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제 `황우석의 공허한 꿈` 깰 때

`황우석 사태` 통해 과학자의 윤리의식을 다시한번 되돌아봐
맹목적 영웅만들기는 더 이상 반복해선 안돼 냉정한 이성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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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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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제 `황우석의 공허한 꿈` 깰 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ㆍ탄소문화원 원장
엉터리 줄기세포 연구로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가 주요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를 했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귀한 `원천기술'을 더 이상 썩혀둘 수 없다는 의견도 있고, 안현수 선수처럼 다른 나라에서 데려가 버리면 어쩌겠냐는 의견도 있다. 인천시가 그런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소문도 있는 모양이다.

황우석의 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월말에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그의 근황을 장황하게 소개한 것이 계기였다. 황 박사가 민간 후원자와 경기도의 지원으로 서울에 설립한 사설 연구원에서 활발하게 애완견 복제 사업을 하고 있고, 매머드와 같은 멸종동물이나 코요테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복원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수십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물론 2005년 황우석 사태를 되짚어보는 내용도 있고, 현재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소개되었다. 곧이어 뉴욕타임스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거의 같은 내용을 함께 내용을 보도한 것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다. 자칫하면 세계 과학계가 황우석의 재기에 동의하는 것처럼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네이처는 곧바로 `황우석의 재기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명백하게 밝혔다. 그의 근황을 소개한 것은 세계 과학계가 황우석이 최근에 이룩한 과학적 성과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과학자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시도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드문 사례'에 대한 저널리스트적 관심 때문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황우석이 사소한 윤리적ㆍ기술적 실수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잘못된 문제 제기에 희생되었고, 황우석 사태로 세계를 선도하던 한국의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는 우리 사회 일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박하고 있다. 황우석은 결코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었고, 1990년대의 복제소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인맥에 의해 과장된 것이었으며, 인간 복제에 대해서 아무 것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황우석 사태로 한국 과학계가 기술적ㆍ과학적으로 잃어버린 것은 없었고, 오히려 싹트고 있는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를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서게 만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년 동안 황우석이 조용히 칩거하고 있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네이처가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에서 황우석은 이미 재기에 성공했다. 쟈스민 혁명의 혼란에 빠져있던 리비아를 찾아가서 동물 복제 기술을 두고 독재자 카다피와 거액의 비밀스러운 거래를 시도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실제로 그의 국내외적 활약에는 거침이 없었고, 어떠한 제약도 없었다. 동물 복제 사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사법부의 판단과 서울대 조사위의 결론에 대한 반발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물론 누구나 사법적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논문 조작의 책임을 제자에게 떠넘기려던 시도는 교수나 과학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것이었다.

과연 그가 `엎드려 바란다'는 `기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제 대법원 판결로 서울대로의 복귀도 불가능해졌고, 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그에게 맡길 수도 없다. 혹시라도 그가 황우석 신화의 재점화를 기대하고 있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과학에 대해 무지한 지자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뻔질나게 찾아다니는 그의 최근 행보는 볼썽사나운 것이다. 어쩌면 `환상을 만들어 진짜처럼 여기고, 거품에 취해 있었다'는 뉴욕타임스 발언은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공허한 환상에 취해있었던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독설일 수도 있다. 이제 맹목적인 영웅 만들기와 엉터리 신화는 용납될 수 없다. 과학은 냉혹한 이성에 의해서만 발전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ㆍ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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