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동치는 국제 인터넷 질서
(1) 닷컴과 닷케이알의 파워게임
인터넷을 위한 적합한 관리 체제를 찾는 논의가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간 충돌이 늘어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배타적인 사이버 표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인터넷 공간의 `질서체계(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 또한 달아오르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3회에 걸쳐 인터넷 거버넌스의 주요 현안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가 왜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인터넷 주소 맨 마지막에 흔하게 쓰이는 닷컴(.com) 닷케이알(.kr)과 같은 체계는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가 정한다.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며 이를 전 세계 인터넷 세상에서 활용한다.
그런데 ICANN이 미국 상무부에서 설립한 비영리 민간 기구라는 배경 때문에 ICANN의 활동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 인터넷 질서에 미국의 입김이 상당수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인터넷 질서를 거부하고 자국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것이 인터넷 거버넌스 논쟁의 시작이다.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과 국제 인터넷 질서 정립을 위한 정책 설정이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4월 브라질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회의가 개최되는데 이 자리에 모인 국가 인터넷 정책 총괄자들이 사이버 보안 등 신생 인터넷 질서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ICANN과 인터넷 주소체계 관련 문제만 하더라도 ICANN이 인터넷 주소관리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대표성 반영을 미흡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인터넷 질서체계에 각국 정부가 대표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정부 주도의 인터넷 검열 폭로 사태 이후 주요 국가 인터넷 관련 기관장 11명이 모여 일관성 있는 인터넷 운영, ICANN 기능의 국제화 및 IPv6로의 IP 주소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몬테비데오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강혜영 ICANN 서울사무소 소장은 "미 상무부는 지난 3월14일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ICANN에 이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면서 "이전에도 세간의 문제 제기와 달리 미국 정부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ICANN을 설립, 관련 의사결정을 존중해 왔으며 이번에 그마저도 모두 이양을 함으로써 보다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국 정부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반영할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실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산업 역량이나 영향력에 비해 미약하다는데 있다. 전국적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높은 활용률을 자랑하며 `IT강국'임을 자랑하지만 정작 국제 사회 발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과거 국가안보가 군사력에 좌우됐다면 현재는 `사이버 정보력'에 좌우되며, 과거 외교활동이 대면 교섭 중심이었다면 현재 국가간 외교와 국제질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인터넷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민-관-학 합동 토론을 할 수 있는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를 발족,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국제 논의에 반영하기 위한 정책 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주로 국민적 관심사인 통신요금이나 보조금, 정보보호 및 해킹 방어 등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이 모든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인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곳은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며 인도, 브라질 등 제3세계권도 세를 규합해 발언력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수준인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요 의장국가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범 부처 차원의 인터넷 거버넌스 의제를 확립하고 국제사회에 적극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1) 닷컴과 닷케이알의 파워게임
인터넷을 위한 적합한 관리 체제를 찾는 논의가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간 충돌이 늘어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배타적인 사이버 표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인터넷 공간의 `질서체계(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 또한 달아오르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3회에 걸쳐 인터넷 거버넌스의 주요 현안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가 왜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인터넷 주소 맨 마지막에 흔하게 쓰이는 닷컴(.com) 닷케이알(.kr)과 같은 체계는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가 정한다.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Multistakeholder)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하며 이를 전 세계 인터넷 세상에서 활용한다.
그런데 ICANN이 미국 상무부에서 설립한 비영리 민간 기구라는 배경 때문에 ICANN의 활동에 불만을 나타내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 인터넷 질서에 미국의 입김이 상당수 작용할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인터넷 질서를 거부하고 자국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것이 인터넷 거버넌스 논쟁의 시작이다.
1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과 국제 인터넷 질서 정립을 위한 정책 설정이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는 4월 브라질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회의가 개최되는데 이 자리에 모인 국가 인터넷 정책 총괄자들이 사이버 보안 등 신생 인터넷 질서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ICANN과 인터넷 주소체계 관련 문제만 하더라도 ICANN이 인터넷 주소관리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대표성 반영을 미흡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인터넷 질서체계에 각국 정부가 대표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정부 주도의 인터넷 검열 폭로 사태 이후 주요 국가 인터넷 관련 기관장 11명이 모여 일관성 있는 인터넷 운영, ICANN 기능의 국제화 및 IPv6로의 IP 주소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몬테비데오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강혜영 ICANN 서울사무소 소장은 "미 상무부는 지난 3월14일 인터넷 거버넌스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ICANN에 이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면서 "이전에도 세간의 문제 제기와 달리 미국 정부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ICANN을 설립, 관련 의사결정을 존중해 왔으며 이번에 그마저도 모두 이양을 함으로써 보다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각국 정부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반영할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실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산업 역량이나 영향력에 비해 미약하다는데 있다. 전국적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높은 활용률을 자랑하며 `IT강국'임을 자랑하지만 정작 국제 사회 발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재천 인하대 교수는 "과거 국가안보가 군사력에 좌우됐다면 현재는 `사이버 정보력'에 좌우되며, 과거 외교활동이 대면 교섭 중심이었다면 현재 국가간 외교와 국제질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인터넷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민-관-학 합동 토론을 할 수 있는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를 발족,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국제 논의에 반영하기 위한 정책 활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주로 국민적 관심사인 통신요금이나 보조금, 정보보호 및 해킹 방어 등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이 모든 사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인 인터넷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곳은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며 인도, 브라질 등 제3세계권도 세를 규합해 발언력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수준인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요 의장국가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범 부처 차원의 인터넷 거버넌스 의제를 확립하고 국제사회에 적극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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