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책과 전자책에 대출권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 있어
출판사와 저작권자에 충분한 보상을 함으로써 시대 조류 적극 대처해야
출판사와 저작권자에 충분한 보상을 함으로써 시대 조류 적극 대처해야
조사해보니 서울에 있는 공공도서관들이 소장한 책은 도서관에 들어와서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평균 약 서른한 번 대출되었다. 도서관은 책을 살 때 한 번만 값을 치렀으므로 기업으로 치면 크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전자책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아니오'이다.
도서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저작권법의 이른바 최초판매의 원칙덕분이다. 소설이나 시 등 저작물이 수록된 책에는 저작자의 저작권, 그 중에서도 배포권이 미친다. 출판사가 책이 팔릴 때마다 지불하는 인세는 저작권자가 책의 배포(판매)를 허락한 데 따른 대가이다. 하지만 배포권을 끝까지 적용하면 책을 사서 친구에게 선물할 때에도 허락을 받아야하는 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저작권법은 저작물이 수록된 매체(책)가 일단 한번 팔리면 그 매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저작권자가 배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매체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도서관의 대출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전자책은 그것이 수록된 매체가 아니라 전자책(파일) 자체로 거래된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매체는 둔 채로 파일로만 주고받는다. 전자책의 유통에는 최초판매의 원칙이 적용될 대상인 매체가 없으니 원칙 그 자체도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인쇄책과 달리 전자책은 도서관이 따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이용자들에게 대출(전송)할 수 없고, 단지 도서관 안에서 열람만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이용자의 관심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도서관이 전자책 서비스를 포기하면 이제껏 도서관이 맡아온 지식정보 전달의 허브 역할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출판계도 중요한 시장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현재도 몇몇 공공도서관은 일부 전자책 유통사들의 허락을 받아 이용자들에게 전자책 대출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출판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유통사들도 이를 단지 소비자들이 전자책에 보다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
도서관과 전자책의 공존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쇄책에 대출권(public lending right)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이 최초판매의 원칙 덕분에 자유롭게 대출해온 것을 달리 보면 도서관 서비스라는 공공서비스가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희생으로 제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채택하고 있는 대출권 제도는 도서관에서의 소장 부수나 대출 횟수에 따라 정부가(도서관이 아니라) 그 책의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보상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도서관에서 많이 이용되는 책에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간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하면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희생에 대해 보상하면서 전자책 시장도 아울러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쇄책과 함께 전자책에도 대출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많은 출판사들이 여전히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잘 나가는 책은 전자책으로 출판하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출판사의 선택에 따라 일부 전자책에 대해서는 대출을 제한하고 관내 열람만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도서관에서의 전자책 서비스로 인해 흥미위주의 독서행태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면, 대출 횟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출권 제도는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자칫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보상금을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모두 지급하기보다는 그 일부를 도서관에 도서구입비로 다시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근대적인 도서관과 출판사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가졌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에서 비롯된 도전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권 제도의 도입과 확대적용만으로 이 곤혹스런 상황이 모두 풀리지는 않겠지만, 이는 도서관과 출판계가 시대의 조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도서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저작권법의 이른바 최초판매의 원칙덕분이다. 소설이나 시 등 저작물이 수록된 책에는 저작자의 저작권, 그 중에서도 배포권이 미친다. 출판사가 책이 팔릴 때마다 지불하는 인세는 저작권자가 책의 배포(판매)를 허락한 데 따른 대가이다. 하지만 배포권을 끝까지 적용하면 책을 사서 친구에게 선물할 때에도 허락을 받아야하는 등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저작권법은 저작물이 수록된 매체(책)가 일단 한번 팔리면 그 매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저작권자가 배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매체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도서관의 대출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전자책은 그것이 수록된 매체가 아니라 전자책(파일) 자체로 거래된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매체는 둔 채로 파일로만 주고받는다. 전자책의 유통에는 최초판매의 원칙이 적용될 대상인 매체가 없으니 원칙 그 자체도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인쇄책과 달리 전자책은 도서관이 따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이용자들에게 대출(전송)할 수 없고, 단지 도서관 안에서 열람만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출판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이용자의 관심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도서관이 전자책 서비스를 포기하면 이제껏 도서관이 맡아온 지식정보 전달의 허브 역할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출판계도 중요한 시장을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현재도 몇몇 공공도서관은 일부 전자책 유통사들의 허락을 받아 이용자들에게 전자책 대출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출판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유통사들도 이를 단지 소비자들이 전자책에 보다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
도서관과 전자책의 공존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쇄책에 대출권(public lending right)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이 최초판매의 원칙 덕분에 자유롭게 대출해온 것을 달리 보면 도서관 서비스라는 공공서비스가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희생으로 제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채택하고 있는 대출권 제도는 도서관에서의 소장 부수나 대출 횟수에 따라 정부가(도서관이 아니라) 그 책의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보상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도서관에서 많이 이용되는 책에는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간다. 이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하면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희생에 대해 보상하면서 전자책 시장도 아울러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쇄책과 함께 전자책에도 대출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많은 출판사들이 여전히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잘 나가는 책은 전자책으로 출판하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출판사의 선택에 따라 일부 전자책에 대해서는 대출을 제한하고 관내 열람만 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도서관에서의 전자책 서비스로 인해 흥미위주의 독서행태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면, 대출 횟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출권 제도는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자칫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보상금을 출판사와 저작권자에게 모두 지급하기보다는 그 일부를 도서관에 도서구입비로 다시 지원하여 간접적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근대적인 도서관과 출판사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출생과 성장 배경을 가졌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에서 비롯된 도전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권 제도의 도입과 확대적용만으로 이 곤혹스런 상황이 모두 풀리지는 않겠지만, 이는 도서관과 출판계가 시대의 조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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