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한국 IT환경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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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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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한국 IT환경 이대로 좋은가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년간의 연구년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IT와 관련된 경험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동일한 경험을 하기에 낯설 것도 없는 것이지만 왜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 글을 통해 재고해보고자 한다.

1. 1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컴퓨터의 부품들을 업그레이드 하고, OS를 포맷한 후 인터넷을 시작한다. 인터넷 브라우저는 크롬을 선호하지만 어쩔 수 없이 크롬 창과 익스플로어 창을 동시에 키고 작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이트는 익스플로어 기반으로 제작을 했기에 크롬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웹페이지도 많고, 금융거래와 관련해서는 크롬은 깡통 브라우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익스플로어를 사용하려다 보니 뭐 이리 깔아야 할 프로그램이 많은지… 사이트를 옮길 때 마다 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액티브 액스를 깔다 보니 이게 내 컴퓨터인지 그들과 공유하는 컴퓨터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이미 2005년 정보통신부 시절 제정된 인터넷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서 웹 콘텐츠에 접근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컴퓨터나 운영체제 또는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든지 또는 어떠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에 구애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웹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국내 데스크탑 브라우저 이용 중 약 20%가 크롬이다.

2. 공인인증서 만료 경고가 뜬다. 주거래 은행 웹사이트에 가서 인증서를 새롭게 갱신했다. 주거래 은행에서 갱신을 끝내고 다음은 현재 이용 중인 은행과 크레디트 카드 사이트에 접속해서 공인인증서 등록을 한다. 공인인증서 등록을 필요로 하는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원(http://www.minwon.go.kr/)을 비롯한 공공기관 사이트 몇 곳을 방문해서 등록을 했다. 자, 다음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 차례. 휴대전화, 패드에 있는 모바일 인증서 갱신과정을 거치니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그런데 왜 공인인증서가 필요 것일까? 미국에서 1년간 살면서 은행계좌과 크레딧트 카드 그리고 펀드 운용을 했지만 이러한 공인인증서 제도는 없다. 데스크탑에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그리고 아이디를 보호하기 위한 질문에만 대답하면 자금이체도 문제가 없다.공인인증서는 정말 보안에 안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만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안전한 금융거래를 보장하는 공인인증서는 NPKI폴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해킹의 대상이 되고 있고,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공인인증서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모순적인 존재라는 것.

3. 사는 곳 근처에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문화시설이 있다. 회원가입을 하자니 이게 또 만만치 않다. 아이핀이 1차 걸림돌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한다는 명목으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아이핀. 아이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핀 사이트에 가서 새롭게 신청을 해야만 했다. 가입 절차도 복잡하고 또한 아이들 것까지 만들려다 보니 이것도 시간이 많이 든다. 회원가입을 위한 정보도 쓸데없이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이것이 정말 온라인에서 개인을 확인하는 방안이 될까? 정작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체육문화시설 사이트에 가입하는데 아이핀 제도가 왜 필요한가 하는 점. 이메일 주소로 아이디를 만들고 비밀번호로는 부족한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금융거래야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공인인증서라는 해괴망측한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문화시설 웹 회원에 가입하는데 왜 이러한 복잡한 과정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

4.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울리는 스팸 전화 벨 소리와 문자 메시지는 어떠한가? 미국에서 1년간 거주하며 기껏해야 한 달에 한번 정도 받아본 스팸. 미세 먼지와 꽉 막히는 지하철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가 된 불법도박과 대출 그리고 대리 운전을 종용하는 메시지. 통신사의 네트워크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을 것 같은 사회적 공해를 정녕 막을 수는 없는 것인가? 전 국민이 겪는 고통은 통신사의 인프라로 해결이 안 되는 것인가? 혹시 통신사는 수익 때문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닌가?

인텔 랩의 사용자 경험 연구소장인 벨(Genevieve Bell) 박사는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100명의 사회과학자와 디자이너들과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지를 연구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연구팀은 제품 개발과정은 물론 인텔 칩이 장착되는 제품 제조회사에 인간 경험에 기반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벨이 만일 한국에 와서 이러한 IT환경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한국의 IT 환경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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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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