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변화된 에너지 상태
빛 흡수ㆍ방출…안전성 추구
빛 흡수ㆍ방출…안전성 추구
지난 4년 이상 이어졌던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히 침체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평균 성장률을 넘어서는 비약적인 대도약으로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경기회복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우리 사회 깊이 파고든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본래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20세기 초에 정립된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는 전이(轉移, transition)를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양자 점프 또는 양자 도약(quantum leap)이라고 하기도 한다. 전이는 계단처럼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가 바뀌는 현상이다. 양자역학적 전이는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원자나 분자에서 일어나는 전이는 1조 분의 1초를 뜻하는 피코(pico)초보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원자나 분자처럼 인간의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역학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적인 에너지 상태가 비탈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계단처럼 불연속적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계단과 계단 사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자나 분자를 구성하는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으로 끌려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적 전이가 무작정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자나 분자의 경우는 흔히 빛이라고 부르는 전자기파와의 공명(共鳴)이 필요하다.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되려면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광자를 가진 빛을 흡수해야 한다. 반대로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옮겨가는 전이에서는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광자를 가진 빛이 방출된다. 세상이 화려하게 보이는 것도 양자 도약에서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빛에 의한 것이다.
양자 전이가 일어나는 에너지 계단의 간격은 다양하다. 분자의 회전 운동과 관련된 양자역학적 계단의 높이는 마이크로파에 해당할 정도로 작고, 분자의 진동 운동과 관련된 계단의 높이는 적외선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색깔을 가진 염료 분자의 전자 상태와 관련된 계단의 높이는 가시광선에 해당한다.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는 분자의 전자 상태의 계단은 파장이 더 짧은 자외선에 해당한다. 원자의 전자 상태는 대부분 자외선 영역이다.
본래 양자라는 말은 양(量)을 뜻하는 라틴어 퀀투스(quantus)에서 유래된 것이다. 19세기에 열역학 분야에서 드물게 사용되다가 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 정립되면서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 물리학에서 양자는 아주 작은 양의 에너지를 가진 양자역학적 덩어리를 뜻한다. 그런 양자 덩어리는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래서 고전적으로 전자기파로 해석되던 빛도 광자라는 알갱이의 특성을 나타내고, 고전적인 입자로 해석되던 전자, 원자, 분자도 파동에 해당하는 전자기파의 특성을 나타낸다.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특성인 불확정성의 원리도 양자역학적 입자-파동 이중성의 직접적인 결과다.
퀀텀 점프가 일상 언어에서는 갑작스러운 증가 또는 극적인 변화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낯선 과학 용어가 묘한 멋과 매력을 풍긴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퀀텀 점프는 변화의 폭이 크다는 의미보다 변화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의미가 더 강조된다.
양자도약은 20여 년 전 미국에서 방영된 유명한 텔레비전 연속극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간 여행을 하는 물리학자가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혼란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그런 양자도약일 수도 있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본래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20세기 초에 정립된 양자역학에서 사용하는 전이(轉移, transition)를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양자 점프 또는 양자 도약(quantum leap)이라고 하기도 한다. 전이는 계단처럼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가 바뀌는 현상이다. 양자역학적 전이는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원자나 분자에서 일어나는 전이는 1조 분의 1초를 뜻하는 피코(pico)초보다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원자나 분자처럼 인간의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역학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양자역학적인 에너지 상태가 비탈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계단처럼 불연속적이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계단과 계단 사이에 해당하는 에너지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자나 분자를 구성하는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양전하를 가진 원자핵으로 끌려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전자의 에너지 상태가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적 전이가 무작정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자나 분자의 경우는 흔히 빛이라고 부르는 전자기파와의 공명(共鳴)이 필요하다.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전이되려면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광자를 가진 빛을 흡수해야 한다. 반대로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옮겨가는 전이에서는 계단의 높이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광자를 가진 빛이 방출된다. 세상이 화려하게 보이는 것도 양자 도약에서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빛에 의한 것이다.
양자 전이가 일어나는 에너지 계단의 간격은 다양하다. 분자의 회전 운동과 관련된 양자역학적 계단의 높이는 마이크로파에 해당할 정도로 작고, 분자의 진동 운동과 관련된 계단의 높이는 적외선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색깔을 가진 염료 분자의 전자 상태와 관련된 계단의 높이는 가시광선에 해당한다. 우리 눈에 흰색으로 보이는 분자의 전자 상태의 계단은 파장이 더 짧은 자외선에 해당한다. 원자의 전자 상태는 대부분 자외선 영역이다.
본래 양자라는 말은 양(量)을 뜻하는 라틴어 퀀투스(quantus)에서 유래된 것이다. 19세기에 열역학 분야에서 드물게 사용되다가 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 정립되면서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대 물리학에서 양자는 아주 작은 양의 에너지를 가진 양자역학적 덩어리를 뜻한다. 그런 양자 덩어리는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래서 고전적으로 전자기파로 해석되던 빛도 광자라는 알갱이의 특성을 나타내고, 고전적인 입자로 해석되던 전자, 원자, 분자도 파동에 해당하는 전자기파의 특성을 나타낸다. 양자역학의 대표적인 특성인 불확정성의 원리도 양자역학적 입자-파동 이중성의 직접적인 결과다.
퀀텀 점프가 일상 언어에서는 갑작스러운 증가 또는 극적인 변화로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낯선 과학 용어가 묘한 멋과 매력을 풍긴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퀀텀 점프는 변화의 폭이 크다는 의미보다 변화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의미가 더 강조된다.
양자도약은 20여 년 전 미국에서 방영된 유명한 텔레비전 연속극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간 여행을 하는 물리학자가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는 혼란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그런 양자도약일 수도 있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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