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극적 대처로 일관 사태 키워
해외선 사용범위 철저히 제한, 보관 금지
안행부 “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
해외선 사용범위 철저히 제한, 보관 금지
안행부 “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
■ 주민번호 개편론 불붙는다
(중) 주민번호 안바꾸나 못바꾸나
반복 유출돼 피해가 막심한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단계적이며 신중하게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민번호와 유사한 `사회보장번호'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정부의 자세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17일 안행부는 `주민번호 체계 개편을 분명히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주민번호 개편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만큼 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다소 다르다. 이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만 보더라도 (개정된 현 주소 체계가)훨씬 과학적이고 명료한 방식인데,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면서 "주민번호는 금융ㆍ의료ㆍ병역ㆍ조세ㆍ복지ㆍ선거 등 국가 행정과 국민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만큼 (체계를 개편하려면)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막상 주민번호 체계 개편에 돌입하게 되면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고 국민들의 혼란이나 불편함도 클 것이라는 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복 유출된 주민번호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 대처라는 지적이다.
한 정보보호 정책 전문가는 "도로명 주소 전환 사업은 정부가 `톱다운(상향식)' 방식으로 개편을 하다보니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주민번호의 경우 온 국민이 할 수만 있다면 번호를 바꾸고 싶어할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 이런 부분에 정책 기획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번호체계가 있는 것일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인식별번호체계를 갖춘 나라가 적지 않다. 이들 중 여러 가지 이유로 번호체계를 바꾼 나라도 적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조세, 연금 등 한정된 범위에서 사용되던 기존 사회보장번호를 대체하는 이른바 `시민서비스번호'를 도입했다. 이 나라는 법률로 공공기관이 시민서비스번호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개인사업자 등이 시민서비스번호를 취급할 경우 사전 허가된 사람만 접근토록 하거나 보안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사회보장번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번호 역시 미국 시민의 신분번호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 개인식별번호로 활용되는 추세다. 따라서 미국도 법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사회보장번호의 공개를 금지하고 연방이나 주 정부기관이 이를 요구하는 경우 제출의 필요성, 요구의 법률근거, 제공된 사회보장번호의 사용목적, 제시거부의 경우 처리방법 등을 미리 고지하도록 돼 있다.
가장 눈 여겨봐야 할 사례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인고유번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의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개인식별번호를 `중앙주민등록청'이라는 국가 기관이 관리하며 다른 정부기관이나 민간에서 아예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해당 번호가 필요하다면 중앙청에서 문자-숫자로 조합된 무작위 번호를 부여해 이를 암호화 한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 후 파기한다.
김민호 교수는 "지금까지 주민번호 체계의 개편 문제를 주민등록제도 자체의 문제와 결부시켜 논의해 왔기 때문에 주민번호의 유출로 인한 심각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체계 개편이 쉽게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해외 정부 사례를 고려해 우리 정부도 속히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번호 개편을 원하는 국민적 바람을 발판 삼아 아전인수격으로 `국가 통치 체계' 자체를 공격하는 일부 정치논리 개입이야말로 주민번호 개편 논의의 발목을 잡는 일이며 피해를 확대시킨다는 얘기다.
강은성기자 esther@
(중) 주민번호 안바꾸나 못바꾸나
반복 유출돼 피해가 막심한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단계적이며 신중하게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민번호와 유사한 `사회보장번호'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정부의 자세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17일 안행부는 `주민번호 체계 개편을 분명히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행부 고위 관계자는 "주민번호 개편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만큼 제도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이 다소 다르다. 이 관계자는 "도로명 주소만 보더라도 (개정된 현 주소 체계가)훨씬 과학적이고 명료한 방식인데,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면서 "주민번호는 금융ㆍ의료ㆍ병역ㆍ조세ㆍ복지ㆍ선거 등 국가 행정과 국민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만큼 (체계를 개편하려면)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막상 주민번호 체계 개편에 돌입하게 되면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고 국민들의 혼란이나 불편함도 클 것이라는 게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복 유출된 주민번호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 대처라는 지적이다.
한 정보보호 정책 전문가는 "도로명 주소 전환 사업은 정부가 `톱다운(상향식)' 방식으로 개편을 하다보니 현장 적용이 쉽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주민번호의 경우 온 국민이 할 수만 있다면 번호를 바꾸고 싶어할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 이런 부분에 정책 기획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가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번호체계가 있는 것일까.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인식별번호체계를 갖춘 나라가 적지 않다. 이들 중 여러 가지 이유로 번호체계를 바꾼 나라도 적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조세, 연금 등 한정된 범위에서 사용되던 기존 사회보장번호를 대체하는 이른바 `시민서비스번호'를 도입했다. 이 나라는 법률로 공공기관이 시민서비스번호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개인사업자 등이 시민서비스번호를 취급할 경우 사전 허가된 사람만 접근토록 하거나 보안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사회보장번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번호 역시 미국 시민의 신분번호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 개인식별번호로 활용되는 추세다. 따라서 미국도 법을 통해 공공기관에서 사회보장번호의 공개를 금지하고 연방이나 주 정부기관이 이를 요구하는 경우 제출의 필요성, 요구의 법률근거, 제공된 사회보장번호의 사용목적, 제시거부의 경우 처리방법 등을 미리 고지하도록 돼 있다.
가장 눈 여겨봐야 할 사례는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인고유번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의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개인식별번호를 `중앙주민등록청'이라는 국가 기관이 관리하며 다른 정부기관이나 민간에서 아예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해당 번호가 필요하다면 중앙청에서 문자-숫자로 조합된 무작위 번호를 부여해 이를 암호화 한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 후 파기한다.
김민호 교수는 "지금까지 주민번호 체계의 개편 문제를 주민등록제도 자체의 문제와 결부시켜 논의해 왔기 때문에 주민번호의 유출로 인한 심각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체계 개편이 쉽게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해외 정부 사례를 고려해 우리 정부도 속히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번호 개편을 원하는 국민적 바람을 발판 삼아 아전인수격으로 `국가 통치 체계' 자체를 공격하는 일부 정치논리 개입이야말로 주민번호 개편 논의의 발목을 잡는 일이며 피해를 확대시킨다는 얘기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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