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 개인정보 입력은 고객책임"… 보상책임 면하려고 강경대응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해킹 피해 책임이 대폭 강화됐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용자 탓'으로 몰아가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A은행과 B증권은 최근 해킹 피해를 당한 이용자에게 `피해의 책임이 고객에게 있다'며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경우 최근 문자사기(스미싱)와 결합한 가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해 해킹 피해를 당한 이용자에게 `고객 쪽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가짜 모바일뱅킹 앱에 개인정보를 줄줄 입력했으니 고객 책임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그동안 이용자들이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9조에 따라 해킹 등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1차적인 책임을 금융기관이 지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이용자 중과실'이 드러나면 금융기관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A은행은 피해자에게 악성 앱을 설치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용자 과실이라고 규정하고 (은행측은)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면서 "대외적으로는 (은행이)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만약 이 사태에 대해 은행이 먼저 책임을 질 경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해킹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대폭 늘어날 것을 우려해 최대한 `이용자 중과실' 조항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B증권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직장인 A씨 부부는 B증권에 CMS 계좌를 개설하고 재산을 예금해 뒀는데 최근 이 계좌에서 무려 870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두달여간 CMS 인터넷뱅킹을 한 적도 없는데 잔고가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부부가 사색이 돼 B증권 측에 문의를 해 보니 `중국에서 모바일뱅킹으로 금액이 인출됐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출국 사실조차 없는 A씨 부부는 해킹으로 인한 피해라며,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B증권 측에 책임을 물었지만 이 회사는 `공인인증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고객 탓'이라며 `소송하고 싶으면 하라'고 오히려 배짱을 부렸다는 것이다.
A은행이나 B증권 모두 "돈을 되찾으려면 소송을 걸라"는 사무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은 오히려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기관들은 모두 이 이슈로 고민하고 있다. 고객에게 자칫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가는 `책임을 모두 뒤집어쓴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듯 하다"면서 "그래서 웬만한 사안은 모두 이용자 중과실로 몰아가기 위해 초기부터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법이 바뀌어서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시행령이 부조리하게 바뀌면서 금융기관이 오히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시행령은 즉각 개정돼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법의 당초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성기자 esther@
11일 업계에 따르면 A은행과 B증권은 최근 해킹 피해를 당한 이용자에게 `피해의 책임이 고객에게 있다'며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경우 최근 문자사기(스미싱)와 결합한 가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인해 해킹 피해를 당한 이용자에게 `고객 쪽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가짜 모바일뱅킹 앱에 개인정보를 줄줄 입력했으니 고객 책임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그동안 이용자들이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9조에 따라 해킹 등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1차적인 책임을 금융기관이 지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이용자 중과실'이 드러나면 금융기관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A은행은 피해자에게 악성 앱을 설치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용자 과실이라고 규정하고 (은행측은)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면서 "대외적으로는 (은행이)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만약 이 사태에 대해 은행이 먼저 책임을 질 경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해킹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대폭 늘어날 것을 우려해 최대한 `이용자 중과실' 조항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B증권에서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직장인 A씨 부부는 B증권에 CMS 계좌를 개설하고 재산을 예금해 뒀는데 최근 이 계좌에서 무려 8700여만원이 빠져나갔다. 두달여간 CMS 인터넷뱅킹을 한 적도 없는데 잔고가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부부가 사색이 돼 B증권 측에 문의를 해 보니 `중국에서 모바일뱅킹으로 금액이 인출됐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출국 사실조차 없는 A씨 부부는 해킹으로 인한 피해라며,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B증권 측에 책임을 물었지만 이 회사는 `공인인증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고객 탓'이라며 `소송하고 싶으면 하라'고 오히려 배짱을 부렸다는 것이다.
A은행이나 B증권 모두 "돈을 되찾으려면 소송을 걸라"는 사무적인 답변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은 오히려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기관들은 모두 이 이슈로 고민하고 있다. 고객에게 자칫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가는 `책임을 모두 뒤집어쓴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듯 하다"면서 "그래서 웬만한 사안은 모두 이용자 중과실로 몰아가기 위해 초기부터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법이 바뀌어서 금융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시행령이 부조리하게 바뀌면서 금융기관이 오히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시행령은 즉각 개정돼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법의 당초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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