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광장] 로봇산업 새 전기 마련할 때

[DT광장] 로봇산업 새 전기 마련할 때
    입력: 2013-10-29 20:39
미국 다이내믹스사는 국방부의 제작의뢰를 받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4족보행 로봇 `와일드캣'을 최근 공개했다. 실제 험지에서 탄약 등 보급품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데 실용성이 뛰어나 가까운 미래에 전장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복강경 수술로봇 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로봇들은 높은 상용화수준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국내 많은 로봇 시제품들이 연구소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과 투자의 부족을 든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1조원 가까이 쏟아 부은 연구개발(R&D) 투자규모를 생각하면, 아직도 국내 로봇산업의 현주소를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진정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정말 그동안 우리가 개발한 초보적 수준의 시제품과 실제 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의 실용 로봇들과의 진정한 차이는 무엇일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개발 주체에 있다고 본다. 미국 벤처기업들의 개발자들은 그야말로 정글과 같은 혹독한 생태계 내에서 생존한다. 반면 우리의 연구자들은 성과가 미미해도 사업화실적이 없어도 계속 온실과 같은 생태계에서 지원 받으며 같은 연구를 반복한다. 국가 R&D 예산이 산업 육성이 아닌, 오히려 온실생태계를 지속시키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도 국내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던 로봇산업이 지난해에는 마이너스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글로벌 경기불황과 국내 경기둔화로 인한 내수 침체에서 원인을 찾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내년은 로봇산업 육성특별법에 따라 2차 5개년 기본계획이 적용되는 첫해다. 이번 기본계획에 국내 로봇산업 현실을 냉정히 진단해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담아야 되지 않을까.

우선 로봇산업의 미래인 로봇벤처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신규 우수 개발인력도 선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력 개발자들도 급속히 타 분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개인서비스로봇 등 새로 전개한 신 사업들이 시장에서 계속 외면을 당하고 이에 따라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인재들의 대기업이나 정부연구소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극심해 지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인력난은 그대로 사업 침체로 이어지며 중소 벤처기업의 체력은 더욱 약화되는 악순환이 될 것은 불 보듯 하다.

둘째, 국가연구소 중심의 원천기술 개발 정책이 로봇산업의 발전을 전혀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개발된 기술이 연구소테두리를 넘어 산업체로 이전된 예가 미미하다는 것은 이제 R&D 정책의 전환점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의 개발정책은 과감히 버려야한다.미국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모든 R&D 사업의 주체는 민간기업에게만 맡기고 연구소와 학교는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정부부처간 칸막이가 심각하다. 많은 사업기회와 시장창출 수요가 범부처 로봇활용계획에 널려 있음에도 정책적 거버넌스의 부재로 체계적인 사업전개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앞으로 전개되는 2차 로봇산업 육성 기본계획에는 부처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과감한 정책이 담겨져야 한다.

위기가 기회는 한 글자 차이일 정도로 크지 않다. 로봇산업이 다소 어렵고 침체될수록 과감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할 때다. 로봇산업은 모든 제조산업의 메타산업이라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범국가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고 계속돼야 한다.그러나 국내 로봇산업인들도 그저 정부지원만 바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건전한 산업 생태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개최된 로보월드 2013에서는 의료로봇관과 국방로봇관 등 전문관 구성을 해 보다 미래 로봇시장의 방향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한다. 많은 로봇인들이 참여해 보다 국내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변화의 방향을 깊게 통찰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로봇 미래상을 보여주는 단순 전시성 행사에서 탈피해 진정한 고객들을 생산자와 연결시켜 주는 비즈니스 중심의 전문 산업전시회로서의 면모를 기대해 본다.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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