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임대의 유혹` 몇 십만원 벌려다가…

계좌 빌려주면 돈준다고 유혹한 후 대포통장으로 악용… 금융사기 `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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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A씨는 계좌를 10일만 빌려주면 돈을 준다는 광고에 혹해서 은행계좌를 만들어 계좌관련 정보와 체크카드를 업자에게 보냈다. 그런데 8일쯤 지난 후 업자와 연락이 두절됐다. 황급히 은행을 찾아 통장을 해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계좌가 사기에 이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십 만원을 벌겠다는 유혹에 넘어간 A씨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금융사기에 연루되게 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사기범들이 단기 간 계좌임대를 해주면 돈을 준다고 유혹한 후 이를 대포통장으로 이용해 금융사기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사기범들은 개인, 법인통장을 구매해 양도받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국민들 사이에서 통장을 양도하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임대개념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사기범은 이 달 초 올린 광고글에서 "사업을 위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의 계좌가 필요하다"며 "계좌를 일주일만 임대해주면 20만원을 줄테니 카카오톡으로 문의를 달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기범은 4월 29일 올린 광고글에서 "토토사이트 입출금을 위해 계좌가 필요하다"며 "2달 정도 사용을 하고 돌려줄 수 있으며 100% 책임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사기범은 "해외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계좌가 필요하다"며 "계좌를 임대해주면 하루에 12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들은 사업적인 목적으로 단기 간 임대를 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금융사기에 계좌를 이용한 후 잠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대여료를 준다는 말에 계좌임대를 해줬다"며 "그런데 그 계좌가 금융사기에 이용을 당했고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입장에 처했다. 스스로 너무 한심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연간 5만개의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에 이용되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피싱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4만9000개에 이르며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출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은 5만5000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 등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기범들은 계좌임대를 내세워 단속을 우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하루에 수 십 건에서 수 백 건씩 계좌임대 광고를 하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계좌임대로 인한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계좌임대도 대포통장과 같은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매매와 임대는 물론 대출에 필요하다는 요구 등 어떤 경우에도 통장과 계좌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진규기자 k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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