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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치료 실마리, 한국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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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고재영 교수팀 "여성호르몬 프로게스테론 투여 운동 신경세포 사멸 억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투병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희귀난치성질환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실마리를 국내 의료진이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 교수팀은 최근 루게릭 병에 걸린 유전자변형 생쥐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결과 운동신경세포의 사멸이 효과적으로 억제되고, 생존율 또한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프로게스테론은 체내 소기관의 세포 폐기물을 제거하는 `자식작용`(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잡아먹는 작용)을 촉진하면서, 루게릭병의 대표적 유전 발병인자인 돌연변이 단백질 `SOD1`을 감소시켜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게스테론을 투여받은 유전자 변형 생쥐는 정상 생쥐의 50% 정도의 운동 능력 보존 효과를 보였다.

반면 투여를 하지 않는 생쥐가 5% 정도의 운동 능력만이 남았다.

또 생존기간 역시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가 투여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약 10% 가량 더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고 있고, 이번 연구기간 동안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한 생쥐에서 독성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치료제 개발 시 임상 적용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매커니즘이 밝혀짐에 따라 루게릭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루게릭병과 마찬가지로 비정상 단백질의 축적을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을 가져와 의식과 감각, 지능은 멀쩡하지만 사지의 근육을 움직일 수 없어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10% 가량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35만명, 우리나라에도 3000여명이 앓고 있지만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임상에서 쓰이고 있는 약물은 수개월 정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어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질환 전문 학회지인 `질병신경생물학` 최신호에 실렸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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