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은 아들 찾아 나선 모정 그려
`세월호` 참사로 슬픔 잠긴 대한민국에
잔잔한 위로ㆍ기적의 희망 메시지 `뭉클`
`세월호` 참사로 슬픔 잠긴 대한민국에
잔잔한 위로ㆍ기적의 희망 메시지 `뭉클`
◇필로미나의 기적/마틴 식스미스 지음/미르북컴퍼니 펴냄/528쪽/1만5000원
순진한 십대 시절,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던 아일랜드 사회에서 혼전 임신을 한 필로미나는 수녀원에 격리된다. 그곳에서 예쁜 남자아이를 낳았지만, 수녀원은 강제로 아이를 해외 입양시키고 만다. 50년 간 아이의 행방을 모른 채 살아왔던 필로미나, 노인이 된 그녀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야기의 첫 부분을 보고 그저 그런 흔한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뜨거운 모성애로 아이를 기적처럼 찾아내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필로미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서 아이를 찾을 요량으로 전직 BBC 기자를 찾아간다. 시시한 개인사라고 생각했지만, 일거리가 없었던 그 기자는 필로미나와의 인터뷰를 성의 없이 시작했다. 그러나 필로미나와 함께 아이를 추적해 나갈수록 심상찮은 일이 물밑에서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22년 아일랜드 수녀원은 수천명의 미혼모들의 아이를 강제 입양시키고 미혼모들은 죄인 취급을 하며 강제 노역을 시켰던 일들이 밝혀진 것.
기자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고, 아일랜드와 국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궁핍한 경제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세계 각 국에 돈을 받고 수출했다. 1만여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평생 찾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 입양을 보내야 했다. 책이 출간되고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른다.
드라마에서 다큐로 머리를 돌리는가 했던 이 작품은 다시 개인을 조명한다.
기자가 엄청난 뉴스라며 들떠있는 동안 필로미나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적하는데 온 신경을 기울인다. 아들이 남겨놓은 삶의 흔적들을 되짚으면서 울다 웃다를 반복한다. 수녀원이 저지른 일에 기자가 분개할 때도 필로미나는 그저 조용히 그들을 용서할 뿐이다.
작품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해 그 누군가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워 비난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는 인권을 유린한 반인륜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 있지만, 저자는 당시 아이를 입양시킨 수녀원의 수녀들은 혼전 임신은 죄악이라는 그 시대의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신과 신앙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를 가진 것이 신이 말하는 죄악인지, 신의 이름으로 악행을 합리화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이 이야기는 지금 슬픔에 잠긴 대한민국에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이를 기다리며 50년의 세월을 보낸 필로미나의 이야기는 50년보다 더 길고 고독한 일주일을 보내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 그리고 모두가 부모가 된 마음으로 애타게 기적을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김유정기자 clickyj@
순진한 십대 시절,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던 아일랜드 사회에서 혼전 임신을 한 필로미나는 수녀원에 격리된다. 그곳에서 예쁜 남자아이를 낳았지만, 수녀원은 강제로 아이를 해외 입양시키고 만다. 50년 간 아이의 행방을 모른 채 살아왔던 필로미나, 노인이 된 그녀가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야기의 첫 부분을 보고 그저 그런 흔한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뜨거운 모성애로 아이를 기적처럼 찾아내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필로미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서 아이를 찾을 요량으로 전직 BBC 기자를 찾아간다. 시시한 개인사라고 생각했지만, 일거리가 없었던 그 기자는 필로미나와의 인터뷰를 성의 없이 시작했다. 그러나 필로미나와 함께 아이를 추적해 나갈수록 심상찮은 일이 물밑에서 일어났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22년 아일랜드 수녀원은 수천명의 미혼모들의 아이를 강제 입양시키고 미혼모들은 죄인 취급을 하며 강제 노역을 시켰던 일들이 밝혀진 것.
기자는 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고, 아일랜드와 국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아일랜드는 건국 초기 궁핍한 경제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을 세계 각 국에 돈을 받고 수출했다. 1만여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평생 찾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고 입양을 보내야 했다. 책이 출간되고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른다.
드라마에서 다큐로 머리를 돌리는가 했던 이 작품은 다시 개인을 조명한다.
기자가 엄청난 뉴스라며 들떠있는 동안 필로미나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적하는데 온 신경을 기울인다. 아들이 남겨놓은 삶의 흔적들을 되짚으면서 울다 웃다를 반복한다. 수녀원이 저지른 일에 기자가 분개할 때도 필로미나는 그저 조용히 그들을 용서할 뿐이다.
작품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해 그 누군가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워 비난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의 시각으로는 인권을 유린한 반인륜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 있지만, 저자는 당시 아이를 입양시킨 수녀원의 수녀들은 혼전 임신은 죄악이라는 그 시대의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신과 신앙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아이를 가진 것이 신이 말하는 죄악인지, 신의 이름으로 악행을 합리화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된 이 이야기는 지금 슬픔에 잠긴 대한민국에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이를 기다리며 50년의 세월을 보낸 필로미나의 이야기는 50년보다 더 길고 고독한 일주일을 보내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 그리고 모두가 부모가 된 마음으로 애타게 기적을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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