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망법, 개인정보보호법과 75% 유사 `기형적`
일관성 없고 모순된 항목까지 있어 `허점투성이`
`폐지` 준하는 전면개정… 법률 간소화 한목소리
일관성 없고 모순된 항목까지 있어 `허점투성이`
`폐지` 준하는 전면개정… 법률 간소화 한목소리
■ 정보보호법 전면 손질하자
(1) 정보보호 발목잡는 정보통신망법
사상 최악의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가 터져 온 국민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보를 빼낸 범죄자의 행위가 가장 지탄받을만한 일이지만 해당 카드사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방조한 제도적 허점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때문에 이참에 법제도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정보보호 관련 법제도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복잡하고 많은 규정을 갖추고 있다. 이 많은 정보보호 규율이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해 중복 규제만 양상해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저해하고, 정작 정보보호 핵심에 해당하는 부문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별법인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은 물론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에도 구멍이 적지 않다. 디지털타임스는 긴급진단을 통해 개별 법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향후 정보보호 법제도가 어떻게 정비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늠해본다.
정보보호에 관한 여러 법률에 대해 `폐지'에 준하는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애매한 표현이나 쓸데없이 세밀한 의무조항을 삭제하고 처벌과 책임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개정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권은희 의원 등이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국정조사에 돌입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및 안전행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산발적인 개정보다는 소관 상임위와 정부부처가 합심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을 일제히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발의되고 있는 개정법률은 정보유출 기업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거나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를 이루고 있지만, 그보다는 정보유출 자체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허점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먼저 정통망법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과 약 75% 정도가 유사하다고 법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기 전 공공 영역에서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민간영역에서는 정통망법이 정보보호 관련법률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은 두 법률의 통폐합을 전제로 구성된 것이고, 따라서 두 법률의 내용을 상당수 수용했다. 실제 공공관련 법률은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통망법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내용을 수용함에 따라 75% 가량 법률이 유사하다. 그런데 정통망법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보호에 대한 행정권을 타 부처에 빼앗기기 싫어 법률 폐지를 번복했고 현재의 기형적인 법률체계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법의 유사성은 법률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는 정보유출이 일어났을 경우 해당 정보주체에게 지체없이 유출 사실을 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통망법은 제27조의3에 동일한 내용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제3항과 정통망법 제23조제2항도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중복으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도한 규제가 완벽한 정보보호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 전문가들은 법률을 간소화해야 오히려 기업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고 투명한 법 적용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의 실효성 측면에서 법률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법이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면서 "제재 조항은 너무 많은데 제재에 일관성이 없고 모순된 항목마저 나와 기업의 법률 준수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법률이 서로 겹치고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해당 산업계 이해관계를 반영, 법의 허점을 스스로 초래하는 경우도 나와 더더욱 법률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일반법에서 엄연히 금지하고 있는 조항도 개별법, 특별법에서 해당 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 각종 예외조항이나 시행령으로 회피할 근거를 만들어 정보보호의 기본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SK커뮤니케이션즈의 3500만명 정보유출이나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의 수백만명 정보유출은 정통망법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사고를 초래한 기업들이 법률을 위반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관행적으로 정보를 수집, 활용하도록 법률이 합법적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 유출 사고가 터져 법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통망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근거를 밝힌 `규정'정도로 존치시키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유사 조항을 상당수 흡수, 강화해 법률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강은성기자 esther@
(1) 정보보호 발목잡는 정보통신망법
사상 최악의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가 터져 온 국민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보를 빼낸 범죄자의 행위가 가장 지탄받을만한 일이지만 해당 카드사의 안일한 대처와 이를 방조한 제도적 허점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때문에 이참에 법제도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정보보호 관련 법제도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복잡하고 많은 규정을 갖추고 있다. 이 많은 정보보호 규율이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해 중복 규제만 양상해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을 저해하고, 정작 정보보호 핵심에 해당하는 부문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개별법인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은 물론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에도 구멍이 적지 않다. 디지털타임스는 긴급진단을 통해 개별 법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향후 정보보호 법제도가 어떻게 정비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늠해본다.
정보보호에 관한 여러 법률에 대해 `폐지'에 준하는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애매한 표현이나 쓸데없이 세밀한 의무조항을 삭제하고 처벌과 책임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개정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권은희 의원 등이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국정조사에 돌입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및 안전행정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산발적인 개정보다는 소관 상임위와 정부부처가 합심해 정보보호 관련 법률을 일제히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발의되고 있는 개정법률은 정보유출 기업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거나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를 이루고 있지만, 그보다는 정보유출 자체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허점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먼저 정통망법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과 약 75% 정도가 유사하다고 법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기 전 공공 영역에서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민간영역에서는 정통망법이 정보보호 관련법률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은 두 법률의 통폐합을 전제로 구성된 것이고, 따라서 두 법률의 내용을 상당수 수용했다. 실제 공공관련 법률은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통망법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내용을 수용함에 따라 75% 가량 법률이 유사하다. 그런데 정통망법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보호에 대한 행정권을 타 부처에 빼앗기기 싫어 법률 폐지를 번복했고 현재의 기형적인 법률체계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법의 유사성은 법률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는 정보유출이 일어났을 경우 해당 정보주체에게 지체없이 유출 사실을 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통망법은 제27조의3에 동일한 내용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제3항과 정통망법 제23조제2항도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 중복으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도한 규제가 완벽한 정보보호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 전문가들은 법률을 간소화해야 오히려 기업을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고 투명한 법 적용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의 실효성 측면에서 법률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법이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면서 "제재 조항은 너무 많은데 제재에 일관성이 없고 모순된 항목마저 나와 기업의 법률 준수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법률이 서로 겹치고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해당 산업계 이해관계를 반영, 법의 허점을 스스로 초래하는 경우도 나와 더더욱 법률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일반법에서 엄연히 금지하고 있는 조항도 개별법, 특별법에서 해당 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 각종 예외조항이나 시행령으로 회피할 근거를 만들어 정보보호의 기본원칙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SK커뮤니케이션즈의 3500만명 정보유출이나 KT,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의 수백만명 정보유출은 정통망법이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사고를 초래한 기업들이 법률을 위반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관행적으로 정보를 수집, 활용하도록 법률이 합법적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 유출 사고가 터져 법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통망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근거를 밝힌 `규정'정도로 존치시키고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유사 조항을 상당수 흡수, 강화해 법률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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