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자원시장은 선제적 대응 못하면 글로벌 경쟁서 뒤쳐저 장기적 전략 세워 정부-공공기관-민간이 협업체제 마련할 때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표면화된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은 최근 친러시아 반군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은 대규모의 셰일가스 개발과 함께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에 서명하고,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사할린, 시베리아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지역갈등은 전 세계의 에너지와 안보 패권을 둘러싼 '신냉전'으로 비화할 움직임까지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시장은 지역별로 매장량이 편재돼 있고,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교역 시장과는 다른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지렛대'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해 온 푸틴이나, 막대한 전비 지출에 허덕이면서도 결코 중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은 '자원'이 곧 '힘'인 냉혹한 국제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원시장은 돈만 주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서 '장기적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기 시 국가경제의 사활이 위협받을 수 있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가격이 치솟은 후에 자원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천연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자주개발률 제고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정부가 수립한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은 현행 15% 미만인 석유자원의 자주개발률을 2019년에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자주개발률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자원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협력과 적극적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최근 자원공기업의 경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고, 민간기업의 경우 자원가격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매장량의 추정이 어렵고, 가격변동성이 커서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금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은 과감한 투자와 풍부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요구되는 선수들 간의 전쟁터다. 더구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탐사와 채굴은 물론, 자원개발금융과 생산물 구매계약 등 전후방 연관 산업을 포괄하는 제반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므로, 단기간에 결실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촉진하고 자주개발률을 제고하려는 노력 역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자원 부국들의 자원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쓸어 담고 있고, 국내수요 때문에 만년 '에너지수입국'이었던 미국도 민관협력에 기초한 지속적인 R&D 투자로 '셰일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자원개발 투자는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격려'와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샤워실의 바보' 이론이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가,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출을 대폭 줄여서 경제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오가게 만드는 오류를 빗댄 표현이다. 해외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부, 공공기관, 민간이 협심하여 장기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한 협업이 요구된다.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내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리면 어떨까. 치열해져가는 국가들 간의 자원 쟁탈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민족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규철 한국무역보험공사 투자금융본부장 이사
미국은 대규모의 셰일가스 개발과 함께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축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러시아는 중국과의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에 서명하고,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사할린, 시베리아 지역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지역갈등은 전 세계의 에너지와 안보 패권을 둘러싼 '신냉전'으로 비화할 움직임까지 보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시장은 지역별로 매장량이 편재돼 있고,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상품교역 시장과는 다른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지렛대'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해 온 푸틴이나, 막대한 전비 지출에 허덕이면서도 결코 중동을 포기하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은 '자원'이 곧 '힘'인 냉혹한 국제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원시장은 돈만 주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아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서 '장기적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기 시 국가경제의 사활이 위협받을 수 있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표면화되고 가격이 치솟은 후에 자원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천연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자주개발률 제고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정부가 수립한 <제4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은 현행 15% 미만인 석유자원의 자주개발률을 2019년에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자주개발률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자원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협력과 적극적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최근 자원공기업의 경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고, 민간기업의 경우 자원가격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매장량의 추정이 어렵고, 가격변동성이 커서 '모 아니면 도' 식의 투자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자금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은 과감한 투자와 풍부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요구되는 선수들 간의 전쟁터다. 더구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탐사와 채굴은 물론, 자원개발금융과 생산물 구매계약 등 전후방 연관 산업을 포괄하는 제반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므로, 단기간에 결실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촉진하고 자주개발률을 제고하려는 노력 역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자원 부국들의 자원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쓸어 담고 있고, 국내수요 때문에 만년 '에너지수입국'이었던 미국도 민관협력에 기초한 지속적인 R&D 투자로 '셰일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자원개발 투자는 일시적인 '캠페인'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격려'와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샤워실의 바보' 이론이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가,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출을 대폭 줄여서 경제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오가게 만드는 오류를 빗댄 표현이다. 해외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부, 공공기관, 민간이 협심하여 장기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한 협업이 요구된다.
시행착오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내고,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리면 어떨까. 치열해져가는 국가들 간의 자원 쟁탈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민족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규철 한국무역보험공사 투자금융본부장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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