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크디 큰 '붕새'로 변화하여 '기운'을 타고 남쪽 깊은 바다로 날아간다. 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융합은 아직 무한한 가능성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융합이 '붕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 맞는 적확한 정부 정책과, 열려있는 산학연 협동이라는 '기운'이 필요할 것이다. 말로만 융합이 아닌 행동으로 융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그 기운은 일 것인가. 융합의 미래가 기대 된다.
김송이 아주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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