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체제 논의 달아올라
결정 주체와 정당성 논란이 아직도 해결 안돼
한국이 ITU전권회의서 리더십 발휘할 때
결정 주체와 정당성 논란이 아직도 해결 안돼
한국이 ITU전권회의서 리더십 발휘할 때
기대가 컸었나? 악간은 실망된 회의였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렸던 넷문디알(NetMundialㆍ글로벌넷) 얘기이다. 애초의 의도는 인터넷 거버넌스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회의는 루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파디 아이칸(ICANNㆍ인터넷 주소관리기구)대표가 의기 투합해서 추진한 회의였다. 미국의 무분별한 정보 감시에 맞서 유엔 총회에서 호기롭게 미국의 방자함을 규탄하였던 루세프대통령은 인터넷 거버넌스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미국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또 파디 사장은 아이칸이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신뢰가 떨어진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새로운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넷문디알의 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권을 인터넷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개막식 때 브라질 인터넷 인권법이 르세프 대통령에 의해 세계최초로 서명됐고, 스노든은 영웅으로 추앙됐다. 세계적인 인터넷 인권헌장을 제정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미국의 정보 검열에 경악해 울분을 터뜨렸던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힐링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 거버넌스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국제정치적인 체제의 차이였다. 인터넷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누가 결정하고, 어떻게 국제적 정당성(legitimacy)을 확보하는 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미국을 선두로 한 서방세계는 주체를 민간 즉 인터넷 커뮤니티(multistakeholderㆍ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로 규정하고 있고, 반대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의 나라들은 인터넷 거버넌스도 역시 정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논쟁이 핵심이었다.
넷문디알 계획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좀처럼 탈출구를 못 찾던 논쟁의 대치에서 벗어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어젠다도 인터넷 거버넌스의 원칙과 로드맵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무분별한 정보감시로 인해 미국이 인터넷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각 국의 비판이 빗발치는 상황이라서 더욱 기대가 컸다.
그러나 미국은 노련했다. 회의 직전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주소기구에 대한 감독기능을 포기할테니, 내년 9월 말까지 새로운 체제를 제안하도록 주문했다. 아이칸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대환영했고 미국이 제시한 조건인 정부를 배제한 커뮤니티 중심의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하였다. 동시에 넷문디알의 열기는 식고 목표는 흩어지고 있었다.
넷문디알 직후 세계적 정보감시의 공적이 되었던 미국정부와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넷문디알의 결과에 대해 만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시작 전부터 `넷문디알은 브라질과 미국비판 그룹들에 대한 달래기다'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일각의 의견을 상기하면 앞뒤가 척척 맞는다. 브라질도 97개국이 참가한 회의를 개최하여 인권과 인터넷 가브넌스 논의에 리더십을 뽐냈으니 만족했고, 아이칸도 자신들의 멀티스테이크홀더 체제에 대한 지지 성명을 얻어냈으니 만족하고 있다.
불만족에서 시작된 국제회의가 모두를 만족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만족 뒤의 불만족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결정 주체와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회사 손에 들어있는 내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이버 보안을 위한 국제공조는?' 등등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국제질서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넷문디알과 같이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닌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회의가 10월 부산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도 주된 의제는 인터넷 거버넌스이다. ITU의 전권회의인 만큼 분위기부터 다르다. 각 국에서 파견된 정부 대표들의 다양한 의견과 불만이 가감 없이 표출돼 보다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미국에 의해 재단된 일방적 인터넷 체제를 보완하여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보다 적절한 장소이다. 한국이 결과를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의장국이다.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생산적인 결론을 맺을 수 있도록 화합과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공은 한국의 손에 던져졌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이 회의는 루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파디 아이칸(ICANNㆍ인터넷 주소관리기구)대표가 의기 투합해서 추진한 회의였다. 미국의 무분별한 정보 감시에 맞서 유엔 총회에서 호기롭게 미국의 방자함을 규탄하였던 루세프대통령은 인터넷 거버넌스 국제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미국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또 파디 사장은 아이칸이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신뢰가 떨어진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새로운 방향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것이다.
넷문디알의 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권을 인터넷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개막식 때 브라질 인터넷 인권법이 르세프 대통령에 의해 세계최초로 서명됐고, 스노든은 영웅으로 추앙됐다. 세계적인 인터넷 인권헌장을 제정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미국의 정보 검열에 경악해 울분을 터뜨렸던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힐링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 거버넌스의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국제정치적인 체제의 차이였다. 인터넷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누가 결정하고, 어떻게 국제적 정당성(legitimacy)을 확보하는 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미국을 선두로 한 서방세계는 주체를 민간 즉 인터넷 커뮤니티(multistakeholderㆍ멀티스테이크홀더 모델)로 규정하고 있고, 반대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의 나라들은 인터넷 거버넌스도 역시 정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논쟁이 핵심이었다.
넷문디알 계획이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했다. 좀처럼 탈출구를 못 찾던 논쟁의 대치에서 벗어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어젠다도 인터넷 거버넌스의 원칙과 로드맵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무분별한 정보감시로 인해 미국이 인터넷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각 국의 비판이 빗발치는 상황이라서 더욱 기대가 컸다.
그러나 미국은 노련했다. 회의 직전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주소기구에 대한 감독기능을 포기할테니, 내년 9월 말까지 새로운 체제를 제안하도록 주문했다. 아이칸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대환영했고 미국이 제시한 조건인 정부를 배제한 커뮤니티 중심의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하였다. 동시에 넷문디알의 열기는 식고 목표는 흩어지고 있었다.
넷문디알 직후 세계적 정보감시의 공적이 되었던 미국정부와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넷문디알의 결과에 대해 만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시작 전부터 `넷문디알은 브라질과 미국비판 그룹들에 대한 달래기다'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일각의 의견을 상기하면 앞뒤가 척척 맞는다. 브라질도 97개국이 참가한 회의를 개최하여 인권과 인터넷 가브넌스 논의에 리더십을 뽐냈으니 만족했고, 아이칸도 자신들의 멀티스테이크홀더 체제에 대한 지지 성명을 얻어냈으니 만족하고 있다.
불만족에서 시작된 국제회의가 모두를 만족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만족 뒤의 불만족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결정 주체와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회사 손에 들어있는 내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이버 보안을 위한 국제공조는?' 등등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국제질서에 대한 답은 오리무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넷문디알과 같이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닌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회의가 10월 부산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도 주된 의제는 인터넷 거버넌스이다. ITU의 전권회의인 만큼 분위기부터 다르다. 각 국에서 파견된 정부 대표들의 다양한 의견과 불만이 가감 없이 표출돼 보다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미국에 의해 재단된 일방적 인터넷 체제를 보완하여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보다 적절한 장소이다. 한국이 결과를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의장국이다.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가 생산적인 결론을 맺을 수 있도록 화합과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공은 한국의 손에 던져졌다.
박재천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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