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호텔의 공청회장. 한 대학 교수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지목하며 "연구비가 한 곳에 몰리다 보니 다른 기초연구 과제가 줄어들고 있다"며 "IBS의 정체성을 연구소가 아니라 대학 연구그룹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다른 토론회장. 대학 교수들에게 지원하는 풀뿌리 기초연구 예산이 내년에 줄어드는 데다 신규과제가 올해 1660개 가량에서 1000개 이상 줄어든다는 소식에 교수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연구과제 `보릿고개'를 경험한 교수들은 내년 더한 연구비 흉년 전망에 탄식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대학원생들이 많은데 연구과제를 따지 못하면 뭐가 되나. 과제가 없으면 대학에서도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날 열린 좌담회에서는 한 기업가가 아웃풋 없이 `연구를 위한 연구'에 익숙해진 연구자들을 질타했다. 대학교수와 출연연 연구원들이 평가를 신경 쓰다 보니 현실에 도움되지 않는 논문과 잘게 쪼갠 특허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 자연대뿐만 아니라 산업과 가까워야 할 공대 교수들마저 같은 양상이다 보니 연 16조를 국가R&D에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젖줄로 꼽은 과학기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비 감소 위기의식이 높다. 올 들어 연구과제 선정 경쟁률이 높아진 데다 내년엔 풀뿌리 기초연구 신규과제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지난 6년간 개인 기초연구비가 4배 폭증하는 풍족한 환경을 경험한 교수들에게 연구과제 없는 상황은 익숙지 않다. 대학원생에게 지원금을 주는 교육부 BK21 사업 덕에 대학원 진학생들이 그동안 크게 늘었고, 연구실 식구가 많아진 교수들은 그에 걸맞은 연구비 수주 부담을 안고 있다. 한편으론 각종 평가를 논문 수로 받고, 그 논문 생산에서 대학원생들의 역할이 크니 대학원생이 많은 게 교수들에게 유리하다.
취업난까지 겹치며 많아진 대학원생들은 기업보다는 박사, 박사후과정(포닥)을 거쳐 안정된 대학교수가 되길 꿈꾼다.
연구비는 크게 늘었지만 정원이 묶여있는 출연연들은 박사들을 정원 외 포닥연구원이나 비정규직으로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자 출연연의 지나치게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문제가 됐다. 정원규제는 풀리지 않은 채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자니 포닥과 비정규직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을 쏟아 붓는데, 많은 지원을 받은 이 생태계는 안녕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한편으론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들이 현실에 별 도움도 안 되는 논문만 파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수들은 그들대로 평가와 연구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간 협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와중에 올해에도 대학입시에서 많은 학생들은 서울대 자연대나 공대에 합격하고도 다른 대학 의대에 가기 위해 등록을 포기했다.
국가도, 교수도, 연구원도, 대학원생도, 포닥연구원도, 이공계 꿈나무도, 세금을 내 과학기술을, 연구개발을 지탱하는 국민과 기업도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이 생태계를 어찌할 것인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경제와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현장형 연구도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다르게 바라보고 활용하고 평가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세밀한 시스템 없인 이도저도 아니라 남들 연구와 연구시스템 흉내만 내다 끝난다. 전체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때다.
연구개발 생태계를 이대로 두곤 창조경제도 헛일일 수밖에 없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며칠 후 다른 토론회장. 대학 교수들에게 지원하는 풀뿌리 기초연구 예산이 내년에 줄어드는 데다 신규과제가 올해 1660개 가량에서 1000개 이상 줄어든다는 소식에 교수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연구과제 `보릿고개'를 경험한 교수들은 내년 더한 연구비 흉년 전망에 탄식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대학원생들이 많은데 연구과제를 따지 못하면 뭐가 되나. 과제가 없으면 대학에서도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같은 날 열린 좌담회에서는 한 기업가가 아웃풋 없이 `연구를 위한 연구'에 익숙해진 연구자들을 질타했다. 대학교수와 출연연 연구원들이 평가를 신경 쓰다 보니 현실에 도움되지 않는 논문과 잘게 쪼갠 특허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 자연대뿐만 아니라 산업과 가까워야 할 공대 교수들마저 같은 양상이다 보니 연 16조를 국가R&D에 투입하고도 성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젖줄로 꼽은 과학기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비 감소 위기의식이 높다. 올 들어 연구과제 선정 경쟁률이 높아진 데다 내년엔 풀뿌리 기초연구 신규과제가 3분의 1로 줄어든다.
지난 6년간 개인 기초연구비가 4배 폭증하는 풍족한 환경을 경험한 교수들에게 연구과제 없는 상황은 익숙지 않다. 대학원생에게 지원금을 주는 교육부 BK21 사업 덕에 대학원 진학생들이 그동안 크게 늘었고, 연구실 식구가 많아진 교수들은 그에 걸맞은 연구비 수주 부담을 안고 있다. 한편으론 각종 평가를 논문 수로 받고, 그 논문 생산에서 대학원생들의 역할이 크니 대학원생이 많은 게 교수들에게 유리하다.
취업난까지 겹치며 많아진 대학원생들은 기업보다는 박사, 박사후과정(포닥)을 거쳐 안정된 대학교수가 되길 꿈꾼다.
연구비는 크게 늘었지만 정원이 묶여있는 출연연들은 박사들을 정원 외 포닥연구원이나 비정규직으로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자 출연연의 지나치게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 문제가 됐다. 정원규제는 풀리지 않은 채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자니 포닥과 비정규직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많은 돈을 쏟아 붓는데, 많은 지원을 받은 이 생태계는 안녕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한편으론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들이 현실에 별 도움도 안 되는 논문만 파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수들은 그들대로 평가와 연구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간 협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와중에 올해에도 대학입시에서 많은 학생들은 서울대 자연대나 공대에 합격하고도 다른 대학 의대에 가기 위해 등록을 포기했다.
국가도, 교수도, 연구원도, 대학원생도, 포닥연구원도, 이공계 꿈나무도, 세금을 내 과학기술을, 연구개발을 지탱하는 국민과 기업도 모두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이 생태계를 어찌할 것인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경제와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현장형 연구도 필요하고, 정부가 이를 다르게 바라보고 활용하고 평가하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세밀한 시스템 없인 이도저도 아니라 남들 연구와 연구시스템 흉내만 내다 끝난다. 전체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때다.
연구개발 생태계를 이대로 두곤 창조경제도 헛일일 수밖에 없다.
생활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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