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소재 분야에 대한 원천기술과 발전 없이는
완제품 경쟁력 견인 어려워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장기 전략 마련해 산업 역량 끌어올려야
완제품 경쟁력 견인 어려워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장기 전략 마련해 산업 역량 끌어올려야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TV, 휴대폰 등 첨단 제품 분야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완제품 경쟁력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핵심 소재와 첨단 부품의 상당 부분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부품ㆍ소재 분야의 대일 무역역조 현상은 지난 2~30년간 해소하지 못해온 숙제이다. 우리의 H/W 중심 제조업 역량은 세계 최고임에 비해, 기술적 요소의 양 축에 해당하는 원천 소재와 S/W 분야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소재ㆍ부품 - 조립ㆍ가공ㆍ마케팅ㆍ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로 보면 흔히 크라잉 커브(crying curve)라 묘사되어 왔다.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부품과 소재산업의 성장세가 뚜렷하여 우리의 수출 산업의 가치사슬도 스마일 커브(smile curve)로 개선될 가능성이 보인다.
지난해 무역 통계에 의하면, 부품ㆍ소재 수출은 2,631억 달러로 총 수출의 47%를 차지하며, 976억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부품ㆍ소재 분야의 무역흑자가 27억 달러에 불과했던 2001년에 비하면,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이러한 무역 수지 변화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TV, 휴대전화 등 제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반도체 메모리, 2차전지, 회로기판 등 부품산업이 함께 성장하였고, 자동차, 조선 및 기계 품질이 올라가면서 철강, 화학 소재와 핵심 부품의 경쟁력도 향상되었다고 분석한다. 대기업들의 첨단 제품 해외생산에 힘입어 관련 중소 업체들이 함께 진출할 수 있었고, 이러한 동반성장이 부품ㆍ소재 기술과 품질 향상을 가능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수치상의 양적 성장에서 더 나아가 질적 성장의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뉴욕타임스는 와해성 혁신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소개 섹션에서, 우리나라 기술진이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실용화에 가장 근접하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보도하였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으로 배열된 얇은 판으로 기존의 어떤 물질보다도 전기와 열전도도 및 인장력이 좋으면서 투명성도 높은 소재이다. 그래핀은 그 우수성과 특수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소자, 배터리, 양자 컴퓨터, 항공기 등에 상용화를 위한 선두경쟁이 가장 치열한 물질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그래핀 분야에 있어 잠재성이 크다. 최근 우리 과학자들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고품위 그래핀을 만드는 기술을 성공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래핀 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을 SCI 논문수와 미국특허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에 속한다. 상용화 능력에 있어서도 연간 500톤 이상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가진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의 소재ㆍ부품 산업이 스마일 커브로 개선되는 징후가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낙관만 할 처지는 아니다. 지난해 한-중-일 부품소재 교역 통계를 세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다행히 해외 조립의 거점인 대중국무역에서는 470억 달러 흑자를 냈으나, 대일본무역에서는 20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소재 분야의 일본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대일 무역 적자 중 소재 비중은 47%(100억 달러)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액정디스플레이(LCD)의 핵심 원료인 유리, 포토레지스트, 플라스틱 필름 등은 전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처럼 소재 산업은 아직 일본에 많이 뒤쳐져 있는데다, 중국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우리는 2000년 중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자동차, 가전, 선박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핵심 소재 분야에 대한 첨단 원천 기술의 확보와 발전 없이는 디자인과 서비스만으로는 완제품의 경쟁력을 더 이상 올리기 힘들 것이다. 신소재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부가가치 소재 또한 개발하기 쉽지 않다. 일단 성공하면 선두주자로서의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이 크고 시장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어 후발 주자의 추격이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모든 대기업들이 경영화두로 `핵심 소재를 개발하라'를 내세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재 산업을 `스마일 커브'로 바꾸려는 시도가 정부 및 산업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정부는 `제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에서 민관합동으로 2016년까지 2조원을 투입하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원천 소재분야 육성에 적극 나섰다. 산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 그룹은 소재 분야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계열사의 사업 영역을 조정, 이관, 합작하였고, 현대자동차는 차량 경량화를 위한 고장력 강판과 스마트 자동차를 위한 전장부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LG 그룹 또한 원천 소재와 첨단부품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고, SK, 롯데, 효성 등 화학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신소재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한 듯하다. 아직은 소재의 원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품질을 확보하기까지 진입장벽이 높기에 많은 투자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장기 전략을 갖고 소재 산업 역량을 개선하여, 산업 가치사슬이 `스마일 커브'인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해 무역 통계에 의하면, 부품ㆍ소재 수출은 2,631억 달러로 총 수출의 47%를 차지하며, 976억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부품ㆍ소재 분야의 무역흑자가 27억 달러에 불과했던 2001년에 비하면,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이러한 무역 수지 변화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TV, 휴대전화 등 제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반도체 메모리, 2차전지, 회로기판 등 부품산업이 함께 성장하였고, 자동차, 조선 및 기계 품질이 올라가면서 철강, 화학 소재와 핵심 부품의 경쟁력도 향상되었다고 분석한다. 대기업들의 첨단 제품 해외생산에 힘입어 관련 중소 업체들이 함께 진출할 수 있었고, 이러한 동반성장이 부품ㆍ소재 기술과 품질 향상을 가능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수치상의 양적 성장에서 더 나아가 질적 성장의 징조도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뉴욕타임스는 와해성 혁신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소개 섹션에서, 우리나라 기술진이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실용화에 가장 근접하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보도하였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으로 배열된 얇은 판으로 기존의 어떤 물질보다도 전기와 열전도도 및 인장력이 좋으면서 투명성도 높은 소재이다. 그래핀은 그 우수성과 특수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소자, 배터리, 양자 컴퓨터, 항공기 등에 상용화를 위한 선두경쟁이 가장 치열한 물질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그래핀 분야에 있어 잠재성이 크다. 최근 우리 과학자들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고품위 그래핀을 만드는 기술을 성공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래핀 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을 SCI 논문수와 미국특허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에 속한다. 상용화 능력에 있어서도 연간 500톤 이상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가진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의 소재ㆍ부품 산업이 스마일 커브로 개선되는 징후가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낙관만 할 처지는 아니다. 지난해 한-중-일 부품소재 교역 통계를 세밀히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다행히 해외 조립의 거점인 대중국무역에서는 470억 달러 흑자를 냈으나, 대일본무역에서는 20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소재 분야의 일본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대일 무역 적자 중 소재 비중은 47%(100억 달러)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액정디스플레이(LCD)의 핵심 원료인 유리, 포토레지스트, 플라스틱 필름 등은 전적으로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처럼 소재 산업은 아직 일본에 많이 뒤쳐져 있는데다, 중국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우리는 2000년 중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자동차, 가전, 선박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시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핵심 소재 분야에 대한 첨단 원천 기술의 확보와 발전 없이는 디자인과 서비스만으로는 완제품의 경쟁력을 더 이상 올리기 힘들 것이다. 신소재는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고부가가치 소재 또한 개발하기 쉽지 않다. 일단 성공하면 선두주자로서의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이 크고 시장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어 후발 주자의 추격이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모든 대기업들이 경영화두로 `핵심 소재를 개발하라'를 내세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재 산업을 `스마일 커브'로 바꾸려는 시도가 정부 및 산업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정부는 `제3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에서 민관합동으로 2016년까지 2조원을 투입하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원천 소재분야 육성에 적극 나섰다. 산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 그룹은 소재 분야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계열사의 사업 영역을 조정, 이관, 합작하였고, 현대자동차는 차량 경량화를 위한 고장력 강판과 스마트 자동차를 위한 전장부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LG 그룹 또한 원천 소재와 첨단부품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고, SK, 롯데, 효성 등 화학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신소재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소재 산업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한 듯하다. 아직은 소재의 원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품질을 확보하기까지 진입장벽이 높기에 많은 투자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장기 전략을 갖고 소재 산업 역량을 개선하여, 산업 가치사슬이 `스마일 커브'인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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