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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펀드 1년만에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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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유입 규모 절반수준 급감… 소장펀드 등장에 사실상 퇴출 위기
재형저축펀드가 출시 1년만에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자금 순유입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데다, 정부가 3월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를 내놓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전체 재형펀드 설정액 규모는 638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5월까지 재형펀드에는 월 평균 90억원이 순유입됐지만, 6월부터는 순유입액이 64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말에는 5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 순유입됐다. 출시 1년도 안 돼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형저축 도입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재형펀드는 이미 도입 당시부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반 쪽 짜리 `사생아'나 마찬가지였다"며 "지난해 장기펀드에 대한 소득공제가 최종 승인되지 못하고, 주식투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과세 혜택을 주식투자와 연계시키려다 보니 유사한 형태의 펀드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68개 재형펀드 중 49개는 해외채권형펀드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주식에 대한 양도차익에는 이미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있어 재형펀드 도입에 따른 혜택을 해외채권형펀드가 가장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략 등으로 급감 추세다. 전체 재형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2.52%에 불과해 은행권 재형적금의 4%대 금리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나마 재형펀드 중에서 지난 6개월 동안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전부 해외주식형펀드였다.

여기에 정부가 3월 중으로 납입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소장펀드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재형펀드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소장펀드는 재형펀드와 가입조건이 동일할 뿐 아니라 소득공제로 인한 세제혜택도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용자 혼란도 우려된다. 지난해 4월부터 신흥국채권 재형펀드에 투자해 온 한 투자자는 "10년 후에나 세금 혜택을 받아 찾을 수 있는 펀드인 만큼, 못해도 7∼8년 뒤엔 동남아 시장이 유망할 것이란 전망으로 펀드를 가입했다"면서도 "막상 매달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오고, 소장펀드까지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갈아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장펀드 역시 재형펀드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형펀드에 비해 세제혜택의 규모는 크지만, 다소 낮은 소득 상한과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5년 이상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국내 증시가 5년 이후에는 반드시 상승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장을 보고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이 원금손실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펀드에 매달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공 여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유근일기자 ryu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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