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절름발이 인터넷` 재도약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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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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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절름발이 인터넷` 재도약 해법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절름발이다. 집에서 작업한 문서를 깜빡 잊고 출근해서 당황하는 경우가 흔하다. 회사 서버는 집에서 연결할 수 있지만, 통상 회사에서 집 PC는 연결 못한다.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는데 바로 도착하지 않는 일이 흔하고, 사용하지 않은 앱에 배터리 소모가 많다. 해외에서 데이터를 쓴 적인 없는데 비싼 데이터 로밍 요금을 물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IP 주소가 부족해서 인터넷에 부착된 모든 단말에 주소를 부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흔히 집이나 사무실의 PC, WiFi 무선으로 접속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이동통신망에 접속된 스마트폰 대부분이 사설 IP 주소를 쓰고 있다. 엄밀히 말해, 사설 IP 주소를 사용하는 기기는 인터넷에 접속된 것이 아니다. 이 주소로 메시지 전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NAT(Network Address Translation)라는 편법으로 공식 IP 주소로 변환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버로의 연결은 가능하지만, 반대 방향의 연결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송신할 메시지는 증간 서버에 저장해 놓고 앱이나 OS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는지 주기적으로 이 서버에 연결해서 확인하고, 가져오느라 숨겨진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배터리를 소모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센서, 가전제품, 전열기 등 사물을 인터넷으로 원격 제어하기 곤란하기에 신규 시장 창출이 더디다.

한편, 인터넷 스포츠 중계나 생방송 TV뉴스는 수십만 시청자에게 같은 동영상 카피를 전송하며 낭비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작고 저화질 화면을 감수하고 있다. IPTV를 제외한 일반에게 멀티캐스팅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멀티캐스팅이 가능하다면, 서버를 거치지 않고 그룹 채팅하고, 화상회의 할 수 있으며, 특정 그룹에 동보 통신할 수 있다. 미래 스마트그리드에서 블랙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공장들에게 실시간으로 절전을 유도하거나 전원을 차단할 수도 있다.

IPv6 기반 차세대 인터넷은 128비트로 표현되는 IPv6 주소를 모든 컴퓨팅 기기와 인터넷으로 연결할 사물에게 사실상 무한정으로 부여할 수 있다. 멀티캐스팅과 암호화(IPsec)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용도에 따라 인터넷 단말에 여러 종류의 주소를 부여하고, 자동으로 주소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공개되는 망과 차단되는 내부 사설망의 효율적 이중 운영이 용이하다. 편법이 편법을 낳아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복잡하게 만든 지금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IPv6로 전환한다고 달라지는 서비스가 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면밀히 검토해 보면 현재의 절름발이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현실적 대안이다.

인터넷 주소가 소진된 지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작년 이후 IPv6 이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구글 실시간 통계를 보면, 예상보다 이르게 미국은 5.11%, 전세계적으로 2.65%가 이용하고 있어 2~3년 내에 IPv6가 인터넷의 주류로 등장하리라 예상된다.

리스크와 투자를 감내하면서 먼저 나설 자원자를 기대하기 난망하다. 가능한 빨리 범 국가적으로 IPv6 출범일을 선포하자. 정부, 통신사업자, 포털, 단말기 및 장비 제조업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날에 맞춰 같이 준비하게 하자.

이동통신에서 출발함이 좋겠다. 사설 IP 주소마저 부족해 IPv6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는 이통 3사가 All IP망인 LTE망에서 시작하고, IPv6가 비교적 잘 준비된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공급을 개시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면, 포털과 컨텐츠 제공자들은 저절로 동참하게 될 것이다. 특히, 내년 7월 이후에 개시 예정인 LTE망에서의 인터넷 전화인 VoLTE는 서비스 속성상 처음부터 IPv6 기반으로 출발함이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홍진표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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