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징벌적 손해배상' 실효성 논란
기업 상대 법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 "피해 배상 받기 어려운 구멍법"
기업 상대 법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 "피해 배상 받기 어려운 구멍법"
정보유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안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용자들이 실질적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분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고의·중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관(기업)에 대해 가중된 책임을 물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중과한다'고 규정했다. 실제 피해액만을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액의 몇 배나 되는 가치를 배상해야 하기때문에 '징벌'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제도 상당 부분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도에서 정보유출이 해당 기업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은 기업이 직접 입증하도록 돼 있다. 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이나 전문적 수준으로 봤을 때 고의, 중대 과실 입증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그간 수십차례 발생했던 정보유출 사고에서 기업은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해 냈고,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KT가 정보유출 사실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중대 과실을 인정받은 것이 헌정사상 최초의 사례다.
그런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주체도 소비자 본인이라는 점이 문제다.
신용카드 정보유출사고 당시 소비자들은 카드를 재발급 받으러 해당 카드사까지 이동해 장시간 기다려야 했고, 재발급을 받은 후 카드와 연계된 각종 자동이체 서비스나 통장 연계 서비스를 모조리 변경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 금전적으로 얼마만큼의 피해인지 법적으로 직접 증명을 해야 손해배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현행 손해배상 청구 규정에 따라 피해자는 해당 기업이 정보유출과 관련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위반 사실과 정보유출이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피해액이나 법 위반사실, 인과관계 등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법률적 지식이나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일반 개인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피해구제에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입증 책임을 전환해 소비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회에서 논의됐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피해자의 입증 책임도 면제하고 인과관계나 법 위반 사실 등 개인이 담당해야 했던 입증 책임 상당수를 기업에게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 됐었다.
즉 기업이 스스로 정보보호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정보유출로 인해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 의무를 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안대로 제도를 만들 경우 기업 운영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와 같은 안이 나왔다.
김경환 변호사는 "이제껏 정보유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승소한 개인이 하나도 없는 것은 이같은 법적 맹점 때문이었다"면서 "새로이 도입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피해 배상에 실질적 기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률 규정이 생긴 것만으로 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가 더 이상 유출되지 않는 것이며 기업들이 손해배상제도에 부담을 느끼고 고객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자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대해 '고의·중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기관(기업)에 대해 가중된 책임을 물어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중과한다'고 규정했다. 실제 피해액만을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액의 몇 배나 되는 가치를 배상해야 하기때문에 '징벌'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제도 상당 부분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도에서 정보유출이 해당 기업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은 기업이 직접 입증하도록 돼 있다. 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이나 전문적 수준으로 봤을 때 고의, 중대 과실 입증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그간 수십차례 발생했던 정보유출 사고에서 기업은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입증해 냈고,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 KT가 정보유출 사실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중대 과실을 인정받은 것이 헌정사상 최초의 사례다.
그런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주체도 소비자 본인이라는 점이 문제다.
신용카드 정보유출사고 당시 소비자들은 카드를 재발급 받으러 해당 카드사까지 이동해 장시간 기다려야 했고, 재발급을 받은 후 카드와 연계된 각종 자동이체 서비스나 통장 연계 서비스를 모조리 변경하는 등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 금전적으로 얼마만큼의 피해인지 법적으로 직접 증명을 해야 손해배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현행 손해배상 청구 규정에 따라 피해자는 해당 기업이 정보유출과 관련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위반 사실과 정보유출이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피해액이나 법 위반사실, 인과관계 등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법률적 지식이나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일반 개인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피해구제에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입증 책임을 전환해 소비자가 피해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회에서 논의됐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피해자의 입증 책임도 면제하고 인과관계나 법 위반 사실 등 개인이 담당해야 했던 입증 책임 상당수를 기업에게 전환하는 방안이 거론 됐었다.
즉 기업이 스스로 정보보호 관련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고, 정보유출로 인해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 의무를 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안대로 제도를 만들 경우 기업 운영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일부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와 같은 안이 나왔다.
김경환 변호사는 "이제껏 정보유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에서 승소한 개인이 하나도 없는 것은 이같은 법적 맹점 때문이었다"면서 "새로이 도입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피해 배상에 실질적 기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률 규정이 생긴 것만으로 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가 더 이상 유출되지 않는 것이며 기업들이 손해배상제도에 부담을 느끼고 고객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자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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