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의 전산시스템 전환추진과 좌절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의사결정권자들의 IT에 대한 무지가 얼마나 큰 코미디를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한다. CEO가 IT를 모르면 능력자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꼭두각시가 된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은 그들을 철저하게 농락한다.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파열음은 대한민국 금융권 의사결정권자들이 견지한 얕은 IT지식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글로벌 금융기업을 지향한다면서, 시스템 전환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정권을 사실상 공급자에게 맡겼다. 웃을 수만 없는 블랙 코미디. 특히 복마전과도 같은 내부 파벌싸움을 IT에 무지한 CEO는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해 진행됐던 BMT(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데이터 조작과 왜곡은 심각했다.
이 과정에서 IBM이 보여준 탁월한 전술과 전략, 특히 셜리 위 추이 한국CEO의 `눈부신 지략'이 새삼 오버랩 된다. 그녀는 지난 4월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낸다. 추이 대표는 이메일에서 메인프레임이 유닉스 전환보다 수백억원 가량 저렴한데도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은 배임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경제성을 따져 현행 메인프레임을 유지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이를 무시하고 유닉스 전환을 강행한다면 배임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IBM이 제시한 메인프레임 가격이 어느 선까지를 포함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나, 이메일을 받은 CEO는 유닉스 전환을 재검토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IBM은 KB를 점점 외통수, 궁지로 몰아넣는다. 지금 운영 중인 IBM 메인프레임 계약기간 종료시점은 다가오는데, 서둘러야할 시스템 전환 작업은 의사결정부터 다시 흔들린다. KB내에서 메인프레임 유지파와 유닉스 전환파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시간은 메인프레임 편이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13개월 이상인데, 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 종료시점은 내년 7월. 지금 당장 전환을 결정해 시작한다 해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IBM은 흔들리는 KB의 목줄을 더 세게 조인다. 전산시스템 전환과 상관없이, 금융은 돌아가야 하고 IBM의 메인프레임은 유닉스 전환을 결정하더라도 오픈 전 까지는 유지보수 되어야한다. 계약의 칼자루는 IBM이 쥐고 있다. 1년만 단기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다해도 1000억원 이상을 IBM에 줘야한다. 전환 프로젝트는 시간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시간과 메인프레임 계약 기간을 이용한 기막힌 시간차 공격, 프로젝트를 부러뜨리기 위한 묘수. 결국 유닉스 전환은 수포로 돌아가고 IBM 메인프레임의 승리. 이 모든 게 IBM만의 전략이었을까.
대체 KB는 뭘 했나. 그들의 최초 전환 계획은 어떤 근거로 출발했고, 어떤 필요성과 논리로 결정되었는가. 그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이토록 웃음거리가 될 만큼 허술했는가. 전환 프로젝트가 백지화되고 IBM의 메인프레임이 유지된 결과를 만들어낸 KB 사태. 이 과정에 수상한 거래가 없었기를 바랄 뿐이다.
IT에 대해 모르면 IT업계는 물론이고 비IT기업의 CEO가 되는데도 이제 제한을 받아야한다. IT융합 시대에 회사의 모든 일이 IT시스템 기반 위에서 운영되는데, 한번 결정한 일을 편지 한 통 받고 뒤집어버린다면 얼마나 우스운 꼴인가. 이번 사태를 KB금융 내분으로 몰고 가는 것조차 호사스럽다. 2014년, IT에 무지하면 기업이 망한다.
임윤규 IT정보화부장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파열음은 대한민국 금융권 의사결정권자들이 견지한 얕은 IT지식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글로벌 금융기업을 지향한다면서, 시스템 전환하나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정권을 사실상 공급자에게 맡겼다. 웃을 수만 없는 블랙 코미디. 특히 복마전과도 같은 내부 파벌싸움을 IT에 무지한 CEO는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해 진행됐던 BMT(성능 테스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데이터 조작과 왜곡은 심각했다.
이 과정에서 IBM이 보여준 탁월한 전술과 전략, 특히 셜리 위 추이 한국CEO의 `눈부신 지략'이 새삼 오버랩 된다. 그녀는 지난 4월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낸다. 추이 대표는 이메일에서 메인프레임이 유닉스 전환보다 수백억원 가량 저렴한데도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은 배임일 수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경제성을 따져 현행 메인프레임을 유지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이를 무시하고 유닉스 전환을 강행한다면 배임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IBM이 제시한 메인프레임 가격이 어느 선까지를 포함하고 있는지 따져볼 일이나, 이메일을 받은 CEO는 유닉스 전환을 재검토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IBM은 KB를 점점 외통수, 궁지로 몰아넣는다. 지금 운영 중인 IBM 메인프레임 계약기간 종료시점은 다가오는데, 서둘러야할 시스템 전환 작업은 의사결정부터 다시 흔들린다. KB내에서 메인프레임 유지파와 유닉스 전환파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시간은 메인프레임 편이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13개월 이상인데, IBM과의 메인프레임 계약 종료시점은 내년 7월. 지금 당장 전환을 결정해 시작한다 해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IBM은 흔들리는 KB의 목줄을 더 세게 조인다. 전산시스템 전환과 상관없이, 금융은 돌아가야 하고 IBM의 메인프레임은 유닉스 전환을 결정하더라도 오픈 전 까지는 유지보수 되어야한다. 계약의 칼자루는 IBM이 쥐고 있다. 1년만 단기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다해도 1000억원 이상을 IBM에 줘야한다. 전환 프로젝트는 시간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전산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시간과 메인프레임 계약 기간을 이용한 기막힌 시간차 공격, 프로젝트를 부러뜨리기 위한 묘수. 결국 유닉스 전환은 수포로 돌아가고 IBM 메인프레임의 승리. 이 모든 게 IBM만의 전략이었을까.
대체 KB는 뭘 했나. 그들의 최초 전환 계획은 어떤 근거로 출발했고, 어떤 필요성과 논리로 결정되었는가. 그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이토록 웃음거리가 될 만큼 허술했는가. 전환 프로젝트가 백지화되고 IBM의 메인프레임이 유지된 결과를 만들어낸 KB 사태. 이 과정에 수상한 거래가 없었기를 바랄 뿐이다.
IT에 대해 모르면 IT업계는 물론이고 비IT기업의 CEO가 되는데도 이제 제한을 받아야한다. IT융합 시대에 회사의 모든 일이 IT시스템 기반 위에서 운영되는데, 한번 결정한 일을 편지 한 통 받고 뒤집어버린다면 얼마나 우스운 꼴인가. 이번 사태를 KB금융 내분으로 몰고 가는 것조차 호사스럽다. 2014년, IT에 무지하면 기업이 망한다.
임윤규 IT정보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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