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 개정안 10개 국회 소관위 접수
지방선거 앞두고 전문의견 무시 주먹구구식 발의 이어져
개정 틈타 `밥그릇`챙기는 이권단체까지 포착 주의 요구
지방선거 앞두고 전문의견 무시 주먹구구식 발의 이어져
개정 틈타 `밥그릇`챙기는 이권단체까지 포착 주의 요구
■ 정보보호법 전면 손질하자
(4ㆍ끝) 로비로 얼룩진 정보보호법
1억400만건의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치권도 소맷부리를 걷었다. 당국을 질타하는 정치성명이 줄을 잇고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도 연일 문전성시다. 관련법 개정안은 사건 발생 한달여만에 십수개가 소관위에 접수됐다.
하지만 이같은 국회의 움직임에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회가 여론만 의식해 산업 여파를 고려하지 않고 강경 일변도의 규제안을 제출하고 법개정에 나서는 것은 `온전한 정보보호'에 유익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관련법에 대한 개정안은 총 10개가 국회 소관 위원회에 접수됐다.
정보유출 관련 국정조사가 현재 진행중이고 각 의원이 개정을 염두에 둔 입법토론회를 연이어 계획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 상정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보보호 법률 관련 한 권위자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고 처벌 강화도 마땅하지만, 지금 (국회에서 추진하는)이 방법은 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과 정통망법, 신용정보법 사이에는 법률 정합성이 크게 결여돼 있고 모순된 조항이 많다.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정비 요구가 지난 2년여간 끊임없이 있었다. 법률에 허점이 많아 중복규제만 양산하고 보안체계는 흔들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권위자는 "그동안 국회는 정치적 사안에만 매몰돼 학계와 전문가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질 않았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드정보 유출로 국민적 분노가 심각해지자 여론을 의식해 전문적 고려나 깊은 성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실과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은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실제로 한 미국 보안업체 임원은 최근 방한해 "한국 정부가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어떻게 규제하는지 미국 정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유출 기업 CEO를 형사 처벌하는 강력한 규정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상위법은 없고, 각 산업 하위 규정이나 `표준'으로 규율하고 있다"면서 "정보유출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처벌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규정은 따로 없고, 다만 소비자들이 막대한 소송을 걸어 기업이 휘청거리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행 국내 정보보호법은 상위법과 하위법의 재정비와 전면 검토가 필요하지, 정보보호를 무기로 무분별한 `규제 폭탄'을 만들려는 현재 움직임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법제도 개정의 혼란을 틈타 `밥그릇'을 챙겨보려는 이권단체들의 움직임도 포착돼 주의가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정보보호에 관한 기술이나 제도에 대해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법을 제안할 때 소위 `전문가'라는 업자의 도움을 받는데, 그 업자가 해당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의 정책과 기술을 제시하면 그대로 수용한 사례가 현행법에도 나타나 있다"며 "실제로 2년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할 때도 법률에 어설픈 `기술규정'이 여러 곳 삽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법 제정 당시 각계에서 정부로 찾아와 `보안에는 이러이러한 기술이 꼭 필요하니 법률에 반드시 반영해 달라'는 청탁이 물밀 듯 들어왔다. 업계 의견 반영과 이권을 위한 청탁은 분명히 차이가 있기에 거절했다"면서 "그런데 국외 출장이 있어 한달여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더니, 청탁으로 왔던 그 내용이 그대로 국회로 흘러들어 모 의원 이름으로 법안상정이 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비단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역시 법률 개정에 해당 부처의 권한이나 조직을 확대하려는 얌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률을 단순 명료하게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보보호를 명목으로 `의료 정보법(가칭)'이라는 단독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과 75%의 유사성을 보여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는 정보통신망법에 오히려 행정 권한과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부의 얌체 행보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청탁 입법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보보호 법률 권위자는 "법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급변하는 기술을 뒤쫓기 어렵다. 이권에 휘둘려 어설픈 세부 규칙만 양산하면 기업은 규제에 시름하고 정보보호는 부실체계의 악순환에 빠진다"면서 "국회는 여론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이제라도 뜻을 모아 정보보호 대원칙을 세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4ㆍ끝) 로비로 얼룩진 정보보호법
1억400만건의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치권도 소맷부리를 걷었다. 당국을 질타하는 정치성명이 줄을 잇고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토론회도 연일 문전성시다. 관련법 개정안은 사건 발생 한달여만에 십수개가 소관위에 접수됐다.
하지만 이같은 국회의 움직임에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국회가 여론만 의식해 산업 여파를 고려하지 않고 강경 일변도의 규제안을 제출하고 법개정에 나서는 것은 `온전한 정보보호'에 유익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기준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관련법에 대한 개정안은 총 10개가 국회 소관 위원회에 접수됐다.
정보유출 관련 국정조사가 현재 진행중이고 각 의원이 개정을 염두에 둔 입법토론회를 연이어 계획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 상정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보보호 법률 관련 한 권위자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고 처벌 강화도 마땅하지만, 지금 (국회에서 추진하는)이 방법은 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과 정통망법, 신용정보법 사이에는 법률 정합성이 크게 결여돼 있고 모순된 조항이 많다.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정비 요구가 지난 2년여간 끊임없이 있었다. 법률에 허점이 많아 중복규제만 양산하고 보안체계는 흔들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권위자는 "그동안 국회는 정치적 사안에만 매몰돼 학계와 전문가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질 않았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카드정보 유출로 국민적 분노가 심각해지자 여론을 의식해 전문적 고려나 깊은 성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실과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은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실제로 한 미국 보안업체 임원은 최근 방한해 "한국 정부가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어떻게 규제하는지 미국 정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유출 기업 CEO를 형사 처벌하는 강력한 규정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상위법은 없고, 각 산업 하위 규정이나 `표준'으로 규율하고 있다"면서 "정보유출 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 나서 처벌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규정은 따로 없고, 다만 소비자들이 막대한 소송을 걸어 기업이 휘청거리는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행 국내 정보보호법은 상위법과 하위법의 재정비와 전면 검토가 필요하지, 정보보호를 무기로 무분별한 `규제 폭탄'을 만들려는 현재 움직임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법제도 개정의 혼란을 틈타 `밥그릇'을 챙겨보려는 이권단체들의 움직임도 포착돼 주의가 요구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정보보호에 관한 기술이나 제도에 대해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법을 제안할 때 소위 `전문가'라는 업자의 도움을 받는데, 그 업자가 해당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의 정책과 기술을 제시하면 그대로 수용한 사례가 현행법에도 나타나 있다"며 "실제로 2년전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할 때도 법률에 어설픈 `기술규정'이 여러 곳 삽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법 제정 당시 각계에서 정부로 찾아와 `보안에는 이러이러한 기술이 꼭 필요하니 법률에 반드시 반영해 달라'는 청탁이 물밀 듯 들어왔다. 업계 의견 반영과 이권을 위한 청탁은 분명히 차이가 있기에 거절했다"면서 "그런데 국외 출장이 있어 한달여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더니, 청탁으로 왔던 그 내용이 그대로 국회로 흘러들어 모 의원 이름으로 법안상정이 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비단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역시 법률 개정에 해당 부처의 권한이나 조직을 확대하려는 얌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률을 단순 명료하게 재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보보호를 명목으로 `의료 정보법(가칭)'이라는 단독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과 75%의 유사성을 보여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는 정보통신망법에 오히려 행정 권한과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부의 얌체 행보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청탁 입법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보보호 법률 권위자는 "법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급변하는 기술을 뒤쫓기 어렵다. 이권에 휘둘려 어설픈 세부 규칙만 양산하면 기업은 규제에 시름하고 정보보호는 부실체계의 악순환에 빠진다"면서 "국회는 여론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이제라도 뜻을 모아 정보보호 대원칙을 세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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