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시티/수디르 벤카테시 지음/어크로스 펴냄/368쪽/1만6000원
명문대 생이 전국의 성매매 업소를 홍보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건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수원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가히 충격을 안겨줬다. 이 대학생은 자그마치 4년간 12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홈페이지 3개를 운영하며 15억 원을 벌어들였다.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도대체 명문대 생이 뭐가 부족해서 저런 짓을 했을까"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이런 종류의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미래를 촉망받는 명문대 여학생이 성매매로 부족한 학비를 마련하거나, 평범한 직장인이 상류층 자제들과 마약 공급자를 알선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이 그저 "말세야 말세" 라는 한탄과 함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플로팅 시티(Floating City)'를 읽어보면 말이다.
플로팅 시티는 말 그대로 둥둥 떠 있는 도시 사람들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괴짜 사회학'이라는 저서로 상당히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괴짜라는 타이틀답게 그는 사회학을 연구할 때 그 사회 속에 직접 뛰어드는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트렌드의 중심 뉴욕에서 저자는 사회 이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관계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가난한 이민자, 거리의 마약상, 매춘부 등 빈민 지역의 경계 안에만 머물렀던 도시 하층민들이 제자리를 떠나 경계를 뛰어넘으며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부유(float)한다는 것이다. 뉴욕에서는 더욱 이 같은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다. 예컨대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자 하버드 출신의 재원이 성매매 브로커로 활약하고, 흑인 마약 판매상이 소호의 갤러리를 드나들며, 상류층 자제가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능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려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플로팅 시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처럼 경계를 넘나들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 요소들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자본, 연결성, 기업가 정신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미 상류층의 문화를 익히 알고 있다면, 빈민가에서만 통용됐던 '물건'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망을 확장하고 폭 넓은 인맥을 쌓는 것, 그것은 바로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 연결성에서 기인된다. 마지막으로 계획에 따라 운영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등 비즈니스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재미를 준다. 그는 이 같은 주제를 한편의 소설로 풀어낸다. 자신이 직접 접한 세계를 그리기 위해 흑인 마약판매상 샤인, ？은 엘리트 뉴요커 아날리스 등 특정 부류를 대표하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한 데 얽여서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를 조명한다플로팅 시티를 읽다보면 미시사의 대표작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가 연상된다. 치즈 속 구더기가 신의 섭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전파하다가 화형을 받은 16세기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시대상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통찰을 접하고 나면 명문대 생이 성매매 포주가 된 사연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라기엔 전 세계적, 사회적 공통 분모가 너무 잘 보인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명문대 생이 전국의 성매매 업소를 홍보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건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수원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가히 충격을 안겨줬다. 이 대학생은 자그마치 4년간 12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홈페이지 3개를 운영하며 15억 원을 벌어들였다.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도대체 명문대 생이 뭐가 부족해서 저런 짓을 했을까"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이런 종류의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미래를 촉망받는 명문대 여학생이 성매매로 부족한 학비를 마련하거나, 평범한 직장인이 상류층 자제들과 마약 공급자를 알선해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이 그저 "말세야 말세" 라는 한탄과 함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플로팅 시티(Floating City)'를 읽어보면 말이다.
플로팅 시티는 말 그대로 둥둥 떠 있는 도시 사람들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괴짜 사회학'이라는 저서로 상당히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괴짜라는 타이틀답게 그는 사회학을 연구할 때 그 사회 속에 직접 뛰어드는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트렌드의 중심 뉴욕에서 저자는 사회 이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관계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가난한 이민자, 거리의 마약상, 매춘부 등 빈민 지역의 경계 안에만 머물렀던 도시 하층민들이 제자리를 떠나 경계를 뛰어넘으며 전에 없던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부유(float)한다는 것이다. 뉴욕에서는 더욱 이 같은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을 수 있다. 예컨대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자 하버드 출신의 재원이 성매매 브로커로 활약하고, 흑인 마약 판매상이 소호의 갤러리를 드나들며, 상류층 자제가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능있는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려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플로팅 시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처럼 경계를 넘나들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 요소들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자본, 연결성, 기업가 정신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미 상류층의 문화를 익히 알고 있다면, 빈민가에서만 통용됐던 '물건'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들며 관계망을 확장하고 폭 넓은 인맥을 쌓는 것, 그것은 바로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 연결성에서 기인된다. 마지막으로 계획에 따라 운영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등 비즈니스 능력이 있어야 한다.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재미를 준다. 그는 이 같은 주제를 한편의 소설로 풀어낸다. 자신이 직접 접한 세계를 그리기 위해 흑인 마약판매상 샤인, ？은 엘리트 뉴요커 아날리스 등 특정 부류를 대표하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이들이 한 데 얽여서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를 조명한다플로팅 시티를 읽다보면 미시사의 대표작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가 연상된다. 치즈 속 구더기가 신의 섭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전파하다가 화형을 받은 16세기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시대상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통찰을 접하고 나면 명문대 생이 성매매 포주가 된 사연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라기엔 전 세계적, 사회적 공통 분모가 너무 잘 보인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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