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수처리 시장 공기업 진출 `시끌`

안행부 “1만5000톤 이하 사업도 허용키로”
민간기업 “경쟁 안돼 존속 자체 위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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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가 민간기업이 하고 있는 소규모 하수처리 시장에 공기업 진출을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관련 기업들이 수처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학계와 민간기업은 이번 법안 추진이 사실상 상하수도 처리시설 운영권을 공기업으로 넘기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처리 기술 관련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인 수처리 플랜트와 관련 소재개발에 이번 건이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행부는 1만5000톤 이상 하수처리 사업장에 한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거나 공기업에 위탁할 수 있던 지방공기업법을 1만5000톤 이하 하수처리 사업도 공기업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중이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오는 6월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하수처리 시설 432개소 가운데 민간이 위탁 운영 중인 1만5000톤 이하 시설은 167개에 이른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67개 시설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기업에 위탁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민간기업이 지자체, 공기업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방에서 하수처리시설을 운영하던 한 업체는 그 지역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공단이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해 사업권을 뺏긴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류성호 뉴엔텍 대표는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미래 하수도는 고부가가치가 있고 멤브레인 수처리 필터 공급망만 해도 70%를 외국기업인 GE가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고부가가치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며 "덴마크 등을 보면 기자재 운영 업체들이 하수처리장 하면서 테스트를 하고 개발하지만, 공공기관은 사실상 이런게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도 역시 시설을 공기업화할 경우 세계 수처리 시장에서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승일 고려대 부총장은 "기업이 해외로 나가서 수처리 사업을 수주하려 하면 분명 자국에서 사업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볼 것인데, 없으면 당신 나라에서도 못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하려 하느냐는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코오롱워터앤에너지와 LG히타치 워터솔루션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코오롱의 경우 멤브레인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등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LG 역시 LG화학을 통해 멤브레인 수처리 필터 기술력을 갖춘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수처리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소규모로 보유하던 하수도 처리 시설 위탁운영권을 공공에 뺏기면 민간 기업 존속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주장이다.

김영철 안행부 공기업과 과장은 "법안의 핵심은 공기업의 재정 투명성 확보와 경영 합리화 촉진을 위한 것이지 민간기업을 차단하려 한 것이 아니다"라며 "민간기업이 공기업보다 경쟁력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석태 환경부 수도정책과 과장은 "경영 효율화는 사실상 정확한 회계 적용이 어려운 공기업보다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해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나뉘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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