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들 `스카우트 자제` 담합 피소…
동종업체 취업금지 등 변화 관심
동종업체 취업금지 등 변화 관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의 자유로운 이직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술유출, 특허침해 등의 문제로 일정기간 동종업종 취업금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은 `하이테크 피고용인 반독점 집단소송' 재판의 배심원 선정 절차를 오는 5월 27일 개시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5년 초부터 2009년 말까지 어도비ㆍ애플ㆍ구글ㆍ인텔ㆍ인튜이트ㆍ루카스필름ㆍ픽사 등에 근무했던 기술 인력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지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서로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이번 소송이 집단소송으로 진행되게 해 달라는 원고 측 요청을 지난해 10월 담당판사인 루시 고 판사가 받아들이면서 재판이 본격화됐다. 변론 종결은 7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그 며칠 후 배심원 평결이 나오게 된다. 평결에 따라 애플ㆍ구글ㆍ인텔 등 대표기업들은 기술 인력들에게 대규모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집단 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 법무부가 이 회사들을 상대로 낸 반독점법 위반 기소에 이어 나온 것으로, 미국 내 기술 인력 이직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시 법무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서로 `콜드 콜'(cold call)하지 않기로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 `콜드 콜'은 특정 근로자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접촉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가 먼저 접촉해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이같은 변화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기술인력 이직 금지가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이 중요시되는 업종의 연구개발(R&D) 인력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데 근로계약서 작성시 `일정기간 내 동종업체 취업금지'를 명시한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핵심인력의 경쟁사 유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직 금지를 강화하는 조치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애플의 특허전쟁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분쟁 등 지식재산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고삐를 다시 조이는 모습이다.
업체들은 이직금지조항이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자유로운 직업선택권을 강조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기술보호를 우선시하는 기류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과도하게 이직금지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경쟁을 해치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이직도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직금지 조항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 업체에서 퇴사한 인력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중국 법원에 문제를 제기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종업계 이직금지 위반시 법적인 대응은 인력과 기술의 중요도에 따라 사례별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홍석기자 redstone@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은 `하이테크 피고용인 반독점 집단소송' 재판의 배심원 선정 절차를 오는 5월 27일 개시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5년 초부터 2009년 말까지 어도비ㆍ애플ㆍ구글ㆍ인텔ㆍ인튜이트ㆍ루카스필름ㆍ픽사 등에 근무했던 기술 인력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지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서로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혐의로 소를 제기했다. 이번 소송이 집단소송으로 진행되게 해 달라는 원고 측 요청을 지난해 10월 담당판사인 루시 고 판사가 받아들이면서 재판이 본격화됐다. 변론 종결은 7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그 며칠 후 배심원 평결이 나오게 된다. 평결에 따라 애플ㆍ구글ㆍ인텔 등 대표기업들은 기술 인력들에게 대규모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집단 소송은 지난 2010년 미국 법무부가 이 회사들을 상대로 낸 반독점법 위반 기소에 이어 나온 것으로, 미국 내 기술 인력 이직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당시 법무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서로 `콜드 콜'(cold call)하지 않기로 담합함으로써 반독점법을 위반했다. `콜드 콜'은 특정 근로자가 이직 의사를 밝히고 접촉해 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편 회사가 먼저 접촉해 스카우트를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의 이같은 변화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기술인력 이직 금지가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이 중요시되는 업종의 연구개발(R&D) 인력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데 근로계약서 작성시 `일정기간 내 동종업체 취업금지'를 명시한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핵심인력의 경쟁사 유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이직 금지를 강화하는 조치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애플의 특허전쟁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분쟁 등 지식재산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고삐를 다시 조이는 모습이다.
업체들은 이직금지조항이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자유로운 직업선택권을 강조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기술보호를 우선시하는 기류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나치게 과도하게 이직금지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경쟁을 해치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이직도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직금지 조항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국내 업체에서 퇴사한 인력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업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중국 법원에 문제를 제기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종업계 이직금지 위반시 법적인 대응은 인력과 기술의 중요도에 따라 사례별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의 경우, 국내보다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홍석기자 red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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