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ㆍ정보통신망법 상충 `법정합성` 훼손 등
132개 법률 일괄통과… 유사규정 통합 취지 무색
132개 법률 일괄통과… 유사규정 통합 취지 무색
대형 정보 유출 사고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법제도 정비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던 국회가 정작 관련법 처리과정에선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미뤄졌던 현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깊이 토론하고 심사숙고 해 체계를 갖춰나가야 할 정보보호 관련 법률까지 한꺼번에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다. 동일한 맥락과 취지를 갖췄다 하더라도 개별법률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서 `법률 정합성'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정보유출 피해보상'에 대한 법률이다.
그동안 기업이 정보유출을 해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처벌이 미약했고, 정보가 유출돼 불편과 피해를 겪은 소비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는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 및 피해보상 방안 마련에 주력했다.
그런데 이 방안이 개별 법에서 서로 다른 규정으로 굳어진 것이다. 미방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132개 법률을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이중 정보통신망법은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했는데, 제32조의2를 신설해 정보유출시 3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제43조 제2항 및 제3항을 통해 `징벌적손해배상제'를 신설하기로 위원회 대안을 제시하고 법안소위를 통과시켰으나, 30일 이어진 전체회의에선 논란 끝에 처리를 보류했다. 이 법안은 정보유출로 피해를 입힌 경우 해당 정보주체에 대해 손해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주 내용이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보유출이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은 300만원 이하, 신용정보법은 손해액의 3배로 서로 기준이 다르다"면서 "온라인 증권사처럼 두 법률의 관할을 동시에 받는 기업일 경우 만약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법률 정합성에 문제가 생겨 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업이나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함부로 유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 역시 정합성에서 문제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제50조제5항을 통해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이나 수신자를 기망하는 각종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법은 영업 목적의 정보공유를 허용했던 제48조의2를 `1개월 이내 공유'로 기간을 축소하는데 그쳤다. 영업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해 영업 목적의 정보제공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개별(특별)법인 정통망법, 신용정보법의 중복, 유사 규정을 통합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나가겠다는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범정부 TF를 통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의 정합성을 높이고 유사 중복 규정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밀린 타법 처리와 묶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정보보호 법률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행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정보보호 관련 법률은 소관 부처와 상임위가 각계에 흩어져 있어, 공동으로 토론할 수 있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인 법제도를 완성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상임위가 범정부 TF 논의 내용을 큰 틀에서 수용하는 신중한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보보호 관련 여야정 협의체는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태로,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한 범정부TF가 법률 개선안을 5월까지 마련해 6월 경 국회로 넘기고, 국회는 6월에 여야정 협의체를 본격 구성해 정보보호법 정합성 등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강은성기자 esther@
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정안이 당초 취지와 달리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정치적 이유로 미뤄졌던 현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깊이 토론하고 심사숙고 해 체계를 갖춰나가야 할 정보보호 관련 법률까지 한꺼번에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 문제다. 동일한 맥락과 취지를 갖췄다 하더라도 개별법률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서 `법률 정합성'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정보유출 피해보상'에 대한 법률이다.
그동안 기업이 정보유출을 해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처벌이 미약했고, 정보가 유출돼 불편과 피해를 겪은 소비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회는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 및 피해보상 방안 마련에 주력했다.
그런데 이 방안이 개별 법에서 서로 다른 규정으로 굳어진 것이다. 미방위는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132개 법률을 한꺼번에 통과시켰다. 이중 정보통신망법은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했는데, 제32조의2를 신설해 정보유출시 3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무위는 신용정보법 제43조 제2항 및 제3항을 통해 `징벌적손해배상제'를 신설하기로 위원회 대안을 제시하고 법안소위를 통과시켰으나, 30일 이어진 전체회의에선 논란 끝에 처리를 보류했다. 이 법안은 정보유출로 피해를 입힌 경우 해당 정보주체에 대해 손해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주 내용이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보유출이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은 300만원 이하, 신용정보법은 손해액의 3배로 서로 기준이 다르다"면서 "온라인 증권사처럼 두 법률의 관할을 동시에 받는 기업일 경우 만약 정보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법률 정합성에 문제가 생겨 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업이나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함부로 유용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이 역시 정합성에서 문제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제50조제5항을 통해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이나 수신자를 기망하는 각종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법은 영업 목적의 정보공유를 허용했던 제48조의2를 `1개월 이내 공유'로 기간을 축소하는데 그쳤다. 영업상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해 영업 목적의 정보제공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개별(특별)법인 정통망법, 신용정보법의 중복, 유사 규정을 통합하고 투명하게 정비해 나가겠다는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범정부 TF를 통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의 정합성을 높이고 유사 중복 규정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밀린 타법 처리와 묶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정보보호 법률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행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정보보호 관련 법률은 소관 부처와 상임위가 각계에 흩어져 있어, 공동으로 토론할 수 있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인 법제도를 완성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별 상임위가 범정부 TF 논의 내용을 큰 틀에서 수용하는 신중한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보보호 관련 여야정 협의체는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태로,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한 범정부TF가 법률 개선안을 5월까지 마련해 6월 경 국회로 넘기고, 국회는 6월에 여야정 협의체를 본격 구성해 정보보호법 정합성 등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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