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쇄 창업가`가 필요하다

기업 키운후 또다른 창업 엘론 머스크 등 사례 많아
기업이 흡수되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의 탄생 기회
인식의 전환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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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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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벤처 창업을 촉진시키려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국내 벤처 캐피탈 회사 100여 곳이 쌓아 놓은 자금은 모두 10조원이 넘었고, 지난해 벤처 캐피탈사의 투자 자금 규모가 1조3천845억원 규모로 2년만에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벤처 기업의 초기 투자 자금만 확보한다고 창업이 활성화되고 창업한 기업이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필자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가장 필요한 참여자가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라고 판단한다. 연쇄 창업가란 기업의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창업까지 이르는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고 어느 단계에 이르면 기업의 미래를 위해 홀연히 자신의 기업을 다른 조직에 매각하고 자신은 다시 창업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의미한다.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연쇄 창업가는 고사하고 두 번째 벤처를 창업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벤처를 창업하고 다른 기업이나 기업가에게 그 육성을 맡기거나 인수를 시키고 홀연히 떠나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는 연쇄 창업가들이 참 많다. 연쇄 창업가 중 제일 유명한 예를 들면 엘론 머스크이다. 그는 남아공화국에서 1971년 태어나 미국에 정착한 인물로 아이언 맨이라는 영화의 모델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는 스탠포드대 박사과정 입학 이틀만에 학교를 떠나 Zip2라는 웹기반 뉴스 관련 SW회사를 창업해 1999년 3억4천만달러에 컴팩에 팔아치우고는 온라인 금융서비스 회사인 X.com과 지금까지도 유명한 인터넷 지급관련 사이트인 PayPal이라는 회사의 형성에 참여해 eBay에 PayPal을 15억달러에 매각한다. 이후에는 형성된 자본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우주탐험회사인 SpaceX라는 회사를 창립하고 2008년 NASA와 16억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여 스페이스 셔틀 계획을 민간기반으로 대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현재 그는 가장 성공적인 전기자동차 회사 중 하나이고 주식가치가 540억달러에 이른 Teslar Motors의 설립과 대표이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Hyperloop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의 560Km를 30분에 초고속 진공열차로 주행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자금을 모으고 있는 연쇄 창업가이다.

연쇄 창업가 리스트는 머스크에서 끝나지 않는다. 레코드 회사, 저가 항공사 등으로 구성된 Virgin 그룹을 이루는 리차드 벤슨이나, Blogger란 단어를 처음 만들고 같은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여 구글에 매각한 이후 Twitter의 창립에 관여하는 에반 윌리암스도 연쇄 창업가 중 하나이다. Skype를 창립하여 eBay에 매각하고 Kazaa, Rdio, Vdio 등의 회사를 설립하고 매각하여 더 큰 회사로 성장시킨 젠스트롬과 프리스 같은 북유럽 출신의 사람들도 있고, McCaw Cellular라는 이동통신회사를 설립하여 매각하고는 Teledesic이라는 글로벌 위성통신회사에 도전하였고 Clearwire나 Nextel 같은 회사를 설립하거나 참여하였던 크레이그 멕코우나, Blockbuster Video, AutoNation, Wasste Management 같이 각각 수십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만들어 팔고 떠나는 현재 74세라는 웨인 휘젠가라는 노인도 연쇄 창업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생태계라고 하면 서로 열심히 협력하는 지극히 평화로운 관계를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생태계란 먹이사슬을 기본으로 형성된다. 즉, 다른 생물 종(種)이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관계가 생태계의 가장 기본이고 그 속에서 종족보존의 필요에 따라 공생이나 기생의 협력과 보완의 상호관계가 형성된다.

막연히 정부가 대기업을 감시하고 중소기업에 적절한 지원을 하면 벤처 생태계도 잘 발달할 것이란 생각은 비즈니스 생태계는 물론 자연 생태계에 대한 오해이다. 창업한 벤처가 충분히 크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이나 더 큰 조직을 책임질 준비된 조직이 이를 흡수해야(먹어야) 효과적일 수도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하지만 자연계와는 달리 벤처 생태계는 흡수되는 것이 실패가 아니고 새로운 생명체(기업)를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Android를 설립한 앤디 루빈이 2004년에 "이제부터는 더 큰 기업이 Android를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스스로 찾아온 기업이 삼성전자이었고,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하여 구글이 2005년에 5천만달러에 Android를 인수하였다는 역사는 어찌보면 연쇄 창업가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문화적/제도적 약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연쇄 창업가의 불굴의 투지와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희상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ㆍ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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