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방지 미가입땐 `이용자 중과실` 분류
은행`금융사 1차 책임`조항 무력화 시도
고객조사권까지 요구…`책임회피용`전락
은행`금융사 1차 책임`조항 무력화 시도
고객조사권까지 요구…`책임회피용`전락
금융 해킹사고시 은행의 책임을 강화한 `개정 전자금융거래법' 시행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법이 금융권 이익단체 입김으로 `누더기'가 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률 이행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도 개선 막판에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23일부터 시행 예정인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 회피'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정안 중 `해킹사고에 대한 이용자의 고의ㆍ중과실 범위 조정'에 관한 내용이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해킹사고가 발생해 실제 이용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사가 1차 책임을 부담토록 했다. 경영자 처벌 조항까지 추가돼 해킹사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현재 시행령에는 해킹 방지를 위해 은행 등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몇몇 제도를 이용자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이용자 중과실'로 분류해 은행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조항인 `시행령 제8조 제3호'가 은근슬쩍 포함됐다. 은행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월26일부터 시행중인 `전자금융사기예방서비스'다. 이용자가 인터넷뱅킹용 PC를 지정하거나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서비스인데, 이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해킹을 당하면 그 피해에 대해선 은행이 책임지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이전까지는 이용자가 공인인증서 등의 `접근매체'를 대여, 위임, 제공하거나 누설, 노출, 방치한 경우에만 이를 이용자의 고의ㆍ중과실 사례라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되레 이용자의 `의무'가 늘어난 셈이 됐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시행령 조문의 적용범위는 광범위하면서 모호하고, 금융기관의 면책범위는 지나치게 넓어 이 시행령이 그대로 적용되면 앞으로 파밍사고에 대해 금융기관이 책임질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는 이용자가 해킹사고를 당했을 경우 일정기간 내 신고하기만 하면 전액 배상을 받거나 혹은 최대 50만원만 물면 되는데 우리나라 제도는 은행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주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권은 면피 조항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이용자 과실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조사권'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서는 금융위가 금융결제원 및 코스콤 등 침해사고대응기관을 지정하고 해킹사고가 발생했을 때 침해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용자 중과실이 있는지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해, 개정안에 어떻게든 은행 손실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은행의 이같은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사권은 금융위의 침해사고조사단이나 손해보상을 하기 위해 (은행이)가입해 둔 보험사에서 파견된 손해사정사가 하고 은행이 직접 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사유가 정당한지 조사하는 인력으로, 해킹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다. 조사단의 전문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며 "은행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손해를 덜 볼까, 책임을 회피할까 고민하는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보안시스템 투자를 늘리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사고 자체를 막아내는 역량배양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23일부터 시행 예정인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은행의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 회피'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정안 중 `해킹사고에 대한 이용자의 고의ㆍ중과실 범위 조정'에 관한 내용이다. 당초 개정안에서는 해킹사고가 발생해 실제 이용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사가 1차 책임을 부담토록 했다. 경영자 처벌 조항까지 추가돼 해킹사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현재 시행령에는 해킹 방지를 위해 은행 등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몇몇 제도를 이용자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이용자 중과실'로 분류해 은행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조항인 `시행령 제8조 제3호'가 은근슬쩍 포함됐다. 은행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9월26일부터 시행중인 `전자금융사기예방서비스'다. 이용자가 인터넷뱅킹용 PC를 지정하거나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강화하는 서비스인데, 이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해킹을 당하면 그 피해에 대해선 은행이 책임지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이전까지는 이용자가 공인인증서 등의 `접근매체'를 대여, 위임, 제공하거나 누설, 노출, 방치한 경우에만 이를 이용자의 고의ㆍ중과실 사례라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되레 이용자의 `의무'가 늘어난 셈이 됐다.
김경환 법률사무소 민후 대표변호사는 "시행령 조문의 적용범위는 광범위하면서 모호하고, 금융기관의 면책범위는 지나치게 넓어 이 시행령이 그대로 적용되면 앞으로 파밍사고에 대해 금융기관이 책임질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는 이용자가 해킹사고를 당했을 경우 일정기간 내 신고하기만 하면 전액 배상을 받거나 혹은 최대 50만원만 물면 되는데 우리나라 제도는 은행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주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권은 면피 조항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이용자 과실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조사권'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서는 금융위가 금융결제원 및 코스콤 등 침해사고대응기관을 지정하고 해킹사고가 발생했을 때 침해사고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용자 중과실이 있는지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해, 개정안에 어떻게든 은행 손실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이다.
은행의 이같은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사권은 금융위의 침해사고조사단이나 손해보상을 하기 위해 (은행이)가입해 둔 보험사에서 파견된 손해사정사가 하고 은행이 직접 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사유가 정당한지 조사하는 인력으로, 해킹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다. 조사단의 전문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며 "은행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손해를 덜 볼까, 책임을 회피할까 고민하는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보안시스템 투자를 늘리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사고 자체를 막아내는 역량배양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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