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한 이양한듯 보이지만 영향력 여전 우려
국가간 물밑경쟁 치열… “한국도 발언력 높여야”
국가간 물밑경쟁 치열… “한국도 발언력 높여야”
21일 브라질 `인터넷거버넌스 회의`에 쏠린눈
미국이 국제 인터넷 질서와 관련한 권한을 민간 기구인 ICANN에 모두 이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오는 21일 처음으로 열리는 중립적 국제회의 브라질 인터넷거버넌스 회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그간 미국의 암묵적인 `지배력'이 미쳤던 인터넷 질서체계(거버넌스)가 새 판으로 재구성될 지도 관심이다.
16일 전문가들은 브라질 상파울로 인터넷 거버넌스 회의가 국제 사이버 질서체계 마련의 중대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십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지난해 미국의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인터넷ㆍ통신 감시 프로젝트 `프리즘'을 폭로하면서 본격 촉발됐다. 미국이 관장하는 인터넷 거버넌스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각국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스노든 폭로 이후 미국 주도의 인터넷 거버넌스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들은 더 이상 인터넷 국제 질서가 `자율'에 맡겨서만 될 것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세상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정치적 목적의 사이버테러나 인터넷 감시가 현실화된 지금, 각국 정부는 자국 이익을 위해 인터넷 거버넌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 3월14일 인터넷 거버넌스를 다뤄온 민간기구 ICANN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미 정부가 국제 사이버 질서에 개입하지 않고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며 국제사회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조건부'였다. 미 의회는 ICANN에 권한을 이양하면서 퍼디 쉐하이 ICANN CEO에게 `(미국이 빠지는 만큼)다른 어떤 국가의 개입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계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ICANN에 권한이양을 했다고 전시성 선언만 했을 뿐 여전히 ICANN에 대한 영향력을 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령 미국 정부가 순수하게 권한을 모두 이양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영향력을 모두 배제하고 순수 이해관계자(스테이크홀더)들로만 인터넷 거버넌스를 논의하면 결국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상당수 미국 기업인만큼 미국에 유리한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인터넷 거버넌스가 사이버 질서에 대한 순수한 논의라기 보다 미국 진영과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반대 진영의 국제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국익을 도모하면서 발언력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1980년대말부터 지속적으로 개방 압력을 받아왔고 인터넷 거버넌스 체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 역시 또 다른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외교전에 돌입한 만큼 우리 정부도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실리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미국이 국제 인터넷 질서와 관련한 권한을 민간 기구인 ICANN에 모두 이양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오는 21일 처음으로 열리는 중립적 국제회의 브라질 인터넷거버넌스 회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의에서 그간 미국의 암묵적인 `지배력'이 미쳤던 인터넷 질서체계(거버넌스)가 새 판으로 재구성될 지도 관심이다.
16일 전문가들은 브라질 상파울로 인터넷 거버넌스 회의가 국제 사이버 질서체계 마련의 중대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십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지난해 미국의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인터넷ㆍ통신 감시 프로젝트 `프리즘'을 폭로하면서 본격 촉발됐다. 미국이 관장하는 인터넷 거버넌스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각국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스노든 폭로 이후 미국 주도의 인터넷 거버넌스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들은 더 이상 인터넷 국제 질서가 `자율'에 맡겨서만 될 것이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세상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정치적 목적의 사이버테러나 인터넷 감시가 현실화된 지금, 각국 정부는 자국 이익을 위해 인터넷 거버넌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 3월14일 인터넷 거버넌스를 다뤄온 민간기구 ICANN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미 정부가 국제 사이버 질서에 개입하지 않고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며 국제사회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조건부'였다. 미 의회는 ICANN에 권한을 이양하면서 퍼디 쉐하이 ICANN CEO에게 `(미국이 빠지는 만큼)다른 어떤 국가의 개입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계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ICANN에 권한이양을 했다고 전시성 선언만 했을 뿐 여전히 ICANN에 대한 영향력을 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령 미국 정부가 순수하게 권한을 모두 이양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정부의 영향력을 모두 배제하고 순수 이해관계자(스테이크홀더)들로만 인터넷 거버넌스를 논의하면 결국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상당수 미국 기업인만큼 미국에 유리한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인터넷 거버넌스가 사이버 질서에 대한 순수한 논의라기 보다 미국 진영과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반대 진영의 국제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국익을 도모하면서 발언력을 높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IT분야에서 1980년대말부터 지속적으로 개방 압력을 받아왔고 인터넷 거버넌스 체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 역시 또 다른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외교전에 돌입한 만큼 우리 정부도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실리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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