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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경제통하기] 한국형 양적완화 위협하는 2가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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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이번 주 목요일(7일)이다. 폭염이 절정인데 절기는 가을의 문턱이다. 저녁 새벽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어느새 가을의 전령은 귀밑을 간질이고 있다. 위기 때 기회가 생기고 완전히 엎어졌을 때 딛고 일어설 힘이 솟는 것처럼, 더위 먹은 우리 경제도 서서히 일어날 채비를 해야 할 때다.

최경환 경제팀의 과감한 경기부양책에 이어 다음 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형 양적완화'는 이제 새로운 '노멀'(normal)이 된다. 시장은 이미 한은이 금리를 25bp(0.25%) 내릴 것이라고 단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돈이 금융권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면 양적완화는 실패한다. 실물에 침투해야 한다.

우리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그동안 2.50% 기준금리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투자와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유동성 함정에 걸린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감수하겠다고 밝힌 정부를 보면서 소비를 줄여온 가계는 오히려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 혜택을 본 법인세 인하분 3%p를 기업 현금성 유보에 대한 과세로 뱉어내게 된 기업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증세 없는 재정확대와 금리 인하 등 한국형 양적완화가 요란하게 시동을 걸었지만, 시장 상황과 경제주체들의 경기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유동성 덫에다 '리카르도 함정'(Ricardian Equivalence,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면서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해도 언젠가는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하는 경제주체들이 소비지출을 늘리지 않아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이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두 덫에 걸리게 되면 디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데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미래 시장에 대한 비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규제가 문제지만 투자 의지가 강하면 규제는 풀려왔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이 그렇고 LG전자 파주 LCD공장이 그랬다. 정부 정책부터 중심을 잡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관이다.


총수요를 늘릴 수 있는 성장산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대기업만 바라보는 정책은 안 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중소중견기업들이다. 해외 투자와 구조조정, 자동화를 추진하는 대기업에게 고용증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중소중견기업 일자리 창출의 좋은 모델이 지난주 정부가 육성책을 발표한 정보보호산업이다. 정부는 정보보호산업을 2017년까지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보보호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고용 효과도 크다.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정보보호시장은 2017년까지 연 8.5% 성장해 932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17년 UHD TV 시장규모 전망치 127억 달러보다 7배나 크다. 국내 정보보호기술 수준은 세계 4위로 지원과 투자가 제대로 되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보보호산업이 경제 살리기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보보호산업이 그나마 선진국과 겨뤄볼 수 있는 것은 ICT인프라가 고도로 발달해 정보보호 수요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정보보호 R&D 투자규모는 미국의 2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계 4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놀랍다. 41조 원의 1%만이라도 정보보호산업에 투자하면 큰 힘을 받을 것이다. 정보보호 기술은 시시각각 변모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표준이나 규칙 등을 제때 순발력 있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보호산업을 최경환 표 경제살리기의 샘플로 삼아 밀어붙여 볼 만하다.

앞으로 2~3년이 경제 활성화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공유돼 있다.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각오를 새롭게 한다. 경제주체들이 낙관적 시각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이규화 경제담당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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