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권리의식ㆍ기업 정보보호`선순환`필요
정보개방 `활용`과`보호`상호 조화 이뤄야
부처간 정책 조정`컨트롤타워`역할 다할것
정보개방 `활용`과`보호`상호 조화 이뤄야
부처간 정책 조정`컨트롤타워`역할 다할것
갑오년 첫 회의가 열렸던 지난 1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장은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감돌았다. 지난 10년간 금융기관들이 고객정보를 함부로 공유해왔던 관행을 개선토록하기 위한 최종 의결을 앞뒀기 때문이다.
15인 소속 위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각계 전문가 의견까지 수렴하는 등 장고를 거친 끝에 정하경 위원장은 의사봉을 두드렸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기업의 영리와 발전을 위해 희생돼야만 했던 그간의 관행을 타파하는 결정이었다.
이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보낸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 개정 권고는 위원회가 올 한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일반법이 발효된 후 부처별, 제도별로 `정보보호'와 상충되는 독소조항과 예외 규정들을 시대상황에 맞게 재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사상 최대의 신용카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정보 유출로 돈을 벌려는 범죄자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려는 정치적 목적의 사이버 공격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 위원장의 어깨도 부쩍 무거워졌다.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 수호 차원에서 정보보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파가 반짝 풀렸던 지난 16일 서대문구 통일로에 위치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실에서 정하경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행정 관료와 특임장관실 차관까지 거친 행정 전문가였지만 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2011년부터는 정보보호 전문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담=이근형 IT정보화부장
-위원장직을 맡은 지도 8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1기부터 상임위원으로 재직해 전문성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의 소회를 밝힌다면.
"개인정보보호 업무는 과거 행정안전부 당시 정보화전략실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발족 이후 초대 상임위원을 거쳐 이번 위원장 직위에 이르기까지 세차례에 걸쳐 담당하고 있다. 상임위원 때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위원장이 되니까 다수 위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의견을 조정해 합리적 결론에 이르게 하는 `절차'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첨단 정보화 사회에 대두되는 현안이며 국민의 권리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 업무에 자부심과 책임을 함께 느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됐나.
"위원회 출범 당시 위원장과 국회 몫 5명의 위원 선출이 늦어지는 바람에 15명 전체 위원회 구성은 2012년 초에야 완성됐다. 위원회 사무국 직원을 타 부처로부터 전입 받고 업무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발족 초기에는 새로운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이러는 중에도 두차례에 걸쳐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심의ㆍ의결했고 국회에 연차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구글의 정보보호방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위원회 회의를 총 44차례 개최해 많은 안건을 처리했다. 그간 위원회의 체제를 정비하고 법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중점 추진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단편적인 사안보다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도록 분야별 다양한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려고 한다. 또한 오는 6월에는 개인정보보호 국제기구인 APPA(Asia Pacific Privacy Authorities) 회의를 유치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위원회의 국제적 위상도 제고할 계획이다."
-연이어 터지는 정보 유출 및 보안사고에도 여전히 기업과 개인은 이에 무감각한 것 같다. 기업은 개인정보 분야가 특정 부서의 업무로 인식하고 있고, 개인들 역시 유출에 따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정보 유출 건수가 수백만건, 수천만건 하더니 최근 신용카드사 사고에서는 억대의 건수에 이르렀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빅데이터 환경 속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범위와 파장은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스팸 문자와 메일, 스미싱 피해 등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사회 질서를 교란할 우려도 있다. 이제는 국가 사회 전체의 안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은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도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법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규제와 제도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법망을 피하는 공격과 유출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바라기는 시장원리가 이 문제에도 작동되기를 원한다.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기고 개인정보보호 장치가 잘 돼 있는 기업과 우선 거래하게 되면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것이다. 개인의 권리 의식, 그리고 기업의 개인정보보호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선순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데 위원회의 집행 기능에는 제한이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 및 관련 단체 등과 계속 협조해 나갈 것이다."
-여전히 개인정보를 두고 `활용'과 `보호'라는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행 법제도를 평가한다면.
"아주 어려운 문제고 좋은 지적이다. 지난해 10월31일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개방과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공공정보 개방ㆍ공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지침'에 의하면 공공정보를 개방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가 전제가 되도록 하고 있어 상호 조화를 유도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라는 두 가치의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활용에 치우치면 보호가 위태롭고 보호를 강화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해 활용이 위축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정보 보호의 역할을 도로의 가드레일에 비유했다. 국가 경쟁력과 행정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보의 고속도로가 원활하게 소통돼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가 그 소통을 막거나 감속시키기보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인도하고 궤도 이탈을 막아주는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드레일이 튼튼할수록 안심하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얘기인데, 무척 공감이 됐다."
-최근 금융위에 개정을 권고한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처럼 시대적 흐름과 정보가치의 변화에 따라 손질해야 하는 법제도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일반법이 발효되면서 부처별, 산업별로 가지고 있는 각종 개별법, 특별법, 예외조항 등이 일반법과 충돌하거나 모순이 되는 부분이 적잖다.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분야별로 특별법이 존재하고 소관 부처가 달라 정책 충돌 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일부 예외조항이나 특례에 따라 보호보다는 `활용'에 더 가치를 둔 법률이나 정책이 요소요소에 자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호와 활용은 참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의 정서가 개인정보를 정보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왔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위원회가 이같은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려고 한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권고에 대해 벌써부터 일부 금융기관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듯 제도 개선과정은 산업계 반발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이 역시 활용과 보호의 가치가 상충하는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기업도 이제 인식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고객정보는 기업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고객정보를 자산으로 운용하는 기업이 나올 정도다. 이런 기업일수록 `보호'를 규제나 압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활용'을 위해 당연히 수반돼야 할 가치라고 여겨야 한다. 상충이 아니라 함께 수반돼야 하는 가치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부분에서 시장원리가 작동된다. 고객들이 정보유출로 불안한 회사가 아닌, 내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안전한 거래를 돕는 기업을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업 역시 정보보호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 전에 안하던 동의절차 등을 밟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 위원회 입장에서도 무조건 보호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의 필요성, 관련 제도의 배경을 충분히 파악하면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사회에서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금융지주회사법도 그렇고 위원회 역할은 `권고' 수준이다. 강제력이 있지 않고 집행기능도 없다.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권한 타령을 먼저 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 제도 개선, 정비, 인식전환 등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적지 않다. 일단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을 차근차근 해내면서 정보보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개인가치를 챙겨주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준 다음에 권한 확대를 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원회 권고에 관한 실효적인 집행권, 이에 따르는 집행 능력이 있다면 더 강력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써 정보보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잘 담당하고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정보보호 정책을 잘 조정해 나간다면 최상이다. 현재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기관으로 격상하자는 법안(2013년 9월 민주당 변재일 의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자문기구가 아닌 행정위원회이지만 인사와 예산의 자율권이 없고 집행기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에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조건으로 각 국의 개인정보보호제도와 수준을 따지는 등 국제통상 문제 그리고 전자정부 세계1위의 국가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컨트롤타워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필요하며 행정 각부가 아닌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한 것이다. 필요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분쟁 등을 실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인정보 보호는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보화 사회의 신뢰와 안전의 문제이며 경제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인 정보보호 산업의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보화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에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개인정보 보호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더 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정리=강은성기자 esther@
15인 소속 위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각계 전문가 의견까지 수렴하는 등 장고를 거친 끝에 정하경 위원장은 의사봉을 두드렸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기업의 영리와 발전을 위해 희생돼야만 했던 그간의 관행을 타파하는 결정이었다.
이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금융위원회에 보낸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 개정 권고는 위원회가 올 한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일반법이 발효된 후 부처별, 제도별로 `정보보호'와 상충되는 독소조항과 예외 규정들을 시대상황에 맞게 재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에서 사상 최대의 신용카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정보 유출로 돈을 벌려는 범죄자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려는 정치적 목적의 사이버 공격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정 위원장의 어깨도 부쩍 무거워졌다. 국가 안보와 사회 질서 수호 차원에서 정보보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그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파가 반짝 풀렸던 지난 16일 서대문구 통일로에 위치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실에서 정하경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행정 관료와 특임장관실 차관까지 거친 행정 전문가였지만 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2011년부터는 정보보호 전문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대담=이근형 IT정보화부장
-위원장직을 맡은 지도 8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1기부터 상임위원으로 재직해 전문성이 높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의 소회를 밝힌다면.
"개인정보보호 업무는 과거 행정안전부 당시 정보화전략실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발족 이후 초대 상임위원을 거쳐 이번 위원장 직위에 이르기까지 세차례에 걸쳐 담당하고 있다. 상임위원 때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위원장이 되니까 다수 위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의견을 조정해 합리적 결론에 이르게 하는 `절차'에 더 집중하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첨단 정보화 사회에 대두되는 현안이며 국민의 권리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 업무에 자부심과 책임을 함께 느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운영됐나.
"위원회 출범 당시 위원장과 국회 몫 5명의 위원 선출이 늦어지는 바람에 15명 전체 위원회 구성은 2012년 초에야 완성됐다. 위원회 사무국 직원을 타 부처로부터 전입 받고 업무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발족 초기에는 새로운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이러는 중에도 두차례에 걸쳐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심의ㆍ의결했고 국회에 연차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구글의 정보보호방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지난해 말까지 위원회 회의를 총 44차례 개최해 많은 안건을 처리했다. 그간 위원회의 체제를 정비하고 법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중점 추진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단편적인 사안보다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의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도록 분야별 다양한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려고 한다. 또한 오는 6월에는 개인정보보호 국제기구인 APPA(Asia Pacific Privacy Authorities) 회의를 유치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위원회의 국제적 위상도 제고할 계획이다."
-연이어 터지는 정보 유출 및 보안사고에도 여전히 기업과 개인은 이에 무감각한 것 같다. 기업은 개인정보 분야가 특정 부서의 업무로 인식하고 있고, 개인들 역시 유출에 따른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정보 유출 건수가 수백만건, 수천만건 하더니 최근 신용카드사 사고에서는 억대의 건수에 이르렀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빅데이터 환경 속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범위와 파장은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스팸 문자와 메일, 스미싱 피해 등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사회 질서를 교란할 우려도 있다. 이제는 국가 사회 전체의 안전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은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보다도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 법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규제와 제도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법망을 피하는 공격과 유출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바라기는 시장원리가 이 문제에도 작동되기를 원한다.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기고 개인정보보호 장치가 잘 돼 있는 기업과 우선 거래하게 되면 기업이 개인정보보호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할 것이다. 개인의 권리 의식, 그리고 기업의 개인정보보호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선순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데 위원회의 집행 기능에는 제한이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 및 관련 단체 등과 계속 협조해 나갈 것이다."
-여전히 개인정보를 두고 `활용'과 `보호'라는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행 법제도를 평가한다면.
"아주 어려운 문제고 좋은 지적이다. 지난해 10월31일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개방과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공공정보 개방ㆍ공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지침'에 의하면 공공정보를 개방하더라도 개인정보 보호가 전제가 되도록 하고 있어 상호 조화를 유도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라는 두 가치의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활용에 치우치면 보호가 위태롭고 보호를 강화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해 활용이 위축될 수 있다. 얼마 전 만난 외부 전문가가 개인정보 보호의 역할을 도로의 가드레일에 비유했다. 국가 경쟁력과 행정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보의 고속도로가 원활하게 소통돼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가 그 소통을 막거나 감속시키기보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인도하고 궤도 이탈을 막아주는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드레일이 튼튼할수록 안심하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얘기인데, 무척 공감이 됐다."
-최근 금융위에 개정을 권고한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처럼 시대적 흐름과 정보가치의 변화에 따라 손질해야 하는 법제도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일반법이 발효되면서 부처별, 산업별로 가지고 있는 각종 개별법, 특별법, 예외조항 등이 일반법과 충돌하거나 모순이 되는 부분이 적잖다.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분야별로 특별법이 존재하고 소관 부처가 달라 정책 충돌 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일부 예외조항이나 특례에 따라 보호보다는 `활용'에 더 가치를 둔 법률이나 정책이 요소요소에 자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호와 활용은 참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이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의 정서가 개인정보를 정보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에도 상당한 변화가 왔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위원회가 이같은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려고 한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권고에 대해 벌써부터 일부 금융기관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듯 제도 개선과정은 산업계 반발 등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이 역시 활용과 보호의 가치가 상충하는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기업도 이제 인식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고객정보는 기업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고객정보를 자산으로 운용하는 기업이 나올 정도다. 이런 기업일수록 `보호'를 규제나 압박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활용'을 위해 당연히 수반돼야 할 가치라고 여겨야 한다. 상충이 아니라 함께 수반돼야 하는 가치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부분에서 시장원리가 작동된다. 고객들이 정보유출로 불안한 회사가 아닌, 내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안전한 거래를 돕는 기업을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업 역시 정보보호를 비용이 아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 전에 안하던 동의절차 등을 밟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 위원회 입장에서도 무조건 보호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의 필요성, 관련 제도의 배경을 충분히 파악하면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사회에서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금융지주회사법도 그렇고 위원회 역할은 `권고' 수준이다. 강제력이 있지 않고 집행기능도 없다.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데.
"권한 타령을 먼저 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 제도 개선, 정비, 인식전환 등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적지 않다. 일단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을 차근차근 해내면서 정보보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개인가치를 챙겨주는 기관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준 다음에 권한 확대를 논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원회 권고에 관한 실효적인 집행권, 이에 따르는 집행 능력이 있다면 더 강력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써 정보보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잘 담당하고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정보보호 정책을 잘 조정해 나간다면 최상이다. 현재도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기관으로 격상하자는 법안(2013년 9월 민주당 변재일 의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자문기구가 아닌 행정위원회이지만 인사와 예산의 자율권이 없고 집행기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에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조건으로 각 국의 개인정보보호제도와 수준을 따지는 등 국제통상 문제 그리고 전자정부 세계1위의 국가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컨트롤타워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필요하며 행정 각부가 아닌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한 것이다. 필요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분쟁 등을 실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인정보 보호는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보화 사회의 신뢰와 안전의 문제이며 경제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블루오션인 정보보호 산업의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보화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에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개인정보 보호 분야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더 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정리=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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